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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대로 살아라 - 자유 사용설명서
톰 디즈브로크 지음, 김영민 옮김 / 도솔 / 2008년 5월
평점 :
자유!
이름만으로도 몸에 공기가 차들어 오면서 하늘로 붕붕 떠오르는 느낌이다. 한용운이 아무리 ‘복종’이 더 좋다고 말해도 우리는 ‘자유’를 꿈꾼다. 준비나 계획 따윈 처박아두고 홀가분한 현실 도피적인 자유를 꿈꾼다면 이 책을 읽어봐야 가슴만 더 답답해질 것이다. 진정한 자유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자유를 위한다면 우선 다이어리를 준비하라. 그리고 계획하고자 하는 일을 차근차근 적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원한다면 자신에 대한 로드맵을 확실히 세우라. 그래야만 자유의 문에 한 발 다가설 수 있다고 말한다.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획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 하인리히 뵐
연습도 해야 한다. 모든 상황에 대해 스스로 정리해야 되고 생각하고 배워야만 한다. 금지표지판도 만들어야하고 스스로에게 조언도 구해봐야 한다. 이 만큼 하다보면 이건 자유가 아니라 구속이다. 이런 구속을 이기지 못하면 자기운명에 개척은 있을 수 없으며 개척 없는 자유는 질 낮은 마이너스 인생이 되는 것이다.
이런류의 자기 계발서들이 그렇지만 옳은 말 투성이다. 그런데 다 읽고 나면 그 말이 다 그 말 같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음... 다이어리와 색연필을 준비 해야겠군. 그리고 내 생각을 열심히 써대야겠군.’ 하고 생각했지만 내 가방에서 다이어리는 항상 뒷전이다. 그러니 부담감이 더 커진다. 자유의 기본은 다이어리라는데 내 가방엔 그게 없으니 내 자신에 대한 로드맵은 언제나 그려질까? 그러면서 그 구속이 다시 버거워진다. 늘 상처는 건들수록 아픈 법이다.
목표를 세우되 구체적으로 세우란다. 나의 목표는 늘 추상적이다. 나의 못된 버릇을 지적해주는 책의 갈피갈피엔 내가 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해답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내 삶의 목표가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언젠가는...., 이런 나는 언젠가는 죽겠구나 싶다.
“아무리 느림보 중의 느림보라도 목표지점을 시야에서 놓치지만 않으면
정처 없이 헤매는 느림보보다 언제나 빠를 수밖에 없다. (고트홀트 에프라임 레싱) ”
책은 친절하게도 ‘자유를 위한 결정에 필요한 7단계’도 연습할 수 있게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 시간을 확보해야 되고 아이디어 수집을 해야 하며 해결책을 하나씩 살펴보고 기록하며 예상결과를 검토하며 마음속 고정관념에 귀 기울여 최종 결정을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늘 적극적인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스스로의 한계를 알고 도덕성에 반하여 결정한 선택권을 스스로 갖는 것도 중요하다. 때로는 이기적인 자만이 스스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얘기다. 책임감을 미덕으로 알고 있는 사회 통념 속에서 자책감에 시달릴 필요는 없다고 충고한다.
“자신의 한계가 어디인지 아는 사람만이 정말로 자유롭다 (폴커 슈톨츠) ”
나는 가끔 내가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서 불안하다. 큰 집도 맘에 안 들고 큰 차도 맘에 안 든다. 그러면서 남의 탓을 한다.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큰 집도 큰 차도 내 옆에 있게 된 것은 순전히 남의 탓이 되는 것이다. 저것들이 내 정신과 육체의 자유를 구속시키는 구나. 라고 결정한다. 양질의 나를 위해 아껴둔 돈들이 쓸데없는 곳으로 흘러간 느낌이 스스로를 부끄럽게 하는 것이다. 책은 나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변하기 어려운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자유이고, 세상에 대한 요구와 기대, 소망을 놓아버리는 선택도 자유의 몫이다.” 내 불안이 나 스스로의 것일 수도 있겠으나 세상의 요구일 수도 있겠구나라고 뒤집어 생각해 봤다. 이제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다. 결국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바꾸거나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바꿀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받아들여야할 시점인 것이다.
“소비를 억제하자거나 욕구를 절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과감하게 가진 것을 포기하거나 아주 적은 돈으로 생활을 꾸려가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하더라도, 그런 삶이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나는 우리가 정말로 원하고 마음으로 갈망하는 것을 거리낌 없이 선택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 톰 디즈브로크 - ”
거리낌 없는 선택을 위해 자기 시간의 주인이 되는 삶을 살라는 저자의 충고에 공감하며 이젠 다이어리를 우선순위에 두고 챙길 것이다. 알록달록한 색연필도 깎아 심지를 세울 것이다. 한 번 그려보고 싶다. 내 자유의 밑그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