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들
앙리 드 뤼박 지음, 곽진상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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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예수님!
안녕하세요. 가톨릭출판사 캐스리더스 5, 6월의 도서는 프랑스 예수회 신학자 앙리 드 뤼박(Henri de Lubac, 1896-1991)의 『역설들』입니다. 드 뤼박은 20세기 가톨릭 신학을 대표하는 인물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깊은 영향을 주며 현대 가톨릭 신학의 흐름을 형성하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실제로 가톨릭 신학을 공부하다 보면, 구약 과목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그의 이름을 한 번쯤은 만나게 됩니다. 은총론 수업때에 가톨릭대학교 출판부에서 나온 니케아 콘스탄티노플 공의회 책과 함께 방학동안 읽어볼 책으로 추천해주신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역설들』, 『새로운 역설들』, 『다른 역설들』 세 권을 한데 모은 합본이며, 그의 다른 글들도 부록으로 함께 실려 있습니다. 드 뤼박은 특히 그리스도교가 왜 본질적으로 ’역설적인 종교‘인지를 세 가지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첫째, 그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 신성과 인성이 하나의 인격으로 공존한다는 신비를 강조합니다. 하느님의 초월성과 인간에 대한 연대가 만나는 이 지점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목헌장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에서도 드러나며 그리스도의 인간성을 통해 인간 존엄성과 세상과의 대화를 강조합니다.
둘째, 드 뤼박은 인간을 유한한 자연적 존재이자 동시에 초자연적 소명을 지닌 존재로 봅니다. 인간 내면 깊숙이 자리한 하느님을 향한 갈망은 단순한 본능이 아니라, 하느님께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은총의 동력입니다. 이 관점은 인간 존엄성과 세속 속 협력 가능성에 대한 공의회 문헌들의 신학적 바탕이 됩니다.
셋째, 그는 교회를 신성과 인간성이 공존하는 ‘그리스도의 신비체’로 이해하며, 이를 ‘정반대의 통합’이라 부릅니다. 교회는 거룩한 사명을 지닌 동시에 죄 많은 인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긴장은 교회헌장 『Lumen Gentium』에도 잘 반영되어, 교회를 하느님의 백성으로 새롭게 정의하며, 세상 안에서의 쇄신을 촉구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른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수년 전 어느 날, “갈매못 성지가 바다를 향해 열려 있어 정말 아름답다”는 어느 할머니 자매님의 말씀에 이끌려 단체로 순례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그 성전은 말 그대로 눈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그곳은 다섯 성인이 순교하고, 수백 구의 무명 순교자 시신이 바다에 떠올랐던 자리였습니다. 성지 신부님은 “이곳은 관광버스를 타고 와서 경치 구경이나 하다 갈 곳이 아닙니다”라며 격정적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저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이 어떻게 그렇게 잔혹한 죽음의 무대가 될 수 있는지를 두고 깊은 충격과 혼란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역설들』을 읽으며, 그 아름다운 바다와 참혹한 순교의 기억이 결코 모순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바다의 눈부신 겉모습과 순교자들의 피로 물든 피의 기억이 그리스도의 신앙 신비 안에서 하나로 통합된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은 유한하면서도 하느님을 향한 초월적 갈망을 지닌 존재이고, 순교자들은 바로 그 갈망을 생명으로 증거한 이들입니다. 눈부신 바다는 그들의 죽음을 덮는 장식이 아니라, 하느님의 창조와 순교자의 신앙이 조화를 이루는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교회의 역설은 이 바다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합니다. 죄 많은 인간들이 모인 교회는 완전할 수 없지만, 순교자들의 증언은 그 교회가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얼마나 거룩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피로 물든 바다는 교회의 나약함과 거룩함이 동시에 드러나는 자리였고, 그것은 곧 하느님 나라를 증거하는 방식이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순교지에 순례를 가는 이유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담담하게 아포리즘 형식으로 구성된 앙리 드 뤼박의『역설들』은 고통과 아름다움, 유한성과 초월, 나약함과 거룩함—그 모든 것이 역설 안에서 하나 되는 신비임을 깊이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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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님께 바치는 찬가들
코스탄테 베르셀리 외 엮음, 이인섭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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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예수님~ ^^
안녕하세요. 가톨릭출판사 북클럽 5~6월의 도서로 코스탄테 베르셀리와 제오르제스 가리브의 『성모님께 바치는 찬가들』 을 소개합니다. 단순한 성모 찬송 모음집일 거라 예상과는 달리 서문에서 성모 마리아를 찬송하는 신학적·전례적·문화적 이유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서문에서 마리아론의 깊이 있는 신학적 논의가 펼쳐졌기에 의외로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모르고 휙 읽으면 또 그냥 넘어갈 수도 있어보이는, 읽기에 따라 어려울수도 있고 쉬울수도 있는 책입니다.
서문은 역사적 예수와 신학적 예수의 맥락에서 마리아를 조명하며, 단락마다 풍부한 자료를 요구하는 학문적 깊이를 담고 있습니다. 본문은 서문의 내용을 바탕에 깔고 시대와 지역에 따라 마리아를 찬송하는 찬가들의 예시글 모음입니다. 서문을 읽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찾아본 덕에 마리아 공경의 역사적·신학적 여정이 흥미로웠습니다. 서문에서 언급되는 가브리엘레 펠리자리의 세 단계(신약 시기, 전례·신학적 고찰, 피에타스)를 중심으로, 마리아의 신학적 중요성, 동방·서방교회의 찬가 전통, 그리고 현대적 전망을 정리하며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 책은 마리아를 예수님의 신성과 인성을 잇는 다리로 소개합니다. 그녀는 하느님의 어머니(Theotokos)로, 동정성(Parthenia)을 상징하며, 구약 예언(이사 7:14)을 통해 예수님의 탄생을 빛냅니다. 신약 시기에는 마리아가 예수님의 엄마(갈라 4:4), 하느님의 계획을 보여주는 표징(마태오·루카 복음), 교회를 품는 어머니(요한 복음)로 등장합니다. 마니피캇은 하느님의 구원을 노래합니다. 이후 에페소 공의회(431년)에서 하느님의 어머니로, 콘스탄티노플 공의회(553년)에서 평생 동정성이 공식화됩니다. 중세에는 마리아가 신자들의 친구이자 중재자(풀베르토, 찬가 96)로 다가옵니다.

동방교회는 4~9세기 찬송이 전례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단순한 멜로디로 모두가 함께 노래했습니다. 카잔 성모 같은 이콘은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로 찬양합니다. 서방교회는 힐라리오의 어려운 찬송에서 시작해 암브로시오의 감미로운 노래(찬가 15)와 네 축일(2월 2일, 3월 25일, 8월 15일, 9월 8일)로 발전합니다. 묵주와 성모 발현(루르드)은 신앙심을 키웠습니다. 동방은 이콘과 전례에, 서방은 개인적 신심과 시에 초점을 맞춥니다.
어렵지만 꼼꼼하게 읽고나면 상당히 뿌듯해지는 책입니다. 안타깝게도 제가 돌아서면 까먹는 불치의 병을 앓고 있어서 좀 더 재미나게 찰떡같이 내용을 못 풀어내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 책은 마리아의 신학적 깊이와 따뜻한 신심을 담아 성모성월을 빛내줍니다. 성모님의 사랑으로 마음을 채우는 이 책은 성모성월에 신앙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친구 같다고 소개하면 넘 간지러울까요? 묵주를 손에 들고, 성모님의 노래를 함께 부르고 싶은 모든 이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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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의 비오 신부
존 A. 슈그 엮음, 송열섭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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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예수님!

 안녕하세요. 가톨릭 북클럽 3, 4월의 도서는 『오상의 비오 신부』입니다. 비오 신부님은 예수님의 다섯 상처를 몸에 지닌 성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요.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한 전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펼쳐보니 신부님을 직접 만나고 체험한 이들의 생생한 증언으로 가득한 구성이라 처음엔 다소 낯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내용이 무척 흥미로워, 비오 신부님을 둘러싼 기적과 신비로운 이야기들에 금세 빠져들었습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비오 신부님과 함께한 카푸친회 사제 및 수도자들의 증언, 산 조반니 로톤도에서 신부님을 가까이 모셨던 이웃들의 이야기, 그리고 지역을 넘어 이어진 특별한 인연들의 증언입니다. 이는 단순한 지역적 구분일 뿐, 전체 내용은 비오 신부님의 거룩한 삶과 기적, 신비로운 현존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비오 신부님은 무려 50년 동안 손과 발, 옆구리에 예수님의 상처를 지니신 채 살아가셨습니다. 늘 상처로 인한 고통 속에 계셨지만, 동시에 여러 곳에 신비롭게 현존하셨고, 마귀의 끈질긴 공격도 묵묵히 견디셨습니다. 생존이 불가능한 극소량의 음식만 드셨음에도 몸무게는 충분했으며, 팔뚝은 아이처럼 가늘었지만 때로는 거인처럼 커보이기도 하셨습니다. 수많은 치유의 기적이 그분을 통해 일어났고, 돌아가시기 직전에는 오상의 흔적마저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이 책은 마치 복음서가 예수님을 증언하듯, 비오 신부님의 삶을 증언합니다. 신부님께서는 예수님의 상처를 지니시고 수많은 기적을 행하셨으며, 그 모습을 통해 사람들은 예수님의 현존을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오 신부님은 예수님과 같은 상처와 고통을 50년 넘게 지니신 채,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깊이 동참하셨습니다. 이는 단지 기적의 나열이 아니라, 신부님의 전 생애가 예수님과 함께하는 공동속죄의 삶이었음을 보여줍니다. 문득 학기 초의 일이 떠오릅니다. 어떤 분이 루르드 성지순례 중이라 결석하셨다는 말에, 교수 신부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성지로 지정되는 이유는 단지 그곳에서 기적이 일어났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기적을 목격한 이와 그 사람이 속한 공동체가 신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때 성지로 인정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도 이런 기적에 관한 책을 읽을 때, 단지 비오 신부님이 행하셨던 수많은 기적에만 초점을 두면 안 될 것입니다. 책 곳곳에서도 언급되고 있는 바와 같이 끊임없이 기도하라고 강조하셨던 비오 신부님의 영적 가르침과 예수님의 현존을 의미하는 비오신부님의 삶을 통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묵상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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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사순 시기 - 새로 태어나는 40일
마르쿠스 C. 라이트슈.케르스틴 헬트 지음, 최용호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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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 예수님!

안녕하시죠? 라는 인사를 하기도 조심스럽습니다. 전국적으로 번지는 산불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고통받는 이웃들을 위해 기도하며, 우리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됩니다. 사순 시기는 단순히 고난과 절제의 시간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의 신비를 깊이 묵상하며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여정이 되어야 합니다. 이 고요한 40일 동안 우리는 하느님을 향한 갈망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영혼을 정화하며, 사랑의 실천을 통해 더 깊은 신앙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이번 사순 시기, 가톨릭출판사 캐스리더스 3~4월 도서로 『내 마음의 사순시기』를 읽으며 사순시기의 의미가 단순히 금육과 단식의 실천을 넘어, 신앙이 삶의 구석구석에서 어떻게 구체화될 수 있는지를 다시금 배우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며 걸어가신 마지막 여정, 십자가의 무게를 감당하신 수난, 그리고 결국 부활에 이르신 그 신비로운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제 삶에서 다시 살아나는 현실이었습니다. 사순 시기는 그분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시간이자, 그 길 위에서 나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책은 사순을 단순한 의무적 실천으로 국한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단식과 금육을 넘어, 매일 한 가지씩 구체적인 실천을 제안하며 신앙이 삶 속에서 어떻게 꽃필 수 있는지를 안내해 줍니다. “미뤄두었던 일 마무리하기, 함부로 말하지 않기, 나쁜 습관 고치기, 실수 웃어 넘기기, 주변 사람 더 돌아보기.” 사순을 살아가는 방식은 수도자의 금욕적인 생활처럼 거창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 관계 속에서, 나 자신과의 대화 속에서 사순을 실천할 수 있다고 책에서 알려줍니다. 쉬고 싶은 유혹도 많았지만, 사순의 의미를 떠올리며 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의미 있게 사용하려 노력했습니다.

절대 단번에 되는건 아니지만 이번 사순시기동안 저는 작은 실천들로 저의 내면을 변화시키려고 했습니다. 까칠하게 남의 흠을 지적하던 습관을 멈추고, 대신 상대의 좋은 점을 떠올리며 관계를 회복해 나갔습니다. 3월 한 달 동안 여섯권의 영적 독서와 서평을 쓰고, 5월 가톨릭미술가회 전시를 준비하며, 아름다움을 통해 하느님의 창조성을 묵상하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체력이 고갈되면 짜증이 늘어나는 습관을 반성하고, 깊게 숨 쉬어보기, 속도 늦추기와 같은 몇가지 제안들을 행해보며 마음을 다스려보았습니다. 소풍가기, 특별한 장소 찾아가기를 행하려고 동기 몇 명과 목포 성지를 다녀왔습니다. 의미 있고 아름답고 좋은 곳이었으나 먼 길을 무리한 일정으로 다니느라 과로로 눈에 핏줄이 터지는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적당한 선 찾기, 몸 돌보기, 자신 돌보기를 못 한 것 같습니다.

모든 실천을 다 지킬 수는 없겠지만, 사순이 단순한 의무나 관습이 아니라, 내 삶을 변화시키는 실제적인 시간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매일의 작은 실천이 결국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이고, 사랑의 행위인 듯 합니다. 사순의 끝에는 반드시 부활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 사순을 지나며, 더 깊은 사랑과 기도의 삶으로 초대되기를 바랍니다. 주님의 평화가 함께하시길 빕니다.


본 서평은 출판사의 도서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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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 프란치스코 교황 공식 자서전
프란치스코 교황.카를로 무쏘 지음, 이재협 외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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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대로 사세요.” 라는 말씀을 들을 때마다 고민이 깊어집니다. 나는 과연 복음적인 인간인가, 현실과의 갈등 속에서 나는 과연 복음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반성이 되기 때문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희망을 갖고 살아가라고 하느님께서 가톨릭 출판사에 DM을 보내셨나봅니다. 가톨릭출판사가 복음을 삶으로 살아내고 계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자서전 희망을 보내주셔서 희망이 가득한 책 읽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희망은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라, 한 인간이 시대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떤 신앙을 살아왔으며, 궁극적으로 어떻게 복음을 실천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존재가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었습니다. 개인의 삶이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어떻게 펼쳐지는지를 깊이 있게 조명하는 이야기이자, 우리가 걸어가야 할 신앙의 길을 희망적으로 제시하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문득 "누가 이렇게 글을 잘 쓰셨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 이름을 다시 확인하며 ", 맞다. 교황님의 자서전이지" 하고 되새겼지만, 다시금 "진짜 이 글을 교황님이 직접 쓰셨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교황님께서 젊은 시절 인문학 교사로, 문학을 가르치셨던 분이라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인지 글이 참 맛있습니다. 물론 이 책은 번역서이기에 번역팀의 역할도 컸을 겁니다. 하지만 원문의 깊이와 흐름이 살아있다는 점에서 교황님과 공동 저자인 카를로 무쏘의 필력이 돋보였습니다.

책의 도입부는 1927,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향하던 '이탈리아의 타이타닉'이라 불리는 프린치피사 마팔다호의 침몰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당시 많은 가난한 이탈리아 이주민들이 더 나은 삶을 찾아 아르헨티나로 떠났습니다. 교황님의 조부모님도 그 배를 타려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다음 배로 미루셨고, 그 덕분에 교황님께서 세상에 태어나실 수 있었습니다. 마치 하느님의 섭리가 작용한 듯한 사건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책은 교황님의 조부모님과 부모님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세계 전쟁으로 피폐해진 시대적 상황 속에서 성장한 교황님의 어린 시절을 보여줍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은 훗날 교황님의 신앙과 사목적 비전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러한 맥락과 연관지어 교황님은 책의 곳곳에서 전통의 계승에 대해 여러차례 언급하십니다. 교황님께서는 전쟁이 남긴 상처를 지켜보며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이어가셨고, 에페소서 41-6절을 인용하시며 겸손과 온유, 너그러움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교황님께서는 신앙을 가르침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방언처럼 자연스럽게 물려받았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중심에는 교황님의 신앙적 뿌리가 된 로사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로사 할머니는 초등교육밖에 받지 못하셨지만, 교황님께는 가장 위대한 신앙의 스승이었습니다. 또한, 교황님께서는 어린 시절 이웃에 살던 가난한 이들과 격 없이 지내셨으며, 그들과 훗날 대주교가 된 이후에도 연락을 이어가셨습니다. 교황님은 빈민가에 사는 이웃들과 계속해서 관계를 맺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사목자의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아르헨티나 군사독재 시절, 교황님께서는 국가 사회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두셨습니다. 실종된 자녀들을 찾기 위해 싸우던 이들을 돕다 목숨을 잃은 에스테르와의 우정을 통해, 교황님께서는 억압받는 이들을 돕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셨습니다. 그리고 훗날 교황이 되신 후에도, 군사독재 시절 희생된 이들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셨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감동적인 부분 중 하나는 교황님께서 교회를 수직적인 권위로 보지 않으시고 모든 사람을 수평적으로 보신다는 점이었습니다. 교황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창조물로서 존중받아야 하며, 가난한 이, 동성애자, 여성, 사회적 약자 누구든 교회의 사랑 안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이러한 열린 태도는 교황님의 신앙이 이론이 아니라 삶의 실천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합니다. 희망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삶을 통해, 하느님의 은총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조부모님과 부모님의 삶 속에서 시대의 아픔을 보고, 그 속에서 신앙을 체득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신앙이 결국 교황님의 삶을 관통하는 길이 되었습니다. 교황님의 삶의 체험들이 바탕이 되어 네 개의 회칙과 수많은 교서를 통해 복음적 메시지를 전하셨고, 희망의 신학을 펼쳐 나가셨습니다. 책을 읽으며 신앙은 교리적 지식이 아니라, 삶 속에서 구현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희망은 단순한 낙관이 아닙니다. 희망은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하느님께 기대며 나아가는 힘입니다.

"자비는 하느님의 이름이요, 희망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이름입니다." (P.449)

이 말씀처럼, 희망을 읽은 이들 모두가 하느님의 자비 안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그 희망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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