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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3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 놀 / 2021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처는 흉터로 기억되기에 상처이지만
나음을 전제로 하기에 희망의 또다른 이름일수있다.
코요테와 로데오가 상실을 딛고 상처에서 흉터를 드러내고 나아가게 되는 로드트립 성장소설,
#코요테의놀라운여행 은
지금의 삶을 찾아가는 이들에게 추천하고싶은 책이다.
코요테는 로데오라 불리길 원하는
히피룩(머리와 콧수염이 더부룩한 상체는 거의 헐벗은 차림인 그)을 고수하는 이와56인승 스쿨버스를 개조한 캠핑카에서 5년간 살고있다.
삶을 이어가는 중이다.
누군가 코요테에게 집이 어디냐고 물으면
저기 저 버스라고 가르킨다.
그리고 코요테는
왜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지 모르겠다며
그들을 이상히 여긴다.
코요테에게는 사실 말하고 싶지만
말하고 싶지 않은 서사가 있다.
5년전 일어난 그 일이다.
"과거를 돌아보는 건 아무 소용없는 일이야. 코요테. 안 돼. 아가. 거기로 돌아가지 마. 네 행복은 여기,지금에 있어. 예전 일은 다 잊어야해." 하지만 나는 로데오처럼 할 수 없었다. 감추는 실력이 좋아진 것 뿐이다. 금지된 추억을 몰래 꺼내보는 실력이 좋아진 것뿐이다.-p.72
그 일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말하고싶어 말해보지만
늘상 그들은 같은 표정,같은 태도를 보인다.
원치않은 동정심,
불쌍히 여기는 마음.
코요테는 경험으로 익혔다.
그렇지만 로데오에게는 말하지 않는다.
그런 그들이 평범의 가치와 기준을 벗어난건
평범의 잣대아래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너무도 이상한 일이다.
학교 교과서대신
아빠의 소설책을보고
내셔널지오그래픽 잡지를 읽고
주유소화장실에서 씻고
먹고싶은 샌드위치와 슬러시를 사먹고,
하지만
코요테가 알려주는 비밀을 듣게 된 후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됨을 안다.
그리고 그들의 감정을 알아채고 함께 여정에 참여하는 이들이 생긴다.
"돌아와서 다행이야, 친구. 우리 둘 다 걱정돼서 죽을 뻔했잖아." 어둠 속에서 혼자 웃었다. 우리. 흠. 그 "우리"란 말이 정말 상당히 흥미로웠다. 과연 그랬다.-p.45
고양이 아이반
돈이 부족해 목적지에 가기힘든 레스터
아빠의 폭력을 피해도망친 이민자 실바도르와 엄마
동성애자란 이유로 쫒겨난 벨
그리고 태미와 염소 글래디스까지
"아이반을 얻은 후로 세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됐다. 아이반은 목이 마른지도 모르고 있다가 처음 마신 냉수 한 모금과 같았다. 맛보고 나니 멈출 수 없었다."-p.122
각자의 삶의 과정과 목적은 다르지만
이들은 코요테의 감정에 동화된다. 응원하며 함께하길 원한다.
가족이라 명명하지 않지만 가족이되어주며 같은 편이 되어주며 친구가 되어준다. 이들을 통해 코요테의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진다.
코요테는 그 넓어진 눈으로, 마음으로, 생각으로
엄마와 언니, 여동생과의 추억을 묻어둔 그 곳으로 향한다.
" 오년 동안 아빠 변명을 들었어. 이제 지겨워. 기억한다는 건 과거에서 사는 게 아니야. 지금 현재 기억하고 있다는 말이지. 오늘 지금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엄마랑 언니랑 동생을 오늘 지금 기억하는 사람이야. 그리고 내일도, 날마다, 엄마랑 언니, 동생 없이는 하루도, 일 분도, 일 초도 더 살지 않을 거야. 그럴 수 없어.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 지금 보고 싶어. 오늘 이 순간에. 사랑했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 엄마랑 언니, 동생을 지금 사랑해. 오늘 이순간에."
-p.281
그리고
로데오에게 '아빠'란 이름을 찾아주고
자신의 이름 '벨라'를 아빠에게서 찾아왔다.
자신이 열두 살임을, 5년전 언니보다 한 살 더 많아졌음을 인정했다.
모든 금지당했던 기억을 소환하고 기쁨과 환희를 되새긴다.
슬픔이란 묻어둘 수는 있지만
지워둘 수는 없기에
코요테가 아닌 벨라는 아빠와 함께 슬픔을 확인하고
앞으로를 향해 다시 달려가기를 택한다.
이 소설은 성장소설이라는 분류아래에
애써 지워두려하는
극복이라는 이름아래 덮어두려하는
어떤 기억에 대한 치유의 글을 담고 있다.
코요테와 로데오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러했고
독자로서의 내 삶의 기억 모퉁이에 덮어두었던 감정의 거스르미들이 그러했다.
현재, 지금을 살아가고 있지만
무엇으로부터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더 나은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그런 글인것이다.
그래서 내가 찾은 이 소설의 최고의 한 문장은 이것이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뭔가를 향해 달려가는 건 뭔가로부터 달려가는 것보다 낫다. 훨씬 낫다.-p.357
덧,
얼마전 읽은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와 같은 결을 가지고 있는 성장소설이에요. 상실과 애도의 관점에서 성장을 향해 달려나가는 건, 어쩌면 모든 이들이 꿈꾸도 있는 삶의 결인가봅니다.
또 하나의 가슴뭉클함을 담아내고 있는 이 소설 참 재미있어요. 후루륵 읽었네요. 그리고 얼마나 좋은 문장들이 많던지 계속해서 되새기고 싶은 문장들이 곳곳에 숨은그림찾기 하듯 숨어있어서 발겨하는 내내 좋았습니다.
책을 제공하여 주신 다산북스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