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오래 전에 독서치료프로그램을 수강할 때 알게 되어 사서 읽고, 가슴이 먹먹하면서도 뭔가 조금 불편한 부분도 있어 책꽂이에 꽂아두고 외면해 버린 책이다. 아마도 이 책≪학대받는 아이들≫ 속에 등장하는 부모들과 자신은 다르다고 생각하면서도 거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어서였을까…? 그 때의 감정을 지금은 잘 모르겠다.
다시 이 책을 손에 들게 된 것은, 아마도 최근에 이슈된 조두순 출소, 정인이 사건, 거기에 구마교회 사건 등등, 너무 많은 아픈 일들로 인해 피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는 절실함 때문이다. 무슨 문제이던지 피하기보다는 제대로 알고 대처하는 게 올바른 방법인데, 그동안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듯이 너무 많은 일들을 회피한 우리 어른들로 인해, 사회가 점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여전히 병들어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반성을 절로 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진심을 이렇게 끌어낼 수 있는지 놀라울 정도로 솔직하게 쓴 아이들의 응어리지고 상처 받은 마음들이 이 책 안에는 고스란히 들어 있다.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 이 호철 선생님이 “살아있는 글쓰기‘를 하면서 끌어낸 아이들의 속마음이다. 일기 형식으로 쓴 글을 맞춤법 등 조금 수정해서 올렸다고는 하나, 사투리까지 그대로 기록되어 그야말로 아이들의 진심이 생생히 느껴져 그 글 자체만으로도 울림이 되어 마음을 적신다.
이 책≪학대받는 아이들≫ 은 아이들의 표현을 우리 어른들이 얼마나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매 맞는 아이들의 감정 상태, 부부갈등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른들이 무심코 저지르는 행동들이 아이들을 얼마나 상처 받게 하는지, 아이들의 자존심과 학대받는 아이들의 성(性)까지…….
아이들이 쓴 글을 바탕으로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을, 아이들의 내면까지 생각한 저자의 처방전을 따라가다 보면, 어떻게 이런 부모가 있을까 싶은 부분에서부터 나도 모르게 아이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학대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 아쉽게도 절판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