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또한 한 사람의 노동자로서 업무 일선에서 벌어지는 성별에 따른 업무 구분이 얼마나 부당한지에 대하여 많은 부분 깨달으며 살아가고 있다.
예전보다, 옛날보다는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고용주의 시각과 편견에 의해 성에 따라 업무 구분이 나뉘고 있음을 매순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병원에서 근무할 때 일이 생각났다.
내가 근무하던 병원은 2차병원으로서 3차종합병원보다는 작고 의원급보다는 훨씬 큰 170병상이 있던 곳이었다. 병원장님의 비서는 없는 그런 곳이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나는 사회복지사였지만 병원장님의 외근동행자였다.
나 혹은 내가 안될 경우 간호과장님이 병원장님의 외근에 동행해야 했다.
그때는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였고 나에게 병원장님은 너무 높으신 분이었기에 해야만 하는 일인 줄 알았다.
내 상급자였던 사회복지실장님이 중년의 남자셨지만 병원장님을 말리지 않으셨던 것을 보면 그도 그 업무에 동조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 생각하면 괘씸하다.
사회복지관련 업무가 아닌곳에 가면서
스스로 "아니 사회복지사인 내가 왜 여기에 동행해야 하나?"하는 자괴감이 드는 것만은 막을 수 없었다. 그 후 내가 하던 일을 총무실에 입사한 갓 전문대를 졸업한 누군가로 대체되었을때 나는 좋으면서도 안타까웠다.
"혼자 외근나가면 안되는거야?
꼭, 젊은 여성이 함께 다녀야 하는거야?"
월급쟁이의 비애란 고용주의 "까라면 까"에 순응해야 하는 것이기에 뭐라 말하지 못하고 다니긴 했지만 지금생각해도 아직도 열받는다.
왜 그때는
"내 일이 아니라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하지 못했는가?
책에서는 이런 고용주가 조장하는 성차별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예화와 함께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19세기 중반 <뉴욕헤럴드>의 발행인은 신문사 사무실로 난입해서 "이 여자들은 누구야? 다 해고해버려!"라고 소리쳤다.
1977년 <뉴욕 타임스>가 성차별로 고소당했을때 발행인은 민간 회사가 어째서 "자기가 원하는데도 남자들을 측근으로 둘 수 없는지"질문했다. -p.99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결국 법을 제정하는 결과를 이끌어 내기는 했다. 고용기회평등위원회가 조직이 되었으나 여전히 노동상의 성차별은 존재하였고 끊임없었고 제기되는 큰문제였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역시 마찬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