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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 양정무의 명작 읽기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25년 6월
평점 :
양정무 교수의 『명작은 어떻게 탄생하는가』는 우리가 왜 미술, 특히 명작에 끌리는지를 탐구하며, 예술이 인간의 본질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깊이 성찰한다. 그는 미술의 시작을 동굴벽화에서 찾으며, 그 안에 내재된 제의적 성격에 주목한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 불빛이 흔들리며 살아 움직이는 듯했던 벽화는 오늘날의 몰입형 전시와 유사한, 압도적인 경험을 제공했을 것이라고 본다.
‘art’가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하필 ‘미술’이라는 단어로 굳어진 탓에, 미술이 ‘아름다움’과 동일시되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게 되었다. 그러나 ‘아름다울 미(美)’ 자가 원래 양을 불태우는 제의에서 비롯되었다는 한 한학자의 설명을 인용하며, 오히려 미술은 본래 종교적 행위를 통해 느끼는 초월적 경외감과 감정적 몰입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한다. 이는 미술의 기원인 동굴벽화의 의미와도 잘 맞물리며, 미술이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인간의 영적 충동과 연결되어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작품에는 언제나 작가가 담긴다. 작가는 추상적인 이미지를 물질로 구현하며,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세계관을 드러낸다. 작품에 대한 해석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그 모호함이 오히려 명작의 생명력을 유지하게 한다. 양 교수는 위대한 예술은 논쟁 속에서 태어나며, 논쟁을 통해 끊임없이 재해석된다고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김환기와 백남준의 작품은 더욱 빛난다. 김환기는 서양의 재료에 동양적 정서를 담았고, 백남준은 디지털 시대를 예견한 예언자적 예술가였다. 이처럼 명작은 개인을 넘어 시대와 미래를 비추는 예술적 언어가 된다.
책에는 석굴암과 판테온,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 등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며, ‘초격차’라는 용어를 활용해 모네의 수련 연작을 설명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명작은 어떻게 탄생하는가』는 미술이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인간과 사회를 깊이 성찰하게 하는 살아 있는 사유임을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