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디 아더 피플

디 아더 피플 - 복수하는 사람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7월

처음부터 흡입력 있게 끌어당긴다.

매 순간순간마다 궁금증을 유발해 도저히 전체 스토리를 예상할 수 없게 만든다.

보통 소설을 읽다 보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고 어떤 식으로 흘러 갈 것이라는 상상이 가능한데, 이 소설은 전혀 가늠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납치된 딸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고 딸 찾기에 매진하는 게이브.

강도에 의해 살해당한 아버지를 위해 복수하는 프랜.

일정한 날로 매번 마주치는 게이브가 신경 쓰이는 웨이트리스 케이트.

그리고 초자연적 현상을 겪는 의문의 소녀까지.

이들은 저마다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 사연의 뭉텅이가 하나하나 풀리면서 마침내 연결이 되는데, 그 순간이 굉장히 짜릿하다.

게이브가 빨리 딸과 재회하기를 바라다보니 도저히 책에서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의문이 가득 담긴 '다른 사람들'의 정체 또한 궁금하다. 이들은 복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어둠의 조력자다. 원하는 것은 모든 들어주는 살인도 돕는 무서운 단체. 그러나 한번 도움을 받으면 반드시 그 빚을 갚아야 한다.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최초 시도자가 누군인지.. 그도 아픔을 가지고 있어 이런 다크웹을 만든 것일까? 이들이 행하는 복수는 돌고 돌아 결국 무한정 복수가 되어 본인에게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게다가 요런 구성은 살짝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한 듯 굉장히 익숙하다.

전 작품에서도 느꼈지만 작가는 하나하나 찬찬히 보여주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스릴러임에도 곳곳에 시적인 표현과 묵직한 문장이 많다.

그게 작가의 또 다른 매력이다. 후반부에 갈수록 드러나는 진실과 비밀이 재미나다. 결말도 아주 좋았다.

역시 작가는 이번에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최고!

[서평] 수이사이드 클럽

수이사이드 클럽 ㅣ 스토리콜렉터 83
레이철 헹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20년 5월

만약 삶을 300살 이상 살 수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아니,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어떨까? 과연 좋을까?

건강과 미용에 집착하는 현 사회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왜 제목이 '수이사이드 클럽'일까?

제목만 봐도 결코 좋은 스토리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

그렇다. 제목 그대로 영원한 삶을 지향하는 정부에 맞선 사람들의 '자살 모임'을 말하는 것이었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수명이 300세까지 이른 근미래 미국 뉴욕.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유전자를 검사하고, 그중 뛰어난 유전자는 라이퍼로 분류, 아닌 유전자는 비라이퍼로 분류가 된다. 라이퍼는 뛰어난 유전자를 지님으로써 각종 의료시술을 통해 수명을 연장하고 외모 또한 그 나이에 맞지 않은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 비라이퍼는 평범한 유전자로 자연의 섭리에 따라 나이를 먹는 현재 우리들이다.

정부는 인구 감소로 인한 난항을 해결하기 위해 이러한 기술을 발전시켰으며, 그것을 위배하는 사람들은 철저한 감시 대상이 된다.

주인공 '레아'는 라이퍼로써 100세 생일을 맞이했다. 그러나 그녀의 외모는 50세로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젊고 예쁘다. 그녀는 출근하는 도중 길에서 88년 전에 사라졌던 아버지를 보게 된다. 아버지를 쫓기 위해 차도로 달려들던 레아는 그만 자살로 오인받고 정부로부터 감시 대상자가 된다.

정부로부터 자살 치료 모임에 참석하라는 지시를 받은 레아는 거기서 '안야'라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각자 경험했던 생명과 죽음에 대해 묘한 유대감을 갖게 되면서 알 수 없는 우정이 트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의 뒤를 밟아 알게 된 '수이사이드 클럽'의 정체. 자살하는 장면을 눈앞에서 라이브로 보게 된 레아는 큰 충격을 받고, 이 사실을 정부에게 고하려 한다.

소설의 첫 시작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소설 <스타터스>도 떠오르고, 영화 <인타임>도 떠오르고, 전혀 다른 내용임에도 이런저런 스토리들이 마구 떠올랐다. 그만큼 이 소설의 뒷이야기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뭔가 큰 사건이 터지면서 정부와 한판 뜨는 액션과 스릴을 기대했다.

그런데, 그런 장면은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예상과 기대가 많이 빗나갔다.

'축복받은 유전자들의 반란'이라는 표지 글에 나는 도대체 무슨 반란을 기대했던 걸까?

이 소설은 생명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철학적 요소가 들어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게 읽으면 가벼울 수 있고, 깊게 읽으면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그런 소설.

건강에 대한 강박관념, 외모에 대한 집착, 죽음... 현재 우리와 너무나 닮은 이야기.

다 읽은 후 생각해보게 만드는 '삶'.

역시 이 책은 철학이었다.

[서평] 살인자의 사랑법

살인자의 사랑법 ㅣ 스토리콜렉터 81
마이크 오머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2월

제목을 본 순간 온갖 상상을 했다. 과연 살인자의 사랑법이란 게 무엇일지. 생각해보면 '사랑법'이란 이 단어가 그리 좋게 느껴지지 않는다. 사랑은 자연스럽게 마음에서 느껴지는 건데 여기에 '법'이 있다고 말하면 뭔가 통제적이고 강압적이 일 것만 같다.

여기 이 소설 속 살인자 역시 통제를 통해 여성을 잡아놓고 평생 함께하길 원한다. 그러기에 그의 행각은 잔인함을 뛰어넘어 참으로 엽기적일 수밖에 없다. 그만의 사랑법이 이런 것이었다니.. 예상하지 못한 행위에 경악을 했다.

한 여성이 해변가에 앉아 슬픈지 손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 이런 자세로 있은지 어언 세 시간. 지나가는 한 남성이 이 모습에 이상함을 느끼고 다가갔더니 여성은 죽어있었다. 그것도 멀쩡한 모습으로.

어떻게 시신이 부패하지 않고 멀쩡하게 그 모습을 유지했을까 했더니, 그 이유는 바로 이것!

그렇지만 그 솜씨가 아주 형편없는 아마추어라 완벽하게 처리를 하지 못해 한 부분이 부패를 시작했다. 신문기사에는 장의사가 범인이라고 말하지만, 범죄심리학자 '조이'는 전혀 다른 인물 일 것이라고 판단한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합류하게 된 범죄심리학자 '조이'와 FBI요원 '테이텀'. 이 두 사람의 첫 만남은 그리 유쾌하게 시작하지 않았다. 자유분방하고 날라리 같아 보이는 테이텀은 행동분석을 꽤 잘하며 책임감이 있었고, 돌직구 날리며 까칠하게 구는 조이는 사실 트라우마를 가진 심리학자였을 뿐이다. 그렇게 서로 티격태격 자신이 맞다고 주장하는 자존심 싸움에서 점차 의견을 화합하고 해결하는 데, 마치 작은 불씨가 서서히 타오르다가 마지막에 확 솟아오른 듯 화끈화끈했다. 이 둘의 케미는 정말 완벽했다.

이 소설은 다 재미있지만 그중 또 하나의 재미는 조이의 어린 시절이었다. 어릴 적 살던 동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범인을 알아내겠다고 혼자 파헤치며 알아가는 그녀의 집요함이 결국 그녀를 범죄심리학자로 발전하게 된 것인데, 그 과정이 무척 답답하고 힘겨웠다. 그녀는 힘없는 어린 학생이었기에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고, 결국 그것이 일종의 트라우마로 작용하게 된 것. 하지만 그녀는 꽤 훌륭하게 자라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는 스타 심리학자가 된다.

두껍지만 결코 두껍다 말할 수 없을 만큼 읽히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추리소설의 묘미는 범인이 누굴 일지 추측하는 맛도 있지만 마지막에 짠! 하고 범인이 밝혀졌을 때 다가오는 충격과 놀라움을 느끼기 위해서 읽기도 하는데, 그 재미를 이 소설은 빠짐없이 다 집어넣었다. 무엇 하나 불필요한 장면 없이 꼭꼭 담아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결말도 좋고, 반전도 좋고, 오랜만에 카타르시스를 느낌 작품이었다. 아직 조이에게는 해결하지 못한 한 가지가 남았는데, 그걸 마치 예고하듯 끝이 나서 다음권을 기다리지 않을 수가 없다. 다음 권 나오면 무조건 본다!

[서평] 롱 웨이 다운

롱 웨이 다운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황석희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2월

소설인데 참으로 독특하다.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인데 채 한 시간도 안 돼서 다 읽어버렸다.

무슨 소설이 그렇게 빨리 읽힐까 싶지마는. 그렇다. 이 소설은 운문 형식으로 쓰여 있어 굉장히 짧다. 마치 시를 읽듯이, 짧은 일기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다. 꽤 독특한 형식으로 쓰인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엘리베이터 안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들에게는 세 가지 규칙이 있다. 울지 말 것. 밀고하지 말 것. 반드시 복수할 것.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했다면 반드시 그 사람을 찾아 똑같이 죽음으로 대갚음해주는 이 규칙 때문에 이들에게는 죽음이 계속 돌고 돈다. 복수는 복수를 낳고, 또 다른 복수를 낳아 무한 죽음의 루프 속에 갇히는 이 끝없는 전쟁에는 과연 결말이 있을지.

누군가가 쏜 총에 맞아 죽음을 맞이한 윌의 형 숀. 윌은 형의 복수를 위해 총을 장전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8층에서 타고 한층 한층 내려갈 때마다 엘리베이터는 멈추고 한 명씩 태운다. 그런데 태운 사람들이 보통 사람은 아니다. 그들은 왜 윌에게 나타난 것일까.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결말이 아리송하다. 두 가지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는데, 과연 작가가 생각하는 결말은 어떤 것일까?

이 독특한 형식 때문에 장면 장면마다 생각하는 맛이 있다. 글은 짧은데 모든 장면을 세세히 묘사한 듯 생생하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는데, 과연 엘리베이터 안에서 펼쳐지는 이들의 만남을 어떤 식으로 표현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서평] 마가 - 귀신보다 무서운 건 역시 이것!

마가 ㅣ 스토리콜렉터 79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9년 12월

공포소설에 대가 '미쓰다 신조'의 집시리즈 그 세 번째 권 [마가].

[흉가], [화가]에 이어 또 한번 '가家'로 끝나는 집안에서의 새로운 공포.

첫 번째 권 [흉가]를 읽고 소름돋을 만큼 무서워서 혼자있을 때는 절대 읽지 않았었는데,

그 뒤를 이어서 출간한 [화가] 역시 긴장될 만큼 무서워서 꽤 오래 기억에 남을 정도였다.

그랬기에 [마가]에 대한 나의 기대는 당연히 한층 더 높아져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유마'는 어머니의 재혼으로 새로운 집에 이사를 하게 된다.

그러나 그 집에서도 잠시. 새아버지의 장기 해외출장으로 유마만 혼자 당분간 삼촌과 함께 숲 속 별장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 평소 새아버지보단 그의 동생인 새삼촌을 더 좋아했던 유마는 삼촌과 함께 사는 것에 대해 기뻐하지만, 잠시 머무를 별장을 본 순간 왠지 소름끼치는 불편함을 느낀다.

소문에는 별장 근처에 있는 '사사숲'이라는 숲 속에서 아이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그중 돌아온 한 아이는 예전과 다른 행동을 보이며 이상해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유마는 그 이야기를 듣자 묘한 기시감을 느끼게 되는데, 어릴적에 두 번이나 '이계'를 체험 한 탓일까. 그에게 자꾸만 이상한 것이 보이게 된다. 그러다 한 소년을 만나게 되는데, 그 공포가 여기서부터 시작될줄은 미처 짐작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그저 집안에서의 공포를 살살 건드려주기만 한다.

전작품들과는 달리 무서운 장면이 대거 등장하지는 않는다. 뭔가 더디게 흘러간다 싶을 때, 그때 팍! 터뜨려 준다. 강렬한 반전이라더니, 역시나! 막판에 완전히 확 뒤집어져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말을 보여준다.

아이들이 사라져버린다는 금지된 곳 '사사숲'.

평소와 다른 느낌이 드는 '삼촌'.

뭔가 비밀을 알고 있는 듯한 삼촌의 여자친구 '사토미'.

그리고 반항적인 한 소년 '세이'.

읽을수록 궁금하게 만드는 이들과의 관계가 바로 이 이야기의 핵심!

무서운 장면은 없지만 결말을 알고나면 오싹함에 머리가 띵해진다.

과연 귀신 보다 무서운 건 '인간'이었다.

역시나 기대했던 것 만큼 재미있다.

다만, 이번 소설은 혼자 있을 때 읽어도 괜찮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