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레오 14세 - 최초 공식 전기
도메니코 아가소 지음, 이재협 외 3인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찬미 예수님!

안녕하세요. 지구가 역대급으로 뜨거웠던 어제, 7월 8일 가톨릭출판사에서 새 교황 레오 14세의 최초 공식 전기를 번역‧출간했습니다. 날씨도 핫~! 관심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새 교황님의 전기 출간에 대한 화제성도 핫~! 했습니다. ^^ 저는 감사하게도 가톨릭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게 되었습니다. 『교황 레오 14세』는 단순한 인물 소개를 넘어, 왜 지금 이 시대에 교황님께서 선택되셨는지, 그리고 어떤 교회를 꿈꾸고 계신지를 조명하는 책입니다.

교황 레오 14세께서는 성 아우구스티노의 영향을 깊이 받으신 분으로, “한 분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입니다”라는 사목 표어를 통해 교회의 방향을 분명히 제시하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이후 교회는 깊은 슬픔 속에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했고, 중심 교구가 아닌 선교지 출신 주교인 교황님께서 선출되신 일은 매우 이례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이는 변방을 향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사목 정신이 이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첫 연설에서 성 아우구스티노의 말씀, “여러분을 위하여 저는 주교이지만, 여러분과 함께 저는 그리스도인입니다”를 인용하시며, 함께 걷는 동반자로서의 교황상을 제시하셨습니다. 위에서 이끄는 권위자가 아니라 곁에서 함께 걷는 순례자로서, 신자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교회를 이끌어가고자 하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교회는 상처 입은 이들, 멀어진 이들, 소외된 이들을 향해 먼저 다가가야 하며, 사랑과 경청, 동반의 정신으로 열린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교황님의 사목 표어는 단순한 일치의 외침이 아니라, 다양성 안에서의 깊은 연대를 지향하는 선언입니다. 교회는 획일적인 조직이 아니라, 프리즘처럼 다채로운 얼굴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공동체라는 점을 강조하시며, 이는 현재 교회가 함께 걷고 있는 시노드 여정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참여, 친교, 사명이라는 핵심 가치는 교황님의 사목 철학을 이루는 중요한 기둥입니다.

‘레오’라는 이름을 선택하신 이유는 사회문제에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셨던 교황 레오 13세의 정신을 계승하고자 하셨기 때문입니다. 끝없는 기술 발전과 무절제한 소비가 인간을 점점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이 시대에, 교회가 잃어버린 중심, 곧 하느님의 자리를 회복해야 한다는 교황님의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인간이 기술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삶의 중심이 다시 하느님께 향하도록, 교회가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전쟁에 대한 단호한 반대 역시 분명히 하셨습니다.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의가, 정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진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시며, 진리는 결코 가짜뉴스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교회는 단지 영적인 피난처가 아니라, 세상 속에서 진리와 정의, 평화를 실현하는 사랑의 공동체여야 함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교황님의 가슴 십자가에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유해가 모셔져 있으며, 모니카 성녀, 토마스 성인, 안셀모 폴란코 복자, 주세페 메노키오 가경자의 유해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이는 교황님께서 누구의 전통 위에 서 계시는지, 어떤 영적 유산에서 출발하고 계신지를 보여주는 신앙 고백이기도 합니다. 사랑이 최고의 영성이라는 아우구스티노의 가르침은, 교황님께서 지향하시는 교회의 모습과도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앞으로 교황님께 주어진 과제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전쟁과 평화, 중국과의 외교 관계, 교회 내 성학대 문제, 평신도와 특히 여성의 역할 확대, 동성 커플에 대한 사목적 접근 등 복잡하고 예민한 이슈들이 교황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황님께서는 대화를 중시하시며, 시대의 아픔 앞에 귀 기울이는 태도를 견지하고 계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자비와 환대를 계승하면서, 교황 레오 14세께서는 사랑과 일치를 새로운 기둥으로 세워가고 계십니다. 제도 중심의 교회보다, 함께 걷는 교회, 얼굴을 가진 교회를 지향하십니다. 그리스도인에게는 어둠 너머를 바라보는 희망이라는 은총이 있습니다. 저는 교황님의 발걸음이 바로 그 희망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교황 레오 14세께서는 세상 속에서 하느님의 얼굴을 다시 드러내시는 순례자이자, 우리를 그 여정으로 초대하시는 동반자이십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작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 양정무의 명작 읽기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양정무 교수의 『명작은 어떻게 탄생하는가』는 우리가 왜 미술, 특히 명작에 끌리는지를 탐구하며, 예술이 인간의 본질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깊이 성찰한다. 그는 미술의 시작을 동굴벽화에서 찾으며, 그 안에 내재된 제의적 성격에 주목한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 불빛이 흔들리며 살아 움직이는 듯했던 벽화는 오늘날의 몰입형 전시와 유사한, 압도적인 경험을 제공했을 것이라고 본다.

‘art’가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하필 ‘미술’이라는 단어로 굳어진 탓에, 미술이 ‘아름다움’과 동일시되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게 되었다. 그러나 ‘아름다울 미(美)’ 자가 원래 양을 불태우는 제의에서 비롯되었다는 한 한학자의 설명을 인용하며, 오히려 미술은 본래 종교적 행위를 통해 느끼는 초월적 경외감과 감정적 몰입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한다. 이는 미술의 기원인 동굴벽화의 의미와도 잘 맞물리며, 미술이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인간의 영적 충동과 연결되어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작품에는 언제나 작가가 담긴다. 작가는 추상적인 이미지를 물질로 구현하며,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세계관을 드러낸다. 작품에 대한 해석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그 모호함이 오히려 명작의 생명력을 유지하게 한다. 양 교수는 위대한 예술은 논쟁 속에서 태어나며, 논쟁을 통해 끊임없이 재해석된다고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김환기와 백남준의 작품은 더욱 빛난다. 김환기는 서양의 재료에 동양적 정서를 담았고, 백남준은 디지털 시대를 예견한 예언자적 예술가였다. 이처럼 명작은 개인을 넘어 시대와 미래를 비추는 예술적 언어가 된다.

책에는 석굴암과 판테온,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 등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며, ‘초격차’라는 용어를 활용해 모네의 수련 연작을 설명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명작은 어떻게 탄생하는가』는 미술이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인간과 사회를 깊이 성찰하게 하는 살아 있는 사유임을 역설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설들
앙리 드 뤼박 지음, 곽진상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찬미예수님!
안녕하세요. 가톨릭출판사 캐스리더스 5, 6월의 도서는 프랑스 예수회 신학자 앙리 드 뤼박(Henri de Lubac, 1896-1991)의 『역설들』입니다. 드 뤼박은 20세기 가톨릭 신학을 대표하는 인물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깊은 영향을 주며 현대 가톨릭 신학의 흐름을 형성하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실제로 가톨릭 신학을 공부하다 보면, 구약 과목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그의 이름을 한 번쯤은 만나게 됩니다. 은총론 수업때에 가톨릭대학교 출판부에서 나온 니케아 콘스탄티노플 공의회 책과 함께 방학동안 읽어볼 책으로 추천해주신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역설들』, 『새로운 역설들』, 『다른 역설들』 세 권을 한데 모은 합본이며, 그의 다른 글들도 부록으로 함께 실려 있습니다. 드 뤼박은 특히 그리스도교가 왜 본질적으로 ’역설적인 종교‘인지를 세 가지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첫째, 그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 신성과 인성이 하나의 인격으로 공존한다는 신비를 강조합니다. 하느님의 초월성과 인간에 대한 연대가 만나는 이 지점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목헌장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에서도 드러나며 그리스도의 인간성을 통해 인간 존엄성과 세상과의 대화를 강조합니다.
둘째, 드 뤼박은 인간을 유한한 자연적 존재이자 동시에 초자연적 소명을 지닌 존재로 봅니다. 인간 내면 깊숙이 자리한 하느님을 향한 갈망은 단순한 본능이 아니라, 하느님께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은총의 동력입니다. 이 관점은 인간 존엄성과 세속 속 협력 가능성에 대한 공의회 문헌들의 신학적 바탕이 됩니다.
셋째, 그는 교회를 신성과 인간성이 공존하는 ‘그리스도의 신비체’로 이해하며, 이를 ‘정반대의 통합’이라 부릅니다. 교회는 거룩한 사명을 지닌 동시에 죄 많은 인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긴장은 교회헌장 『Lumen Gentium』에도 잘 반영되어, 교회를 하느님의 백성으로 새롭게 정의하며, 세상 안에서의 쇄신을 촉구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른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수년 전 어느 날, “갈매못 성지가 바다를 향해 열려 있어 정말 아름답다”는 어느 할머니 자매님의 말씀에 이끌려 단체로 순례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그 성전은 말 그대로 눈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그곳은 다섯 성인이 순교하고, 수백 구의 무명 순교자 시신이 바다에 떠올랐던 자리였습니다. 성지 신부님은 “이곳은 관광버스를 타고 와서 경치 구경이나 하다 갈 곳이 아닙니다”라며 격정적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저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이 어떻게 그렇게 잔혹한 죽음의 무대가 될 수 있는지를 두고 깊은 충격과 혼란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역설들』을 읽으며, 그 아름다운 바다와 참혹한 순교의 기억이 결코 모순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바다의 눈부신 겉모습과 순교자들의 피로 물든 피의 기억이 그리스도의 신앙 신비 안에서 하나로 통합된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은 유한하면서도 하느님을 향한 초월적 갈망을 지닌 존재이고, 순교자들은 바로 그 갈망을 생명으로 증거한 이들입니다. 눈부신 바다는 그들의 죽음을 덮는 장식이 아니라, 하느님의 창조와 순교자의 신앙이 조화를 이루는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교회의 역설은 이 바다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합니다. 죄 많은 인간들이 모인 교회는 완전할 수 없지만, 순교자들의 증언은 그 교회가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얼마나 거룩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피로 물든 바다는 교회의 나약함과 거룩함이 동시에 드러나는 자리였고, 그것은 곧 하느님 나라를 증거하는 방식이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순교지에 순례를 가는 이유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담담하게 아포리즘 형식으로 구성된 앙리 드 뤼박의『역설들』은 고통과 아름다움, 유한성과 초월, 나약함과 거룩함—그 모든 것이 역설 안에서 하나 되는 신비임을 깊이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모님께 바치는 찬가들
코스탄테 베르셀리 외 엮음, 이인섭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찬미예수님~ ^^
안녕하세요. 가톨릭출판사 북클럽 5~6월의 도서로 코스탄테 베르셀리와 제오르제스 가리브의 『성모님께 바치는 찬가들』 을 소개합니다. 단순한 성모 찬송 모음집일 거라 예상과는 달리 서문에서 성모 마리아를 찬송하는 신학적·전례적·문화적 이유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서문에서 마리아론의 깊이 있는 신학적 논의가 펼쳐졌기에 의외로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모르고 휙 읽으면 또 그냥 넘어갈 수도 있어보이는, 읽기에 따라 어려울수도 있고 쉬울수도 있는 책입니다.
서문은 역사적 예수와 신학적 예수의 맥락에서 마리아를 조명하며, 단락마다 풍부한 자료를 요구하는 학문적 깊이를 담고 있습니다. 본문은 서문의 내용을 바탕에 깔고 시대와 지역에 따라 마리아를 찬송하는 찬가들의 예시글 모음입니다. 서문을 읽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찾아본 덕에 마리아 공경의 역사적·신학적 여정이 흥미로웠습니다. 서문에서 언급되는 가브리엘레 펠리자리의 세 단계(신약 시기, 전례·신학적 고찰, 피에타스)를 중심으로, 마리아의 신학적 중요성, 동방·서방교회의 찬가 전통, 그리고 현대적 전망을 정리하며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 책은 마리아를 예수님의 신성과 인성을 잇는 다리로 소개합니다. 그녀는 하느님의 어머니(Theotokos)로, 동정성(Parthenia)을 상징하며, 구약 예언(이사 7:14)을 통해 예수님의 탄생을 빛냅니다. 신약 시기에는 마리아가 예수님의 엄마(갈라 4:4), 하느님의 계획을 보여주는 표징(마태오·루카 복음), 교회를 품는 어머니(요한 복음)로 등장합니다. 마니피캇은 하느님의 구원을 노래합니다. 이후 에페소 공의회(431년)에서 하느님의 어머니로, 콘스탄티노플 공의회(553년)에서 평생 동정성이 공식화됩니다. 중세에는 마리아가 신자들의 친구이자 중재자(풀베르토, 찬가 96)로 다가옵니다.

동방교회는 4~9세기 찬송이 전례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단순한 멜로디로 모두가 함께 노래했습니다. 카잔 성모 같은 이콘은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로 찬양합니다. 서방교회는 힐라리오의 어려운 찬송에서 시작해 암브로시오의 감미로운 노래(찬가 15)와 네 축일(2월 2일, 3월 25일, 8월 15일, 9월 8일)로 발전합니다. 묵주와 성모 발현(루르드)은 신앙심을 키웠습니다. 동방은 이콘과 전례에, 서방은 개인적 신심과 시에 초점을 맞춥니다.
어렵지만 꼼꼼하게 읽고나면 상당히 뿌듯해지는 책입니다. 안타깝게도 제가 돌아서면 까먹는 불치의 병을 앓고 있어서 좀 더 재미나게 찰떡같이 내용을 못 풀어내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 책은 마리아의 신학적 깊이와 따뜻한 신심을 담아 성모성월을 빛내줍니다. 성모님의 사랑으로 마음을 채우는 이 책은 성모성월에 신앙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친구 같다고 소개하면 넘 간지러울까요? 묵주를 손에 들고, 성모님의 노래를 함께 부르고 싶은 모든 이에게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상의 비오 신부
존 A. 슈그 엮음, 송열섭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찬미예수님!

 안녕하세요. 가톨릭 북클럽 3, 4월의 도서는 『오상의 비오 신부』입니다. 비오 신부님은 예수님의 다섯 상처를 몸에 지닌 성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요.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한 전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펼쳐보니 신부님을 직접 만나고 체험한 이들의 생생한 증언으로 가득한 구성이라 처음엔 다소 낯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내용이 무척 흥미로워, 비오 신부님을 둘러싼 기적과 신비로운 이야기들에 금세 빠져들었습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비오 신부님과 함께한 카푸친회 사제 및 수도자들의 증언, 산 조반니 로톤도에서 신부님을 가까이 모셨던 이웃들의 이야기, 그리고 지역을 넘어 이어진 특별한 인연들의 증언입니다. 이는 단순한 지역적 구분일 뿐, 전체 내용은 비오 신부님의 거룩한 삶과 기적, 신비로운 현존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비오 신부님은 무려 50년 동안 손과 발, 옆구리에 예수님의 상처를 지니신 채 살아가셨습니다. 늘 상처로 인한 고통 속에 계셨지만, 동시에 여러 곳에 신비롭게 현존하셨고, 마귀의 끈질긴 공격도 묵묵히 견디셨습니다. 생존이 불가능한 극소량의 음식만 드셨음에도 몸무게는 충분했으며, 팔뚝은 아이처럼 가늘었지만 때로는 거인처럼 커보이기도 하셨습니다. 수많은 치유의 기적이 그분을 통해 일어났고, 돌아가시기 직전에는 오상의 흔적마저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이 책은 마치 복음서가 예수님을 증언하듯, 비오 신부님의 삶을 증언합니다. 신부님께서는 예수님의 상처를 지니시고 수많은 기적을 행하셨으며, 그 모습을 통해 사람들은 예수님의 현존을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오 신부님은 예수님과 같은 상처와 고통을 50년 넘게 지니신 채,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깊이 동참하셨습니다. 이는 단지 기적의 나열이 아니라, 신부님의 전 생애가 예수님과 함께하는 공동속죄의 삶이었음을 보여줍니다. 문득 학기 초의 일이 떠오릅니다. 어떤 분이 루르드 성지순례 중이라 결석하셨다는 말에, 교수 신부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성지로 지정되는 이유는 단지 그곳에서 기적이 일어났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기적을 목격한 이와 그 사람이 속한 공동체가 신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때 성지로 인정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도 이런 기적에 관한 책을 읽을 때, 단지 비오 신부님이 행하셨던 수많은 기적에만 초점을 두면 안 될 것입니다. 책 곳곳에서도 언급되고 있는 바와 같이 끊임없이 기도하라고 강조하셨던 비오 신부님의 영적 가르침과 예수님의 현존을 의미하는 비오신부님의 삶을 통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묵상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