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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938년에 '가스 라이트(Gas Light)'라는 연극을 했다고 한다.
이 연극은 남편이 집안의 가스등을 일부러 어둡게 만들고는 부인이 집안이 어두워졌다고 말하면 그렇지 않다는 식으로 아내를 탓하고, 이에 아내는 점차 자신의 현실인지능력을 의심하면서 판단력이 흐려지고, 남편에게 의존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는데, 이 연극에서 비롯된 정신적 학대를 일컫는 심리학 용어로 <가스라이팅>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이 소설이 바로 '가스라이팅'을 가지고 만든 심리스럴러이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 캐시는 파티에 참석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비가 많이 쏟아져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숲속 지름길로 차를 몰았는데, 앞에 차 한대가 멈춰서있는 것을 발견하고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싶어 차를 멈췄지만, 차안에 있는 여성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도와주려했지만 혹시 모를 위험때문에 그냥 지나쳐 가버리고 다음날 아침 차안에 있던 여성이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듣게 된다. 자신이 그냥 지나쳐 가버렸기 때문에 그녀가 죽었다는 죄책감 때문에 힘들어하고, 이 날 이후 계속 이상한 전화가 걸려오며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의 행동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점점 자신의 기억력에 의심을 품으며 히스테릭해지는 캐시에게 우연히 마주한 작은 도움이 이 어둠을 빠져나갈 희망으로 변한다.
캐시처럼 점점 자신이 미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결코 미친게 아닐지도 모른다.
나를 의심하고 있다면 그것이 오히려 정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족과 친구들이 나를 믿어주지 않는다면? 그땐 정말 미처버릴지도 모른다. 그러한 캐시의 상황때문에 읽는 나조차도 미칠 것만 같았다. 왜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거야? 왜 자꾸 캐시를 환자 취급하는거야? 아니면 정말 캐시가 망상에 빠진 환자인걸까? 나조차도 캐시를 의심하고 있었다. 그리고 답답해하고 있었다. 휘둘리고 있는 캐시가 미워질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이것이야말로 작가님이 파놓은 함정같은거였다. 이렇게 느끼게 하다가 뒤에가서 팍 터뜨리는 작가님만의 방식!
전작품 <비하인드 도어>에서도 계속 나를 힘들게 휘둘다가 결말에서 시원하게 한방을 터뜨려 만족스럽게 하더니, 이번 소설에서도 그 기법을 쓰셨다. 마지막 50페이지가 이렇게 재미있을줄이야!
속도감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읽다보면 어느새 반이상은 훌쩍 넘어가고, 빨리 결말을 보고싶어 책을 덮기 싫을정도 였으니까.
작가님 소설은 영화로 만들어져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두웠다가 서서히 환하게 밝아지는 빛같은 소설이다. 너무나 재미있어서 이제는 신간이 나올때마다 꼭 봐야만 하는 책 중 하나가 되었다. 이번 여름 휴가지에서 읽기에 딱 좋은 소설이다. 추천! 추천! 또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