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엔딩 (양장)
김려령 외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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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읽은 사람은 있어도 한권만 본 사람은 없다는 지금 시대의 대표 작가들의 글모음집!

내가 아는 그 이야기의 끝이 끝이 아니라면!

가슴시리도록 아팠던 이야기에 따뜻함 하나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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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이야기가 이 이야기였어?

듣고 보고 익히 알아왔던 이야기들의 다음이 궁금하다면

바로 읽을 것! 망설이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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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야기부터 써야 할지 고민이 된다.

이 책에 실린 총 9가지의 이야기들을 다 풀어내고 싶다가도 너무 다 풀어 놓으면 사서 읽고 싶은 독자가 없을 것 같다는 혼자만의 고민에 살짝 빠져본다. 출판사와 1도 관련이 없는 내가 이 책이 안팔릴까 그런 걸 고민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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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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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거짓말 _ 외전 [언니의 무게]

너무 가슴시리도록 아팠던 천지와 만지의 이야기에서 발전된 미라와 화연이 이야기를 읽어가며 아프지만 나아가고 있는 그네들의 삶의 순간순간들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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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겠다. 나도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언니 같은."

"넌 내 동생이었으면 나한테 맞아 죽었어."

(중략)

"힘들지? 그래도 이겨내라, 꼭. 가자, 늦었다."

만지가 벤치에서 일어났다. 화연도 일어나 고개 숙인 채 인사하고 그대로 자신의 집 쪽으로 걸어갔다. 그렁그렁 맺힌 눈물이 기어이 뚝 떨어졌다.

p.29. 김려령 '언니의 무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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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커 _ 스핀오프 [초보조사관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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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겨질때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여겨질때도 나를 등떠미는 일들이 있고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다. 이 이야기가 그렇다. 그리고 그 일을 해내는 과정에서 발견된 '아푸트'는 희망이었고 해피엔딩이었다. 이야기의 과정에서 겪었던 모든 고난과 역경과 힘듦은 발견된 '아푸트' 앞에서 아무것도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게 인생, 인생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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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자, 아푸트"

이 이야기가 해피 엔딩이라는 건 생명 과학자가 아니라도 알 수 있는 결말이었다.

(중략)

정후도 그리운 엄마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굴며 라비사와 함께 게임에 접속할 것이다.

p.64 배미주 '초보조사관 분투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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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철원 #그여름의서울 _ 외전 [보통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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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독백 '링그에 오른다는 것은패배를 전제로 하는 일이다'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그래도 지금껏 올랐다. 그게 리미래였다'로 끝을 맺는다. 그 사이에 말줄임표처럼 생략된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이야기, 엄마의 이야기, 은화와 은화엄마의 이야기이다. 바로 그네들이 겪어야만 했던 삶에서의 생존기이다. 생존하며 현실과 싸우며 버티며 순응하며 또 다른 삶으로의 진행을 꿈꾸게 하는 그 모습은 말 그대로 '보통'의 꿈이었다. 꼭 이루고 싶고, 이루어낼 것 같은 그런 꿈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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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그 모두가 어쩐지 눈에 익었다. 그저 모르는 사람들이 아닌 것만 같았다. 눈을 돌리는 순간부터 그리워질 것만 같았다. 어디서건, 얼마나 시간이 흐르건, 지금을 그리워하리라는 걸 알았다.

p.92 이현 '보통의 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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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깜언 _ 외전[나는 농부 김광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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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의 서정적인 풍경을 색감있게 그려낸 글 속에 담긴 아기자기한 이들의 이야기가 광수의 시선에서 그려지고 있다. 대학도, 고등학교도, 공부도 이들이 당장에 해내야할 일들이지만 그 누구가 강요하더라도 선택은 이들이 해야만 하는 것, 그것이 광수가 가진 농부의 꿈으로 대표된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는 지금의 이 시대, 선택하지 못하는 자들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풍조와 달리 다른 누구 아닌 '나'의 선택이 가져오는 행복의 한폭을 그려 볼 수 있게 한다. 그려보자, 나의 선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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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논에서 내가 미처 모르는 미지의 세계를 만난다. 올해 볍씨 싹을 틔우면서 그 사이에 꿈틀거리는 하얀 싹을 처음 만났다. 작은 싹이 벼 한 포기를 품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 짝이 없었다.

p.142 김중미 '나는 농부 김광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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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_ 외전 [상자 속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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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소설, 그리고 성장이야기. 그가 성장하는 과정은 내가 성장하는 과정이며 우리의 성장이야기이다.

'상자'더미 속에 살아가면서 '형'을 통해 생긴 기준점에 맞춰 그어놓은 삶의 기준을 지키는 것이 맞다고 여기면서 늘 의구심을 품으며 혼돈의 상황에 빠지고 마는 '나'.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형'에게도 '나'에게도 한발자국 내 딛을 수 있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건, '나'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며 '나'를 통해 이루어져 갈 이야기이다. 기대해본다. 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이제 시작되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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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의 외전은 '아몬드'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며 내면심리의 묘사에 뛰어는 '손원평' 작가님의 필력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눈 속에 발을 묻은 채 버티고 서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것이 내가 살아남은 방법이다. 내 삶의 기준대로, 형이 내게 남긴 교훈대로.

p.158 손원평 '상자 속의 남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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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 _ 외전 [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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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고 양육받고 성장하고, 그리고 남은 것은 씁쓸한 현실. 현실은 지금도 이후에도 변함없음을 안다. 하지만 변화하는 가치는 있다. 분명. 그리고 '로운'은 변화할 뿐 아니라 앞서 나가는 '가치'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안쓰럽고 안타깝지만 도울 수 있는 것은 그런 마음이 아니다. 단지, 응원과 격려 그리고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손내밀기 전에 손내미는 자보다 손이 필요하냐고 묻기보다 함께 있는 그런 이들이 되어보자!

그래도 로운이에게 칭찬도 하고 싶고 쓰담쓰담도 해주고 싶다.

수고했어.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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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출신이라면 이상하게 생각할 까봐 두려웠죠. 그런데 아이들은 서슴없이 옛날 일을 말하더라고요. 좋은 기억이나 특별한 순간들을 쉽게 털어놓잖아요. 그런과거라면 저도 있는데, 단순히 NC에서 생활했다는 이유로 그것들을 지워 버리긴 싫었어요.(중략)

저를 가장 괴롭히는 존재가 누군지 아세요?

(중략)바로 저 자신이었어요. 스스로 소중한 과거를 지워버리려 했으니까. 남들이 뭐라 하든 뭐라 비웃든, 적어도 저만큼은 저를 인정해 줘야 하잖아요.

p.198 이희영 '모니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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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스트라이커 _ 외전 [초원조의 아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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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언젠가 나 대신 다른 사람을 구할 테니까요'

그에게 각인된 이 문장은 꼭 그 상황이 아니어도 그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의미가 부여되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생명의 탄생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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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한다"

이시아가 예언처럼 남겼던 도움이라는 것은 이 아이의 탄생으로써 비로소 마무리가 되었음을, 글고 그 마무리 또한 새로운 시작의 일부에 불과함을 인식하며 그는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 너를 부를 말은......."

p.239 구병모 '초원조의 아이에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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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 _ 외전 [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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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누군가의 삶을 함께 짊어진다는 것이 기쁘기보다 안쓰러울 때가 있다. 모른척하기에는 그 삶이 애처로워 견딜수가 없을때가 있다. 인하의 삶이 그렇고 상인의 삶이 그렇다. 부모님의 무신경함과 부주의함이 그들의 삶을 짓누르는 모습에서 내 주변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오독오독 뼛속에 각인되는 말들은 생판 모르는 낯선사람에게서 들려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장 믿었던 사람들에 의해 전해지는 것이니까. 그래서 인하와 상인의 결심에 무엇보다 '잘했다' 칭찬해주고 싶다. 정말 잘했다. 잘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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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빠는 이제 인하에게 아무 기대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인하의 유니폼을 입고 김장을 하는 엄마의 무신경함이나, 인하의 축구화를 신고 조기 축구회에 나가는 아빠의 부주의함을 볼때 상인은 마음이 엉키는 것 같았다. 정작 인하는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 딸내미 발이 커서 축구화가 자기 발에 딱 맞다고 좋아하는 아빠 얼굴을 볼 때도, 여전히 짧은 머리를 유지하는 인하에게 언니만큼 머리를 기르라고, 운동했던 티를 내지 말라고 말하는 엄마에게도.

p.262 백온유 '서브' 중에서



다채로운 색깔의 이야기들이 모여있는 꽃밭같기도 하고 꽃집같기도 한 이 소설집의 이야기 한편 한편 읽어나갈 때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날때마다 아쉬움이 남는다. 살아있는 캐릭터들과 촘촘하게 짜여있는 이야기가 이런 외전을 줄 수 있다는 게 너무 새롭고 즐거웠다. 그래도 아쉬운 건 작가님들의 이야기가 끝이 난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내 마음과 내 생각속에서 이야기들을 이어나가야 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책덕후, 문학덕후, 소설덕후, 창비덕후 들을 위한 책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작가님들의 책을 읽어본적 없어도 들어본 적 없어도 누구나 읽으면 이야기속의 등장인물들과의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며 스토리텔러로서의 작가들의 능력을 맛보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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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창비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정식발간은 2월 15일에 된다고 합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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