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집을 사기로 했습니다 - 1인 가구 생활자의 내 집 마련 대모험 자기만의 방
이보현 지음 / 휴머니스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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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집을 사기로 했습니다 / 이보현

(1인 가구 생활자의 내 집 마련 대모험)

 

 


 

남들처럼 좋은 아파트는 아니고 우리 형편에 맞는 소형 다세대 주택을 사서 이사 온지도 벌써 20년이 넘어가고 있다.

 

남편이 10년 넘게 넣은 청약저축을 해약해서 엉뚱한 곳에 사용하는 바람에, 분양 받는 것을 포기하고 전세로 살던 집에 오래도록 눌러 살게 되었다. 오래 살다보니 전세도 내 집 같아서 좁아도 마음만은 편하게 살았는데, IMF가 닥치고 집값이 떨어지면서 세입자들 중에 이사 가겠다는 세대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졌다. 결국 집주인이 일부 세입자에게 시달리다가 다른 이에게 집을 팔았다. 문제는 새 주인이 더 이상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건물에서, 어찌어찌해서 편법으로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아예 도망가 버렸다는 것이다.

 

서민들에게 전세금이란 전재산이나 마찬가지이고 보니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어서 건물을 깨끗하게 관리하며, 고장 난 곳은 세입자들을 설득해 돈을 추렴해 고치는 등 어렵게 버티어 나가던 중에, 조금씩 집값이 회복되고서야 주인이 다시 나타나 집을 매매하여 다행히 전세금은 돌려받을 수 있었다.

 

말이 쉽지 그 과정에서의 마음고생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작아도 내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련한 것이 지금의 이 집 다세대 주택(보통 빌라라고 칭한다)이다.

 

워낙 시중에 재테크 책이 넘치다보니 이 책이왕이면 집을 사기로 했습니다.도 처음 제목만 보고는 그런 종류의 책인 줄 알았다. 그러다가 출판사 서평을 보고는 그게 아니구나, 청년인 내 아이들에게 어쩌면 꼭 필요한 책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지? 조금 두려운 듯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닌 감정, 마냥 좋은 건 아니지만 굳이 말하자면 뿌듯한 이 감정, 익숙하다. 혼자 모르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날 기대되고 신나면서도 고생할 게 뻔히 보여 무섭고 귀찮아져서 되려 가기 싫어지던 마음, 고장 난 물건을 고친답시고 손을 댔다가 완전히 더 망가뜨리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분해하던 순간의 긴장감 같은 것. 그럴 때마다 어렵고 두렵지만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늘 잘 풀리지는 않았지만 지나고 나선 언제나 하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11)

 

새로운 곳으로 홀로 여행을 떠나거나 연고 없는 지역으로 이사해서 사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밝힌 이 책의 저자는, 자칫 인생을 대충 살아가는 것처럼 헐렁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려동물 고양이(이름이 가지)와 완주에서 살다가 집을 사서 대전으로 이사 가는 과정이, 소소한 부분까지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겨 있다.

 

때때로 내가 가족의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는다. 대책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나의 믿는 구석이 결국 가족이라고, 그러면 그렇지 하고 흐린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언니와 엄마가 나의 비빌 언덕인 것은 맞다. 그렇지만 나의 더 높고 넓은 언덕은 세상 사람들이었다.(21)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기도하고, 때로는 인터넷 친구들에게서 힌트를 얻기도 한다. 그렇게 처음 집을 살까말까 고민하는 과정에서부터, 완주에서 대전을 오가며 겪은 일들을 더 이상 세세할 수 없을 정도로 눈앞에 그려지도록 기록했다. 그것도 아주 쉽고 재미있게.

 

그러니 일단은 가벼운 마음으로 쭉 재미있게 읽으면 된다. 반드시 체크가 필요한 부동산· 세금 ·대출 용어에서 등기부등본과 계약 준비물, 부동산거래계약신고필증 잔금일 체크리스트, 이삿날 체크리스트 등 친절하게 따로 잘 정리되어 있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볼 수도 있다.

 

책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저자의 다른 책 안 부르고 혼자 고침을 찾아서 읽어 보았다. 도서관에 있으니 이럴 때에는 참 편리하다. 도서관이라고 모든 책이 구비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의 가정보다는 훨씬 다양하다. 없는 책은 다른 도서관에서 상호대차를 신청해서 빌려볼 수도 있고.

 

전작 안 부르고 혼자 고침이나 이번 책이왕이면 집을 사기로 했습니다나 모두 아주 자세하게 쓰여 있다. 물론 요즘은 예전과 달리 도구 사용설명서 정도는 굳이 챙겨두지 않아도 인터넷 검색으로 가능하다. 아직도 습관적으로 뭔가 고장 나면 사용설명서를 찾는 나와 인터넷 검색을 하는 내 아이와는 분명 세대차가 난다.

 

그때그때 하나씩 찾아서 검색하는 것도 좋지만, 이사를 고민하고 집을 알아보고 매매하는 관정이 오히려 지금의 청년들은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예전보다 독립하는 시기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비대면을 겪으며 SNS에 익숙한 세대들은 전 화거는 것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부동산에 전화하고, 직접 찾아가서 공인중개사에게 문의하는 과정부터가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 집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나, 이사나 매매 계획이 있는 이들이 미리 한 번 읽어보고 시도하기에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집을 사서 직접 등기까지 해 내는 과정을, 지나치다고 느낄 정도로 세심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라 적극 추천한다.

 

자가가 아니라고 해서 임시의 삶은 아닌데, 사는 게 참 힘이 든다. 주거권은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기본인데 영혼까지 끌어다 노오력해도 자가는 쉽지 않은 일임을 우리는 너무 잘 안다. 문제해결이 개인의 몫으로만 여겨지지 않기를, 집값 안정이니 부동산 정책이니 국가와 사회가 해야 할 몫을 제대로 하기를 바랄 뿐이다. (12)

 

집이 투기가 아니라 편안하게 거주할 수 있는 보금자리가 되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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