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 기억 - 티엔 위안 시집
티엔 위안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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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위안 시인은 일본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은 중국인 최초로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 문학상인 H씨 상)을 수상한 시인이다.

티엔위안 시인은 자신의 일본어 시에 일본어에서는 통상 찾아보기 힘든 한자를 자주 사용하며 지금은 잘 쓰지도 않고 일본인들조차 잊어버린 고어까지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한자어를 살린 시어가 의외로 신선한데, 이처럼 한자는 그의 일본어 시에서 언어감각을 예리하게 조탁하는 데 큰 몫을 한다.

일본어로 시를 쓰는 이 시인에게 일본어는 외국어이며 제2의 언어다. 더 나아가 중국과 일본, 두 나라의 혼합어이기도 하다. 두 가지 이상의 요소가 합쳐진 혼성체로서의 혼합어는 언어가 국경을 넘어 그 가능성을 넓혀 간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한시의 리듬감과 대구(對句)가 살아 있다. 말하자면 한시가 육화되어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흘러나왔으리라고 생각한다.

이 시집에는 광활한 대륙이 그대로 들어와 앉은 듯, 깊고 넓은 세계가 펼쳐져 있다. 이 시인의 인간적인 품성마저도 드넓은 대륙 같을 듯한 시편들로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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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여중생 1 - 상극 경찰청 실종자 수사과 시리즈
도바 순이치 지음, 한성례 옮김 / 굿피플미디어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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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주인공 타카시로 켄고(高城賢吾) 형사는 45세이고, 배속을 받은 곳은 도쿄 시내의 시부야추오 서에 속한 경찰청 실종자 수사과 3방면 분실이다. 전국에서 발생하는 연간 실종자는 10만 명이 넘지만, 경찰은 대부분 형식적인 사무 처리밖에 하지 않는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이 실종자 수사과가 설치되지만, 이 부서는 갈 곳 없는 형사들이 모인 낙오자 집합소 같은 곳이다.

타카시로 형사는 가족을 잃은 아픔을 가슴에 묻고 힘겹게 살아간다. 삶의 무게에 눌려 늘 고뇌하지만, 인간미를 발산하는 매력적인 형사이다. 타카시로 형사의 문제는 술이다. 또한 지독한 흡연과 커피도 그의 일상을 지탱해 주는 양식이다. 그가 술에 빠지게 된 원인은 딸이 실종된 후 그로 인해 아내와 이혼하고, 혼자서 살아가는 가장의 트라우마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그의 육감과 직감은 누구보다도 예리해서 사건만 접하면 귀신처럼 냄새를 맡아 낸다.

같은 날 발령을 받아 콤비를 이루는 27세의 여 형사 묘진 메구미(明神愛美)는 누구보다도 출세욕이 강하지만, 인사에서 밀려 이 부서에 배속된다. 그녀는 이런 부서에 자신이 근무해야 한다는 사실에 불만이 많다. 차츰 달라지지만…….

그들이 속한 분실의 실장 아비루 마유미(阿比留真弓)48세의 여 형사이다. 빨리 실적을 올려 주류에 합류하고 싶어 안달인 출세 지향주의자여서 조직 내의 정치에만 열중한다. 이를 위해 한때 명형사로서 이름을 날린 타카시로를 자신의 부하직원으로 끌어왔고, 어느 정도는 타카시로를 믿고 의지한다.

그 밖의 분실 멤버로는 심장병을 가졌지만 경륜을 바탕으로 부서에 힘이 되어 주는 56세의 선배 형사 노리즈키 다이치(法月大智), 원래 프로야구 선수였지만 어깨를 다쳐 은퇴하고 경찰관이었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경찰이 된 후 세 아이와 넷째를 임신한 아내를 돌보느라 늦게 출근하고 일찍 귀가하는 35세의 다이고 루이(醍醐塁), 겁이 많아 제대로 일은 못하지만 사격 솜씨만은 뛰어나서 종종 실력을 발휘하는 29세의 모리타 준이치(森田純一), 멋쟁이인데다 부잣집 딸이어서 힘든 일을 요리조리 피하지만 가끔은 부서에 힘이 되기도 하는 33세의 로쿠조 마이(六条舞), 서무 담당으로서 분실의 살림을 두루 챙기는 만물박사 코스기 키미코(小杉公子) 등이 있다.

1식죄(蝕罪)에서는 결혼을 앞둔 약혼자가 사라지고, 2상극(相剋)에서는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이 사라지며, 3해후(邂逅)에서는 대학 합병을 앞둔 재단 이사장이 사라진다. 4표박(漂迫)에서는 원고 마감을 앞둔 베스트셀러 작가가 사라지고, 5열괴(裂壞)에서는 출근해야 할 실종자 수사과 실장이 사라지며, 이어서 출간될 제6파문(波紋)에서는 교통사고와 관련된 남자가 현장에서 사라진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실종이란 것이 남겨진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며, 그 상처는 아물지도 회복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찌 보면 실종이란 확고한 상실죽음보다도 더욱 잔혹한 공중에 매달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종자 수사를 지휘하는 주인공 타카시로야말로 형사이기 이전에 이 잔혹함앞에서 누구보다도 분개하고 마음 아파하는 나약한 인간이다. 하지만 뼛속까지 형사인 그는 마치 빙의라도 된 것처럼 실종자 본인이 되기도 하고, 실종자의 가족이 되기도 하여 행방불명자의 흔적을 추적한다. 이 같은 형사들의 활동이 각권마다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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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대학 이사장 1 - 해후 경찰청 실종자 수사과 시리즈
도바 순이치 지음, 한성례 옮김 / 굿피플미디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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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고독하다. 강해 보이긴 해도 형사 또한 마찬가지이리라. 가족과 친구, 동료, 이웃 등 얽히고설킨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하니까 말이다.

사라졌다.’라는 말이 화두처럼 시작되는 이 소설은 각권마다 중요한 사안을 앞둔 누군가가 실종된다. 형사나 형사 가족이 실종되기도 한다.

도바 순이치(堂場瞬一)의 경찰청 실종자 수사과 타카시로 시리즈는 경찰소설이지만, 보통의 장르소설과는 다르다. 예컨대 순문학 소설의 좋은 요소를 반듯하게 두루 갖추고 있으며, 바탕에는 따스함이 깔려 있다. 잔혹하며 끔찍하고 자극적인 일본의 장르소설과는 사뭇 다르다. 그런 까닭에 실종자를 찾아가는 과정이나 사라진 것을 회복해 가는 여정이 시종일관 따스하고 포근하며 눈물겹다.

좋은 소설이란 무엇일까? 읽고 있을 때는 재미있고, 읽고 난 후에는 감동과 휴머니티가 마음을 감싸면서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깊이와 사유가 들어 있는 소설을 말할 것이다. 바로 이 소설이 그렇다.

각권의 이야기는 단순해 보이는 실종 사건에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실종 같아 보이지만, 실종자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에서 가정과 사회의 근원적인 문제가 드러나고, 결국은 사회적 이슈가 되거나 파문을 일으킨다. 휴머니티 가득한 경찰추리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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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색 다이어리 - 19세 봄 스기하라 사야카 시리즈 5
아카가와 지로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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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색 다이어리스기하라 사야카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다. 이 작품에서 사야카는 청소년기를 벗어나 어엿한 여대생이 되어 본격적으로 어른의 세계에 첫 발을 내딛는다.

사야카는 아버지의 병환으로 대학을 포기하려다 자신의 힘으로 학업을 계속하겠다고 결심하고 등록금 마련을 위해 중학생 과외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상대 학생은 일본 굴지의 대기업 사장인 시미즈의 딸 시미즈 다에다. 개인교습을 해나가면서 사야카와 다에는 제자와 과외교사 이상으로 친밀한 사이가 된다.

사야카는 전편에서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살인사건에 휘말려 사건 해결의 중심에 선다. 19세 사야카의 봄은 살인사건, 남자친구 아키오와의 삼각관계를 이루는 연애담, 시미즈 일가에서 벌어지는 얽히고설킨 복잡한 사연 등이 뒤섞이며 펼쳐진다. 시미즈 사장의 여성편력, 처첩동거, 기업과 노조의 갈등 등 어른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사연도 실타래처럼 꼬여 있다. 사야카와 남자친구 아키오의 사랑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유코라는 연적이 등장하여 사야카는 아키오와 삼각관계를 이루는데 이들의 사랑은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안타깝다.

이 소설은 일본 추리소설의 대가인 아카가와 지로의 청춘 시리즈물의 결정판으로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더욱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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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증인
유즈키 유코 지음, 한성례 옮김 / 혼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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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미스터리 소설 최후의 증인(最後証人)은 정말 재미있었다.

신인작가인 유즈키 유코(柚月裕子)의 처녀작 임상심리(臨床真理)최후의 증인(最後証人)시리즈가 이 미스터리가 굉장하다!대상을 수상하며 미스터리 소설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 사실을 최후의 증인을 다 읽고 난 후 알게 되었지만 그러한 타이틀과는 관계없이 이 작가의 문장은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다.

 이 소설의 스토리를 끌고 가는 검찰관 출신 사카타 사다토(佐方貞人)는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변호사이다. 그가 예전에 근무했던 지검 소재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변호를 의뢰받게 된다. 고층 호텔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물적 증거, 상황 증거 모두 의뢰인이 범인임이 명백했다. 남녀 사이의 애증이 뒤얽혀 벌어진 비극처럼 보였다. 세상이나 매스컴 모두 의뢰인이 이길 승산이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사카타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프로로서의 감이 단순한 사건이 아님을 읽어낸다. 질 게 확실한 재판이었지만 재판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놀라운 방향으로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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