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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을 열다
송인갑 지음 / 청어 / 2012년 7월
평점 :
향기에 관한 여러가지..
저자의 이름이 굉장히 낯익다.
그런데 책을 덮는 마지막까지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다른 저서를 보아도 제목은 모르겠고,,, 이전 직업에서 교육받을 때 들은 이름인가 싶기도 했다.
그건 그렇다 치고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4월 축농증 수술을 하고 난 이후 나는 후각을 거의 잃었다고 볼 수 있다.
냄새의 강도가 강해야만 맡을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점은 예민한 후각 때문에
조금만 냄새가 나면 수선을 떨어서 주변사람들이 불편했었는데
이젠 다른 사람들이 편해진 것이고
나쁜 점은 둔해진 후각 때문에 냄새를 잘 못 맡게 되니
오래된 것이 확실한 음식도 상한 냄새를 맡지 못하고
음식의 맛도 잘 느끼지 못하니 맛있는 음식이 별로 없다.
매연같은 나쁜 공기, 상한 음식 등 인체를 보호할 수 있는 냄새의 기능에서 얻는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되니 위험하기도 하다.
내가 왜 냄새를 못 맡는지 냄새라는 것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책은 후각의 경로에 대해 해부학적으로 말해주는 부분은 없다.
향기..냄새와 향기는 조금 구별해 줘야 할 것 같다.
저자가 말하고 있듯이 후각은 기억과 관계가 있다.
나도 지금 냄새를 잘 맡지 못하지만 기억에 의존해서 '김치부침개 맛이 날꺼야'라고 생각하고 먹는다.
내가 좋아하던 음식이니까 그 맛이 날 것을 기대하면서 먹는 일이 많다.
기억을 부르는 후각..이라는 측면은 나의 경험에서도
수능시험을 보던 날 냄새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추운 어느날 갑자기 그날의 냄새를 느꼈다.
저자는 여러 소설이나 문헌, 향에 관련한 사건을 통해서 향기에 대해 말한다.
향기의 역사가 꽤 오래 되었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향기를 이용한 종교, 정치, 외교 그리고 개인적으로 단순히 유혹을 하기 위해서도 오래 전부터 이용 되었다는 것이 새로웠다.
향기를 이용한 마케팅에 대해서 들었었다.
그러나 영화에 이용했다는것은 처음이었는데 듣고 보니 실패할 만도 했다.
후각이란 예민하기도 하지만 가장 빨리 마취되어 금새 냄새를 못 맡게 되는 특징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향기도 함께 합쳤을 때 좋아야 하는 것이 조향사의 위대함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언젠가 TV에서 본 내용. 실생활에서 모르고 경험했던 것을 책을 통해서 집어냈다.
향수를 꽤 좋아해서 적지 않은 향수를 모으고 있었는데
향은 개개인의 취향이 크게 반영되기 때문에 향기마케팅이 은근히 모험이다.
인공적인 향은 오히려 두통이나 메스꺼움같은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하고
좁은 공간에서 체취와 만나면 역하기도 하다.
그러나 분명 향기는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한다.
책을 읽다보면 향에 대해 많은 문헌과 자료가 있다는 것도 새롭고
향과 관련한 많은 직업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베니스의 유리공장과 프랑스 그라스지방의 향.. 문화와 기후등도 향에 영향을 미친다.
향이 지배층과 부의 상징이기도 하고 치료요법으로도 쓰이고 향기가 참 매력적이란 생각이 든다.
공간과 향기 디자인은 정말 흥미로웠다.
저자의 말처럼 사실 나도 대통령과 향기는 실감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분명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우리도 교육할 때 일부러 향수를 손에 뿌리고 악수하라고 한 적 있다.
영업은 기억에 남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난 동양의 향이라고 부를 만한 것 중에서 '매화' 향기가 좋다.
맡아도 맡아독 계속 깊게 들이마시고 싶은 향기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올해부터는 이 향기를 맡지 못하게 되었다.
매화향은 그윽하나 연하기 때문에 순간순간 느껴지고 다시 사라지는 것 같은 안타까움이 있는 향기다.
마지막 부분의 '비통'을 해석한 부분은 조금 지루했다.
아마 내가 조향사가 꿈인 사람은 아니고 그저 남이 만든 향 중에 내 좋은 것을 선택하는 사람이라 그런가보다.
저자의 능력중 정말 놀라웠던것은..
공기중에서 비가 올 것을 미리 알 정도로 물기의 냄새를 감지해 내는 능력..
오~ 정말 대단하다.
요새 나는 혹시 내 후각을 살릴 수 있을까 싶어서 냄새를 맡는 연습을 한다.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소설'향수'의 그루누이는 대체 어떤 코일까??!!
아! 마지막에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글이 있다.
언젠가는 엄마냄새를 그리워하게 되는 날이 올 것이란게 서글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