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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 전집 6 - 러브크래프트 전집 6 외전 (하) ㅣ 러브크래프트 전집 6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월
평점 :
6권에 수록된 것은 대부분 러브크래프트가 영향을 받은 작가나 가까운 지인의 단편이다. 대체로 영향을 받은 단편은 색다른 느낌을 많이 받고, 가까운 지인 같은 경우는 러브크래프트와 비슷하거나 그 보다 더 하다는 느낌까지 들고는 한다.
질리아 비숍_고분
외전 상권에서 뱀과 관련된 단편 둘을 봤었다. 중편 분량으로 질리아 비숍의 간단한 호러 소재를 가지고 러브크래프트 본인 스타일로 창작된 건데, 그저 그런 인디언 전설 공포 시놉시스로 드림랜드의 한 부분이나 마찬가지인 세계를 만들어낸 걸 보며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과 상상력이 얼마나 거대한지 다시 한 번 느꼈다,
지하세계에 존재하는 태고의 세계가 나타난다. 처음에는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어디서나 나오는 불경한 존재의 땅에 침입했다가 파멸당하는 내용처럼 보였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드림랜드 같은 미지의 세계 탐험 같은 분위기가 된다. 하지만 랜돌프 카터가 드림랜드를 모험하며 다녔던 것과 똑같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작중에서 크툴루와 차토구아 등이 언급된 이상 아무리 잔잔한 신비로운 세계라도 곧 인간의 이해범주를 넘어선 공포가 나타나게 돼 있다. 특이한 점이라면 주연 인물이 공포의 단면만 직접보고, 나머지 전체는 간접적으로만 접해서 멀쩡했다는 것과, 허버트 웨스트에서 나온 것과 다른 형태의 좀비가 나온 점이다. 이 좀비는 현대적 좀비 보다는 아이티 전설 속의 좀비에 더 가까운 모습으로 보였다.
기계로 인한 규칙성 있고 표준화된 삶이라는 구절에서 이게 산업혁명을 나타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놀라운 점은 이 삶을 산지 오랜시간이 흘렀고, 이제는 냉소와 히스테리로 반응한다는 부분이다. 사치스러운 숭배, 혐오적인 유희와 사상, 공허 속에서 새로운 걸 갈망하는 것까지 나왔으면 잘못 본 게 아닐 것이다. 고분 속 지하세계의 모습은 러브크래프트가 상상한 먼 미래의 모습이 아닐까? 그것도 상당히 좋지 않은 방향으로 변해버린.
헨리 화이트헤드_보손
외전 상권에서 함정이라는 단편에서 봤던 이름이다. 산뜻한 느낌이 특징이라 역시 밝은 분위기가 작중 내내 존재한다. <함정>에 비하면 다소 판타지적인 느낌이다. 신분차이가 있는 이들이 종말하는 세계에서 살아남는 내용이 영화 <폼페이>와 상당히 비슷한 분위기다. 그렇다보니 신선한 면이 거의 없어보이고, 배경이 초고대문명이라지만 딱히 특별하게 표현된 곳도 없어서 밋밋하다. 그냥 고대 로마나 고대 그리스의 사라진 도시라 해도 될 법했다.
바다에 수장된 초고대 대륙의 문명의 최후를 나타내고자 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신분차이를 넘어선 사랑 얘기와 두루뭉실하게만 서술된 종말이 휩쓴 대륙의 모습이 그다지 별 감흥이 없어서 그냥 평범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로버트 W. 체임버스_명예 수선공
아티초크에서 출판된 로버트 W. 체임버스의 노란 옷 왕 단편선에서 읽었던 단편이었다. 딱히 공저작이라는 부분이 없던 점을 보면, 러브크래프트에게 영향을 준 소설이기에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
제목답게 개인의 명예에 관련이 있어 보였다. 작중에 직접적으로 표현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의 생각이나 행동, 그리고 자신은 물론이고 아는 인물에 대한 평가가 좋지 못하면 왜 그런지 근거를 들어볼 생각은 하지 않고 무조건 명예를 훼손당했다는 뉘앙스로 느끼는 주인공을 볼 수 있다.
그저 개인을 광기로 몰아넣는 공포를 그린 것일 수도 있지만, 광기의 종착점이 명예와 관련 있다는 점에서 뒤틀린 명예욕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걸 자기 중심으로 생각하며 자기 생각과 일치하지 않거나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건 곧 명예훼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기 생각과 다른 일이 벌어지는 것도 곧 남 탓, 자기 명예를 뻇으려는 의도라 하는 모습까지 보면서 명예라는 것이 잘못 받아들여지면 광기의 끝을 만들어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앰브로스 비어스_양치기 하이타
명예 수선공과 마찬가지로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에 영향을 준 소설로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여기서 카르코사와 하스터가 먼저 언급되서, 위의 명예 수선공으로 전파되서 다시 러브크래프트까지 이어졌다는 점이다.
신화적인 내용과 교훈적이라는 점에서 코스믹 호러와는 거리감이 있다. 다만, 신을 의심하면서 벌어지는 일은 다소 섬뜩한 부분이 있었다.
이걸 보다보면 도대체 체임버스가 어떤 부분에서 하스터를 노란 옷의 왕과 연결시킬 생각을 했는지 이해 할 수 없었다. 여기의 하스터와 노란 옷의 왕 하스터는 전혀 다른 이미지 상인데. 결론은 지금의 하스터가 만들어지게 된 것은 체임버스의 공이 더 컷다는 것일지.
돼지_윌리엄 호프 호지슨
유령 사냥꾼 카낙키 시리즈에 해당되는 단편이다. 정통 탐정에 오컬트를 넣었다니 심령탐정이라 해도 될 법하다. 국내에 들어온 이 작가의 책이 <이계의 집> 밖에 없어서 이 시리즈는 물론이고 다른 것도 더 알아 볼 수는 없었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거대한 무언가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 생각보다 긴장감이 있었다. 뭔가 과학적인 장비로 미지의 존재에 대항하면서, 그것 역시 완벽하지 않은지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연속이 계속된다. 거대한 저택이나 유령선 같이 큰 곳에서도 오컬트적 존재와 싸우는 게 스케일이 큰데, 여기서는 방 안에만 있었는데도 카낙키가 궁지에 몰릴 지경이다. 다른 사건들이 많이 언급되서 이 카낙키 시리즈에 대해 더 궁금해지기도 했다.
좀 아쉬운 게 있다면, 카낙키가 단신으로 미지의 존재와 맞서는 점과 그걸 후기로 들려주는 1인칭적인 전개다. 카낙키 외에는 의뢰인 밖에 사건에 연루되지 않기 때문에(그마저도 여기서는 혼수상태다.) 외적인 설명이 약간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이른바 왓슨 역할의 묘미는 비범한 주연의 행동이 보통 사람 눈에는 어떻게 보이는지 대신 알려주는 것이다. 카낙키를 보면 분명 보통 사람 눈에는 엄청난 인물이다. 이 인물 자신이 1인칭으로 모든 걸 알려주는 걸 본다는 건 그냥 독자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작중 다른 이의 시선에서 하는 부가 설명 없이. 그렇기에 이 카낙키에 대해서 다소 정리되지 않은 인상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로버트 E. 하워드_검은 돌
러브크래프트의 가까운 지인이라 그런지, 러브크래프트의 소설과 비슷하면서도 약간은 다른 느낌이다. 가장 크게 다른 점이라면 금서에 관한 서술이다. 러브크래프트의 네크로노미콘은 여러 단편을 둘러봐야 이력이 들어나고는 하는데, 여기의 검은 책(무명 제례서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은 약간의 이력이 존재해서 금단인 이유를 알고 들어간다.
광기어린 고대의식 장면이나 거대한 미지의 공간을 보면 <크툴루의 부름>에서 나온 크툴루 교단과 르뤼에가 떠오를 정도다. 다만, 검은 돌은 지금은 사라진 흔적을 찾는 탐사 방식이라 영향력 면에서는 차이가 크다.
아서 매컨_검은 인장의 소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전개되는 게 특징이다. 제 3자의 시점으로 어떤 인물에 대한 부분을 보여주며 알 수 없는 불안감과 공포를 조성하는 분위기인데, 무슨 내용인지 파악하기 힘들다가 후반에 전부 설명해주기 때문에 초반을 읽는 것이 무척 힘들다.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게, 이 소설상 모든 사건에 직접 개입된 인물을 제 3자의 시점으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보며, 러브크래프트가 굳이 1인칭을 고집한 이유가 이러한 문제가 생길 것을 대비해서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읽기 힘든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인데, 그걸 제 3자의 시점으로 나타낸다니. 차라리 한 명이 점점 미처가는 걸 있는 그대로 보는 게 더 몰입하기 쉬울 듯 하다.
주로 고대의 퇴화된 인류의 하위 분류가 현대까지 생존해 있다는 가설이 중심이다. 진화도 나름대로 생물학적인 면에서 공포가 될 수 있는 사례를 본 적이 있어서, 그 반대의 퇴화도 상당한 공포라는 생각이다. 그 둘의 공통점이라면 현재의 인류가 절대 상상하지 못할 모습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_사탐프라 제이로스의 이야니
로버트 E. 하워드와 같이 러브크래프트와 가까웠던 인물인 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스케일을 보여준다. 하이퍼보리아라는 가상의 섬으로 경이로운 장면을 나타낸 것만으로 압도적인데, 여기에 우주적 존재까지 나타나 공포 그 자체였다. 처음 배경에서 제대로 분위기를 몰아가기 때문에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는 배경구성부터 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토구아가 처음 언급된 소설이라는데, 첫 등장치고는 상당히 강렬했다. <더니치 호러>의 요그 소토스, <광기의 산맥>의 쇼거스가 등장할 때 만큼이나 끔찍해서 역시 러브크래프트의 지인 답다는 생각이다.
헨리 커트너_공동묘지의 쥐
영미 공포소설을 접하다보면 정말 많이 볼 수 있는 게 쥐다. 게다가 데뷔작인 경우도 종종(이 소설과 제임스 허버트의 쥐) 있어서 서양에서 쥐라는 존재가 흔한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유럽 중세의 흑사병과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대체로 쥐를 이용한 공포는 쥐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쥐가 아닌 경우와(러브크래프트의 벽 속의 쥐) 진짜 쥐이지만 흔히 생각하는 쥐의 범주를 넘어선 쥐인 경우(스티븐 킹의 철야 근무, 1922, 제임스 허버트의 쥐)로 나눌 수 있다. 공동묘지의 쥐 같은 경우, 후자에 해당된다.
많은 쥐 공포를 보았기 때문에 여기서도 이미 보았던 형태의 공포가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땅굴이라는 점이다. 깊은 땅굴 속에서 사투를 벌이기 때문에 폐쇄 공포증이 느껴질 정도다. 좁은 곳에 갖힐지도 모르는 마당에 수를 알 수 없는 공격대상의 위협까지 있으니 공포는 배로 커진다.
땅굴이라는 특성을 빼면 흔한 쥐 공포로 볼 수 있지만, 공동묘지에서 벌어지는 불법적인 일에 관해 상세히 나오는 부분으로 서서히 진행된다는 점은 참신하다고 생각한다.
어빈 코브_물고기 머리
기괴한 호수의 풍경과 그곳에 사는 기괴한 인물이 눈에 띄는 내용이다. 특히 작중에 통칭 물고기머리라 불리는 인물은 러브크래프트의 데이곤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어딘지 모르게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작중의 물고기머리는 흑인과 아메리카 원주민의 혼혈인데다 기괴한 점만 빼면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가던 인물이다. 보통 코스믹 호러에서 이런 인물일 수록 수상하거나 남 모르게 피해를 주고는 하는 걸 생각하면 이례적인 경우다. 그런 인물을 건들였다가 초자연적인 공포를 겪는 걸보면, 결론적으로 물고기머리가 나쁜 놈이 아니라 먼저 시비건 사람이 문제가 된다. 이걸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로드 던세이니_노상강도
시적인 느낌 때문인지 에드거 앨런 포의 <레이븐>에서 느꼈던 심연의 공포와 환상적인 분위기가 있어 보였다. 특히 과거의 노상강도가 처벌받고 어떻게 방치되어 있는지 나타나는 장면은 장엄하기까지 하다.
분명 현실의 사람이 벌이는 일인데도 마치 전혀 다른 세상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묘한 분위기라 노상강도의 시체가 있는 거리인지, 아니면 노상강도라는 명칭으로 불린 죄인이 있는 죽음의 세계인지 해깔렸다. 분위기는 무서운 편이지만, 어딘가 밝은 느낌도 있어서 러브크래프트의 드림랜드 관련 소설과 비슷했다.
엘저넌 블랙우드_버드나무
고대 유적이나 금단의 지역에 들어갔다가 처참한 일을 당하는 게 코스믹 호러의 대표적인 구성이다. 이 버드나무도 맥락상 비슷한 범주라 할 수 있지만, 약간의 경계가 있어 보였다. 코스믹하면 우주까지 날아가버린 경우가 많은데 버드나무의 미지의 존재는 우주나 다른 세계라는 묘사가 있었지만, 초자연적인 존재에 가까워보였다. 이런 것과 비슷한 것 같다는 예를 들자면 스티븐 킹의 <정원사>, <옥수수 밭의 아이들>, <높은 풀 속에서>가 있다.
초자연적 현상의 존재를 회피하려는 분위기도 있어서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충돌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약간 답답하게 보일 수 있는 게 분명 현실적이지 않은 무언가에 둘러 싸여 있는데도, 자연스러운 현상이야, 내가 그런 거다, 내가 하고서 깜빡했어, 하는 식으로 어떻게든 이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현실주의자의 무의미한 회피로 밖에 보이지 않지만, 뻔히 보이는데도 도무지 인정하려 들지 않은 모습이라 차라리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처럼 미처버리는 편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아무리 믿을 수 없는 진실을 앞에 두고 계속 외면하려는 것만큼이나 부질없는 건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