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최고다!

배가본드 1
이노우에 다케히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5월

이노우에 다케히코. 슬램덩크의 작가 라는 이유만으로도 주저없이 만화를 집어들게 만든다.일단 그림체는 이제껏 본 만화중에 가장 잘그렸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주관적인 관점이지만. 선이 굵고 인물들의 개성이 뚜렷한 '커다란'만화이다. 그리고 상당히 현실적인 그림체다.내용쪽을 보면 맹목적으로 강함을 추구하는 다케조의 성장기 내지 모험기를 다뤘는데 그게 조금 삼류 학원 만화의 부분이 보이는 듯도 하다. 점점 강해지고 점점 더 강한자를 찾아다니는 부분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걸 멋진 화면구성과 맹목적으로 강함을 추구하게 만든 동기등이 그것의 단점을 보완한다.일본 무사들의 이야기라 생소한 부분도 있고 왜색이 짙은 부분도 있어서 조금은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그리고 그렇게 정붙일만한 등장인물이 없다는 것도 단점이다. 주인공 다케조는 너무 강해서 절대 죽을리 없을테고, 타쿠앙은 완벽한 존재이고, 그의 친구(이름 기억 안남)는 너무 치사해서 그렇고 그나마 정이가는 오츠는 등장 횟수도 적다.아무튼 그림과 그 장면장면의 구성만으로도 감탄하며 읽을만 하다.

내가 본 만화중 최악의 그림체

도박묵시록 카이지 1
후쿠모토 노부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5월

보기 전까지만 해도 그림만 보고서 읽어볼 생각을 안했다. 그리고 제목을 보고 도박꾼이 나와서 도박을 하는 얕은 지식으로 왈가왈부하는 일본의 그저그런 만화인줄 알았다. 우연히 1권을 읽을때까지 내 그런 생각이 맞았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내가 본 만화중에서는 단연 최악이라고 말할만한 빳빳한 그림체, 거기다 형편없고 무능력한(만화에서 쓰레기라 지칭하는)주인공 거기다 주인공이 도박을 하게 되는 어쩔 수 없게 만드는 뻔한 내용전개까지. 하지만 1권 후반부터 2권을 보면서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이 만화책이 20권정도 까지 나올수 있었던 이유와 사람들이 카이지를 읽는 이유를 말이다.첫번째로 하는 가위바위보 게임. 단순히 운으로 하는 게임이라 여겨지지만 이 게임 하나에도 치밀한 계산을 해뒀던 모양이다. 시간이 흐르며 변하는 주위 상황과 그에 따른 철저한 계산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상황들이 독자로 하여금 다음권을 계속 보게 만든다. 하지만 무거운 주제같은걸 다루려 한 모양인데 극악의 그림체와 어설픈 구성때문인지 전혀 와닿지 않는다. 돈이 최고라는 악당의 말 외에는.그리고 사다리 게임은 아이디어 부족이랄까? 가위바위보의 아이디어같은걸 기대했던 난 조금, 아니 많이 실망했다.아직 거기까지밖에 보지 않아서 자세히 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림체만으로 혹평을 받기에는 아쉬운 만화임은 분명하다.

1분중 0분께서 이 리뷰를 추천하셨습니다.

현실에선 꿈꿀수 없는

국화꽃 향기 1
김하인 지음 / 생각의나무 / 2000년 6월

한권을 다 읽진 못했지만 대충 감이 잡힌다. 미주는 애낳다가 죽겠지 하고 뻔한 내용이 연상된다.

잘생기고 키크고 노래잘하고 무드있는 완벽한 남자주인공 승우와 터프하고 자유로운 여자 미주의 사랑이야기. 남자주인공 너무 비현실적이다. 이런 남자가 진짜로 있을까? 읽으면서 느낀건데 승우가 참 이상한 놈이란 점이다. 완벽한 남자가 여자에게 프로포즈했다가 차였는데 끝까지 달라 붙는다. 여자가 싫다는데. 대부분 이런남자는 자신을 잘 알고 프로포즈는 잘 안할뿐더러 여자에게 매달리는 경향도 별로 없다. 그런데 이남자는 여자가 넘어올때까지 계속 쫓아다니고 찍는다. 여자도 결국 잘생긴 킹카에게 넘어가고. 별것 아닌 내용이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환상이다. 상대방에 대한 극도의 환상. 노래가사나 이런 소설들에서 나오는 사라은 사람들의 환상을 부추긴다. 그리고 이성에게 느끼는 호감을 사랑이라고 착각하게끔 만든다. 하지만 이런 소설들이 나올수밖에 없는게 사람에게 꿈을 꿀 수 있게 만든다는 점이다. 실제로 없는걸 꿈꾸고 사랑이라 믿는다(쓰면서도 뭔소린지 햇갈린다).

결론적으로 할일 없으면 읽으시라. 글을 못썼다거나 그런건 아닌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싫어하는 스타일이라 그다지 권하고 싶은 책은 아니다.

9

아홉살 인생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01년 1월

위기철이란 사람 대단히 반가운 이름이다. 어릴때 반갑다 논리야, 논리야 놀자 등 논리 시리즈로 호응을 얻었던 사람이다. 이사람 소설도 썼었다니 기대하며 책을 폈다.

책은 기대 이상이었다. 아홉살, 인생을 논할만한 나이는 아니지만 대충은 인생을 느낄만한 나이. 아홉살 여민이가 겪는 사건들은 어찌보면 흔하다. 물론 배경이 약간은 과거이기에 지금과는 많이 다르겠지만 지금의 아홉살들이 겪을만한 이야기도 있다. 여자 짝궁과의 어린 사랑, 어린이들 싸움이나,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결론짓는 여민이의 모습은 재밌기도 하다. 나 아홉살때는 어땠던가? 하고 생각하보면 별 생각도 안난다. 별 특징없이 그저 그렇게 보낸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여민이처럼 많은 생각을 하며 보냈더라면 지금쯤 나는 어떤 모습일까?

에지만도 못한

쿠니미츠의 정치 1
안도 유마 글, 아사키 마사시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10월

미스테리 극장 에지에서 에지의 친구로, 일본을 바꾸려는 야심가이자 올바른 정치를 꿈꾸던 쿠니미츠의 이야기가 따로 나왔다. 결과는 에지보다도 못하다. 전작 미스테리극장 에지보다 나아진점도 없거니와 에지에서 사이코메트리 라는 독특한 소재로 오랬동안 사건을 전개할 수 있었던점과 달리 쿠니미츠의 정치는 정치를 꿈꾸지만 한없이 무식한 쿠니미츠의 정치인들을 때려 뿌수는 무대뽀적인 쿠니미츠의 행태만 나열될 뿐이다. 게다가 주인공 성격도 에지와 다를 것 없는 판박이다. 작가는 이런 무대뽀적인 성격의 인물을 가장 매력적으로 바라보는걸까?

쿠니미츠 정치에서 보여주는 코믹한 요소 역시 에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이다. 똑같은 개그. 똑같이 별로 웃기진 않는다. 아니 에지처럼 변태적으로 웃기지도 못한다. 한권밖에 보지 않고 속단하는것 같지만 작가가 빨리 에지에서 벗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