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그땐 국민 학교) 때 일기를 써서 아이들 앞에서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 그때 쓰던 것이 습관으로 굳어져 매일은 아니더라도 자주 쓰곤 했다. 그러다가 친구와 함께 같은 방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허락 없이 남의 일기를 보는 것을 목격하면서부터 쓰기 싫어졌다. 결혼 후에 다시 시도했는데 친구가 한 행동을 남편이 똑같이 하는 것을 보게 되어 더는 쓰지 않게 되었다. 그다지 비밀이 있었던 게 아니었는데도, 소소한 나만의 감정을 모두 드러내 놓기가 싫었다. 그러면서 점차 편지 쓸 일조차도 줄어들어 글쓰기는 나와 영 인연이 없어진 듯 보였다.
후에,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 차츰 여유가 생겨, 독서 모임을 시작하면서 발제를 맡아야 할 때가 있었는데 생각처럼 글이 잘 써지지 않았다.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았더니, 어릴 때에는 솔직하게 쓰던 것이, 성인이 되면서 불편한 일들을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걷어내며 쓰고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글에 핵심이 빠지게 되어 좋은 글이 될 수 없었다. 어렴풋이나마 이유를 알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쉽게 개선되는 것도 아니어서 글쓰기를 거의 포기한 채 살았다.
분명 글쓰기에도 타고난 천재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그러니 잘 쓰고 싶다면 차근차근 배우며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 책≪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는 쓰고 싶은데 잘 써지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경험을 살린 글쓰기’에서부터 ‘보고 읽은 것에 대해 쓰는 방법’을 일러 주고, 삶 가까이 글을 끌어당길 수 있게 이끌어 준다. 특히 4장‘ 퇴고는 꼭 해야 합니다.’에서 다룬 ‘편집이 필요한 이유’부터 ‘잘 읽히는 글’, ‘없애야 오히려 글을 살릴 수 있는 것’ 등 소소한 부분까지 확실히 짚어준다.
한 번 글쓰기도 벅차 쓴 글을 잘 돌아보지 않다가 요즘에서야, 조금씩 고치면서 글이 좋아지는 것을 느껴가고 있는 터라 직접 글쓰기 수업을 받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