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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처럼 쓰는 법 - 나의 일상을 짧지만 감각적으로
재클린 서스킨 지음, 지소강 옮김 / 인디고(글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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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비슷하게 느끼지 않을까 싶은데,



"나도 책을 써보고 싶다. 글을 써보고 싶다."하는 마음이요.



그래서 그런지 요즘 글쓰기, 책만들기가 참 화제더라구요.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 카페 등등 각종SNS와 인터넷동호회 등에서는 자신만의 책을 만드는 방법과 기술과 요령에 대한 강의가 여기저기에서 개최되고 있는 것을 봅니다.







이런 광고를 접할 때마다 많이 혹합니다.



왜냐하면 저도 저만의 책을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있거든요. 버킷리스트 중 제일 첫번째에요. 아직은 필력도 부족하고 지식도 부족하고, 무얼 담아내야 할지 감도 못잡겠어서 부지런히 여러 책들을 읽고 쓰고 있지만 꼭 해낼겁니다. (불끈!)







이 책은 그런의미에서 굉장히 좋은 책인것 같아요.



시처럼 쓰는 법이라니 제목부터 감이 오지 않아요?



시를 쓰는 것은 수필이나 일기를 쓰는 것처럼 편하게 써지지가 않잖아요. 무언가를 담아내야만 하는 글들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책은 그런 작가만의 안내를 따라갈 수 있게 해주어요. 그래서 저도 책에 즉흥시를 짓기도 했어요.







"노랑믹스커피에게"라는 제목의 산문시를 써봤는데 추레한 글솜씨라 차마 전체를 공개하기는 부끄러워 일부분만 옮겨봅니다.







컵에 믹스커피 낱알들이 떨어진다.



하얗고 까만 크기도 다른 낱알들이



뭉치듯 흩어지듯 오소소 소리를 내며



컵 밑바닥에 내려 앉는다.





시를 쓴다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졌는 데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요.

즉흥시로 굉장히 유명하신 저자의 시언어에 대한 관점이 열려있기 때문인가봐요.



" 스스로 깨닫지 못했을 뿐 우리는 일상적으로 시 쓰기 연습을 하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을 문자 메시지로 주고받고,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달고, SNS에 짧은 문장으로 일상을 공유한다. 응축된 언어로 소통하는 이 모든 행위들이 시와 맞닿아 있다.-p.10"



일상적인 언어가 시언어가 되고 있다니 얼마나 열린 시각인가요?

그러면서 여러 주제의 글쓰기에 대한 내용을 서술하시는데 그 중에서 "의미를 만드는 법"에 대한 내용이 기억에 남아요.

결국 의미를 부여하고 선택하는 것은 오롯이 나의 몫이니까요.



"당신의 가치관은 무작위로 형성된 것이 아니다. 당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는 정교하게 고안된 것이고, 평생에 걸쳐 의도적으로 더하거나 뺄 수 있다.-p.41"



그래서 일상속에서 내게 의미있는 물건을 찾아 써보고 그 이유를 생각해보는 글쓰기 연습도 해보았어요.



빈 손으로 걷다가

한 손에 핸드폰을 쥐어본다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이들과

나를 불러줄 이들과

나를 알아봐 줄 그들이

나와 함께 걷는다

핸드폰은

나를,

우리로 만들어 주는

기이하고도

어색한 존재



세상에 제가 시를 쓰고 있네요.

누구에게 보여줄 시라고 생각했으면 차마 첫글자를 쓸 엄두도 못내었을 일을 그냥 편하게 써지더라구요. 앞선 '노랑믹스커피에게'라는 산문시보다는 조금더 정제된 언어를 써보고자 했는데 사실 잘 안됩니다. 잘 된다면 진즉에 등단했겠죠.

어쨌든 글쓰기도 훈련이니까요. 그래서 열심히 보고 읽고 써야 하나봅니다. 하지만 책에 수록된 저자의 즉흥시는 3분미만의 시간에 쓰여진 거라고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에요. 수록된 시 중에 제일 맘에 드는 시를 옮겨 적어 봅니다.



산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산다는 것은 힘든일이다

하지만 아름다움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언제나 어딘가에는 깊은 우물이 있고,

심지어 우리가 가진 게 아무것도 없고,

공허하고, 모든 게 끝났다고 느낄 때조차

조류는 계속 달에게 말을 걸고,

또 다른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으며,

무한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글을 쓰는 이유와 글을 써야만하는 이유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찰해볼 수 있는 페이지도 있었어요. "고통을 치유하는 글 쓰는 법"이라는 주제였죠. 실제로 일기쓰기라는 방법은 심리치료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니까요. 인지왜곡일기도 그렇고 내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글로 표현한다는 일은 언제나 나를 성장시켜줘요.



"우리는 글을 쓰면서 고통이 생성되는 과정을 깊이 들여다보고,

고통의 원인과 작동방식을 알아낼 수 있다.

그러면 고통을 해체하는 과정도 시작할 수 있다.-p.127"



고통을 해체한다니

고통을 잊는 것보다 해체하는 게 나를 성장시키는 더 좋은 방법이겠네요. 글쓰기를 하다보면 고통이 해체되는 과정을 시작시킬 수 있다고 하니

저희 모두 글쓰기를 시작해보아요.



이미 SNS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것이죠.



함께 해요. 글쓰기.

그리고 시언어만들기.



이 책과 함께라면 써질 것 같아요.

추천합니다.

글쓰기에 관한 책 여러권 봤지만 이 책처럼 자연스럽게

쓰기를 유도하는 책은 처음 봤어요.

책을 제공해주신 글담출판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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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 선의 -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가장 작은 방법
이소영 지음 / 어크로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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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가에게 선물을 주거나 도움을 주고 나서 감사인사를 받으면 그렇게 쑥쓰러울수 없죠.

그래서 늘 입버릇처럼 이야기해요.

"별거 아니에요."

때로는 그 별거가 진짜 별거일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을 소개합니다. #어크로스출판사 , #별것아닌선의 라는 인문교양입니다.

이 책은 제주대 사회교육학과 교수님이신

이소영님의 글인데요.

의도를 담은 선의와

의도를 담지 않은 선의

의도를 밝히는 선의

의도가 가득한 선의에 대한 이야기들입니다.

지난 주 읽은 "#그럴수록 산책 "과 일부분 내용의 결을 같이 하고 있어서 그런지 따뜻한 내용에 마음이 오월입니다.

선의는 친절의 또다른 이름이겠죠? 그리고 배려일거구요.

배려가 몸에 '익다'는 표현이 있는 것처럼

'익은' 배려와 선의가 삶에서 얼마나 많은 순간을 차지할 수 있는지 책을 보며 깨닫게 되요.

그리고 저자가 말한 "가난한 나", 그리고 "받아 가진 나"라는 말에 참 공감이 되었어요.

가난했던 나는 그 미소한 배려들이 얼마나 세심히 마련되었을지

미처 헤아리지 않은 채 주는 대로 받아 가졌다.

받아 가진 자로서 무얼 하면 될지, 은혜 갚은 까치의 시점에서

골똘히 생각해본다.

생의 여정 중 맞닥뜨릴 고단한 이들에게

몸을 뉘일 열차 칸을 그때그때 내어놓는것,

그리고 주는 대로 받아 갖는 누군가를 만나거든

나 또한 '그럼에도 재차 뭘 내미는' 것.

이는 일생을 두고 행해야 할 작업이므로,

일단 오늘 밤엔 하늘의 별처럼 많은 고마움들 가운데 하나를

글로 옮겨 사람들과 나누기로 한다. -P.9

몸도 가난했고 마음도 가난했기에 무멋하나

선의를 베풀수도 나눌수도 없었던

어렸던 저에게

무수히 많은 세심하게 베풀어졌던 선의에 대한 기억이

막을 틈도 없이 새어져 나오더라구요.

차마 찾아가 감사인사를 전할수도 없게 많은 분들이 생각이 납니다.

추웠던 어느 겨울날 엄마와 동생과 함께 걷고 있던 우리를 차에 태워준 이웃집 아저씨,

버스에 탔다가 버스비 100원이 모자라 내리려던 나를 태워준 버스기사 아저씨,

골목에 어슬렁대던 강아지가 무서워 지나가지 못하고 울고 있던 나를 보고 강아지를 막아줬던 동네 할머니,

번호키가 없던 시절 아파트현관문 열쇠를 잊어버려 계단에서 엄마, 아빠가 오기를 기다리며 앉아있던 나와 동생에게 따뜻한 저녁을 차려주시던 이웃집 아주머니...

걸음마다 스치듯 지나가면서 나누어준 그들의 호의를 잊고 살았었네요. 받은 것은 잊고 나누어준것만 기억하고 살았나봅니다.

작가님은 그 선의에 대한 기억들을 추억하며 현재로 이끌어옵니다. 현재를 통해 과거를 이야기하며 현재의 삶에 적용하고 있는 거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기 때문에요.

책에,

주체할 수 없는 감정으로 눈물이 비오듯 나던 어느날 생각나는 곳이 성당밖에 없어서 택시를 탔는데 기사아저씨께서 듣고 계시던 라디오채널[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를 경건한 음악이 나오던 채널로 돌려주시고는 조용히 운전을 해주셨다는 이야기가 첫번째로 나와요.

이런 조용한 선의는 처음보는 낯선 타인에게도 베풀 수 있는 아주 작은 배려이겠죠.

하지만 누구나 베풀 수 있는 배려는 아닐거에요.

배려를 받아본 사람이

배려에 대해 생각해 본 사람이 베풀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저자는 선의의 또다른 얼굴을 말하고 있어요.

가정폭력을 겪은 아이가 "그러니까 집안 내력이 중요한 거야", "아무튼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자란 사람과 사귀어야 해"라는 식의, 선량한 이웃이 무심코 던진 말과 시선에 상처받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데에 손을 보태고 싶었다. 그게 더 옳아서가 아니라 단지 내겐 그게 더 절실하게 여겨져서다. 그 과정에서 분노가 쉽사리 나의 힘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연민 없는 분노가 넘실 거리고 예의 잃은 정의감이 너무 자주 목도되는 지금 이곳에서.-p.30

아버지를 암으로 잃은 초등학교 2학년 아이에게 같은 반

친구가 물었죠.

"너 아빠가 죽어서 슬프지?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너는 이제 아빠가 없어서 너한테 이제 잘해줘야 한대. 많이 슬프지?"

선의일까요.

배려일까요.

호의일까요.

아니면 폭력일까요.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슬프지 않다고 하면 아빠가 없는데 왜 안슬프냐고 물을테고

슬프다고 하면 더 불쌍하게 볼 테니까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선의와 호의를 폭력적으로 휘둘고 있음에 가슴이 아려옵니다.

그리고 적어도 나만큼은 그러지 말아야 겠다는 다짐을 이 책을 보면서 또한 번 가슴에 짙고 굵게 새겨 넣었어요.

2017년부터 경향신문에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이야기 칼럼을 쓰고 계시다는 이소영님의 이 책은 사람살이에 대한 글이 가득합니다. 냉소적인 시선을 감추고 차라리 거짓 선의인 위선을 택하겠다고 말하며 마지막 이야기를 마치고 있지만

위선을 행함으로서라도 사회에 비판만을 가하지 않겠다는 어떤 결의도 보여져요.

고려대학교 법대를 나오신 법학도 답게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시선을 가지고 있지만 역사문화를 공부하셔서 그러신지 그 시선을 따뜻한 온도로 풀어내고 계십니다.

너무 얇아서 금방 읽고나니 아쉬움 가득이에요.

원책을 읽어봐야겠습니다.

특별한 서평단 활동을 지원해주신 어크로스출판사 감사드려요!



가난했던 나는 그 미소한 배려들이 얼마나 세심히 마련되었을지

미처 헤아리지 않은 채 주는 대로 받아 가졌다.

받아 가진 자로서 무얼 하면 될지, 은혜 갚은 까치의 시점에서

골똘히 생각해본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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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 드로잉 내가 좋아하는 것들 4
황수연 지음 / 스토리닷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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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책은 드로잉에 관한 에세이집입니다.
그림없는 그림그리는 책이에요!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다가,
멍때리다가도,
티비를 보고 있다가도,
손에 연필을 쥐고 무언가를 그리고 있는
나를 발견할때 흠칫하게 되요.
나는 그림을 못그리는 못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책은
그림을 잘, 잘못으로 구별하기 보다
'좋아', '안좋아'로 구별하게 하네요.

그래서 그려보고 싶게 해요.
그림이 하나도 없는 글만있는 그림그리는 책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손으로는 계속 그림을 끄적이곤했어요. 웬지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구요.

일상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고
그림으로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고
추억을 그림으로 남겨두고 싶은 어느누구에게나 이 책을 추천해요.
#스토리닷 의 책 #내가좋아하는것들드로잉 입니다!

황수연 작가님의 그림엽서가 들어있는 이 작은책 안에는
작가님의
그림과
사랑에 빠진 이야기,
사랑하고 있는 이야기
꿈꾸며 사랑할 이야기가 그득 담겨있어요.

☆작은 책이지만 사랑의 무게를 담뿍 담아내고 있는 책이죠.
아이들을 가르치던 선생님이라는 직업의 틀안에서
그리기라는 수업의 도구를 내려놓고
사표를 던진 후 떠난 여행에서 작가님은
참된 그림과의 만남을 가졌고
이후 사랑에 빠집니다.

☆크로키를 시작으로 섬세한 선의 작업, 색채 작업, 디지털 드로잉작업 등등
이후 그림작가로서 점차 자신을 채워져가는 이야기가 이어져요.
그리고 독자에게 말을 건네요. 한 번 그려보세요!

☆"그림을 그리는 수없이 많은 다양한 과정에서 우리는 각자 자신의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내가 나의 재미를 추구하며 오롯이 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처럼, 그 즐거운 경험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해보기를 바란다.-P.32"

☆그림 연습을 하면서
사진속 인물들과 배경을 그려나가던 작가님은
자신의 그림에 자신이 없었던 과거의 모습을 반추하며
"소심한"이라는 말로 자신을 표현해 내며
지금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개성있는"이라는 말로 꿈꾸고 있음을 말하죠.

☆게다가, 그림그리기라는 게 처음부터 끝까지 머릿속에서 창조되어야만 완벽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어요.
따라그리기로부터 시작되는 그림이 발전이 느리거나
발전이 없을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라그리기도 그림의 시작이라는 것이죠.
그러니 그리는 것에 완벽함이란 점차 나아가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에요.

☆이어진 작가님의 글에는
작가로서의 발돋움하는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들이 나오는데
인상적이었던 것은
브런치 작가로서의 성공했던 경험이 발판이 되어주었다는 것이죠.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를 쓰고 그리고 꿈꾸는 것이 성공되어진 결과로 나타났을때
무엇을 시도하더라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경감시켜주는
맺집이 되어준거에요.

☆그림을 그려주고 페이도 제대로 못받았던 시절에도 단단해 질 수 있었고
누군가 자신의 그림을 모방해놓고 잘못을 뉘우치지 않은 모습을 보고서도 분노로 자신을 망치지도 않으실 수 있었던 것은
그 모든 과정에서 자신을 이루어간 작가님의 든든한 맺집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리고
작가님이
직장생활하면서
늘 자신에게 없는 것만을 욕망했던 모습을
지긋지긋하다고 말하지만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작가님이 있을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토리닷의 '내가 좋아하는 것들' 시리즈 중의 하나인
드로잉에 관한 이 에세이집은
그리기를 배우고 싶은 이들
그리기를 도전하고 싶은 이들
그리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같은 고민을 짊어지고 있는 그림러버로서의 공감을 줄 좋은 책인것 같아요.

책을 제공해 주신 스토리닷출판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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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3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 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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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처는 흉터로 기억되기에 상처이지만
나음을 전제로 하기에 희망의 또다른 이름일수있다.

코요테와 로데오가 상실을 딛고 상처에서 흉터를 드러내고 나아가게 되는 로드트립 성장소설,
#코요테의놀라운여행 은
지금의 삶을 찾아가는 이들에게 추천하고싶은 책이다.

코요테는 로데오라 불리길 원하는
히피룩(머리와 콧수염이 더부룩한 상체는 거의 헐벗은 차림인 그)을 고수하는 이와56인승 스쿨버스를 개조한 캠핑카에서 5년간 살고있다.

삶을 이어가는 중이다.

누군가 코요테에게 집이 어디냐고 물으면
저기 저 버스라고 가르킨다.
그리고 코요테는
왜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지 모르겠다며
그들을 이상히 여긴다.

코요테에게는 사실 말하고 싶지만
말하고 싶지 않은 서사가 있다.

5년전 일어난 그 일이다.

"과거를 돌아보는 건 아무 소용없는 일이야. 코요테. 안 돼. 아가. 거기로 돌아가지 마. 네 행복은 여기,지금에 있어. 예전 일은 다 잊어야해." 하지만 나는 로데오처럼 할 수 없었다. 감추는 실력이 좋아진 것 뿐이다. 금지된 추억을 몰래 꺼내보는 실력이 좋아진 것뿐이다.-p.72

그 일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말하고싶어 말해보지만
늘상 그들은 같은 표정,같은 태도를 보인다.

원치않은 동정심,
불쌍히 여기는 마음.

코요테는 경험으로 익혔다.
그렇지만 로데오에게는 말하지 않는다.

그런 그들이 평범의 가치와 기준을 벗어난건
평범의 잣대아래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너무도 이상한 일이다.

학교 교과서대신
아빠의 소설책을보고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를 읽고
주유소화장실에서 씻고
먹고싶은 샌드위치와 슬러시를 사먹고,

하지만
코요테가 알려주는 비밀을 듣게 된 후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됨을 안다.
그리고 그들의 감정을 알아채고 함께 여정에 참여하는 이들이 생긴다.

"돌아와서 다행이야, 친구. 우리 둘 다 걱정돼서 죽을 뻔했잖아." 어둠 속에서 혼자 웃었다. 우리. 흠. 그 "우리"란 말이 정말 상당히 흥미로웠다. 과연 그랬다.-p.45

고양이 아이반
돈이 부족해 목적지에 가기힘든 레스터
아빠의 폭력을 피해도망친 이민자 실바도르와 엄마
동성애자란 이유로 쫒겨난 벨
그리고 태미와 염소 글래디스까지

"아이반을 얻은 후로 세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됐다. 아이반은 목이 마른지도 모르고 있다가 처음 마신 냉수 한 모금과 같았다. 맛보고 나니 멈출 수 없었다."-p.122

각자의 삶의 과정과 목적은 다르지만
이들은 코요테의 감정에 동화된다. 응원하며 함께하길 원한다.
가족이라 명명하지 않지만 가족이되어주며 같은 편이 되어주며 친구가 되어준다. 이들을 통해 코요테의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진다.

코요테는 그 넓어진 눈으로, 마음으로, 생각으로
엄마와 언니, 여동생과의 추억을 묻어둔 그 곳으로 향한다.

" 오년 동안 아빠 변명을 들었어. 이제 지겨워. 기억한다는 건 과거에서 사는 게 아니야. 지금 현재 기억하고 있다는 말이지. 오늘 지금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엄마랑 언니랑 동생을 오늘 지금 기억하는 사람이야. 그리고 내일도, 날마다, 엄마랑 언니, 동생 없이는 하루도, 일 분도, 일 초도 더 살지 않을 거야. 그럴 수 없어.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 지금 보고 싶어. 오늘 이 순간에. 사랑했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 엄마랑 언니, 동생을 지금 사랑해. 오늘 이순간에."
-p.281

그리고
로데오에게 '아빠'란 이름을 찾아주고
자신의 이름 '벨라'를 아빠에게서 찾아왔다.
자신이 열두 살임을, 5년전 언니보다 한 살 더 많아졌음을 인정했다.
모든 금지당했던 기억을 소환하고 기쁨과 환희를 되새긴다.

슬픔이란 묻어둘 수는 있지만
지워둘 수는 없기에
코요테가 아닌 벨라는 아빠와 함께 슬픔을 확인하고
앞으로를 향해 다시 달려가기를 택한다.

이 소설은 성장소설이라는 분류아래에
애써 지워두려하는
극복이라는 이름아래 덮어두려하는
어떤 기억에 대한 치유의 글을 담고 있다.

코요테와 로데오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러했고
독자로서의 내 삶의 기억 모퉁이에 덮어두었던 감정의 거스르미들이 그러했다.

현재, 지금을 살아가고 있지만
무엇으로부터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더 나은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그런 글인것이다.

그래서 내가 찾은 이 소설의 최고의 한 문장은 이것이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뭔가를 향해 달려가는 건 뭔가로부터 달려가는 것보다 낫다. 훨씬 낫다.-p.357

덧,
얼마전 읽은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와 같은 결을 가지고 있는 성장소설이에요. 상실과 애도의 관점에서 성장을 향해 달려나가는 건, 어쩌면 모든 이들이 꿈꾸도 있는 삶의 결인가봅니다.
또 하나의 가슴뭉클함을 담아내고 있는 이 소설 참 재미있어요. 후루륵 읽었네요. 그리고 얼마나 좋은 문장들이 많던지 계속해서 되새기고 싶은 문장들이 곳곳에 숨은그림찾기 하듯 숨어있어서 발겨하는 내내 좋았습니다.
책을 제공하여 주신 다산북스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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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수록 산책 - 걷다 보면 모레쯤의 나는 괜찮을 테니까
도대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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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소하고
소소한
일상속의 단편들을
산책이라는 매개체로
재치있는 글과 함께 그림이 어우러진 재미난 단편들이 가득한
카툰에세이집입니다.
필명 #도대체 (인스타아이디 dodaeche_j)
본명은 안밝히셔서 모르겠지만
솔직한 글을
화려한 미사여구없이 담백하게
표현해 낸 그림과 글솜씨가
책을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합니다.

아니 재미있는 일화들이 많아서
쿡쿡 대며 홀로 웃었습니다.

그중의 몇가지 에피소드를 함께 보고자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사진이 영 ㅜ. 오늘따라 사진찍는 손이 말을 안듣습니다.
왜그러냐 오른손, 왼손아~

이름이라는 제목의 에피소드를 보면서 저도 어렸을때 이런 생각많이 했었는데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또 있었네 하고 공감이 되더라구요.
제가 어렸을때,
할머니댁에서 기르던 누렁이가 생각났어요.
10년넘게 앞마당을 지키며 제가 할머니집에 갈때마다
제 주위를 빙빙돌며 비비적대던 누렁이.
저는 개한테 크게 물렸던 경험이 있어서
개를 무서워해요.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어렸을때는 많이 심했거든요. 누렁이를 한번도 쓰다듬어 주지 못했네요.
어느날 누렁이가 어떤 풀을 먹고 쓰러져 이틀만에
숨을 거두었어요. 살아있을때 쓰다듬어 주면 좋았을걸.
아직도 많이 생각납니다. 온몸이 황금색 털이었던 누렁이.
누렁이한테 저는 어떤 인간으로 비춰졌을까요..

산책을 다니며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고
생각하는 작가님의 그림에는
동물들이 참 많이 나옵니다.

까마귀가 까악까악대는 소리에
비밀이라고
자신은 사람인데 사람들이 하는 소리를 못알아 듣는다고 대답하는 이 장면이 왜이렇게 기억에 남는지 모르겠어요.

까마귀 소리를 듣고 철학적인 대답을 하는 작가님의 발상에
놀라운 한 편
공감이 많이 되어져서 그런가 봐요.

돌려서 말하는 소리 알아듣는 거 너무 힘들거든요.
라떼의 이야기도 알아듣는 거 힘들구요.
나는 어느별에서 온 걸까요.

중간 중간 작가님의 줄글로 된 에세이도 들어 있어요.
"저는 0000만 눌렀는데요"라는 말로 마무리 된 이 에피소드는
작가님의 선의와 배려 가득 담긴 일화같아요.
산책하다가 만난 동네 할머니 핸드폰의 잠금을 열어준 뒤
할머니께서 작가님께 친절하게 대해준다는 이야기거든요.
저는 매일 마주치는 경비아저씨에게도 그리 친절하지 못합니다.
쑥쓰럽거든요.
사소한 인삿말이라도 건넬 줄 아는 넉넉하고 따뜻함을 가진
그런 마음을 가진 도대체 작가님이 좋아지는 그런 일화였어요.

저도 오늘은 마음의 온도를 1도 높이기로 마음먹은 부분이기도 해요. 경비아저씨에게 평소보다 크게 인사해보겠습니다. 마음먹었어요.

연날리기

어렸을 적 작가님의 경험담이 담긴 이야기 속에 참 많은 의미가 담겨 있더라구요. 때로는 이 세상이 나 없어도 잘 돌아가고 있는 것같고 나같은 것 필요로 하지 않다고 여겨질때가 있어요.
근데 그런 순간
나를 붙잡아주는 그런 기억 하나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작가님에게는 그 기억이 '연날리기'였나봅니다.
"그 때 나 참 잘했지. 나 참 괜찮았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 순간이지만
나는 기억하는,
나만의 소중한 기억이자,
나를 지탱해주는 기억의 줄기가 되어주는 그런 경험들이
지금껏 나를 지켜주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책을 다 읽고 나니 작가님이 참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보니
고양이 '꼬맹이', '장군이' 강아지 '태수' 사진과 이야기가 많아요.
여전히 산책을 좋아하시구요.

경향신문에 연재중이시기도 하구요.

보면 볼수록 정이 가는 글과 그림입니다.
낯선 이름의 작가님인데
왜 친근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어요.
앞으로 도대체 작가님의 숨은 팬이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입니다.
이 책, 선물해주고 싶은 사람이 생겼는데
선물을 위해 구입해야겠어요!

마지막으로,
산책을 한다는 건
넓고도 깊게 보게 해주는 또 하나의 활동인가봐요.
나를 위해
내 걸음을 위해
함께 걷고 보고 생각하는 그런 시간
저도 좀 가져야 겠습니다.

이 책은 위즈덤하우스에서 보내주셨어요~!
함께 읽어주시니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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