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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종가의 색목인들 ㅣ 셜록, 조선을 추리하다 1
표창원.손선영 지음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6년 7월
평점 :
아서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 시리즈를 끝내고자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홈즈가 사망한 것으로 처리한 것은 아주 유명한 사건이다. 이후 셜록 홈즈의 귀환에 수록된 <빈 집의 모험>을 시작으로 시리즈를 재개했을때, 꽤 주목받던 것이 사라진 3년 동안의 행적이었다. 작중에는 동양의 특정 지명을 언급하며 방황했다고 나오긴 했지만, 지금까지도 많은 홈즈 팬들의 상상을 부추기기에 충분한 재료였다. 과연 언급한 그곳에 간 것이 진짜 맞는지, 동양인지도 확실한지, 또 동양은 맞고 언급한 곳이 거짓이라면 동양의 어디를 갔었을지. 그 후보 중, 당시 개화기를 맞이해 혼란을 겪는 조선도 포함될 수도 있을 것이다.
1891년 조선 제물포 항으로 죽어가던 영국인 아편 중독자가 들어온다. 아버지 이제마의 뜻에 따라 미국에서 신문물을 접한 의녀 이와선은 그 영국인을 돌보던 중, 이 영국인의 이름이 셜록 홈즈라는 걸 알게 된 대리공사 알렌의 뜻에 따라 그를 살려낸다. 그때, 한양의 강석중이 자택에서 기이하게 사망한 채로 발견되고 내부윤의 요청으로 부검을 하러 간 알렌은 이 사건을 홈즈에게 가져가는데...
실제 역사와 셜록 홈즈의 시간대를 적절히 섞어놓아서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작중 이미지와 평가는 좀 다르지만, 실제로 당시 조선에 있었던 호러스 뉴턴 알렌이 등장하고, 당대 서민의 생활상 중심으로 전개되어 조선 후기 개항시기의 모습에 셜록 홈즈가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아직 막 시작한 시리즈라 크게 시작하는 분위기는 없지만, 앞으로 진행된다면 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범인이 그 희대의 영국 연쇄살인마 잭 더 리퍼라는 점은 약간 개인적인 호불호가 있었다.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잭 더 리퍼는 셜록 홈즈가 연재되던 시기에 일어났던 사건이고, 실제로 코난 도일이 사건에 대한 자문을 한 적이 있고, 후대에도 끊임없이 셜록 홈즈와 잭 더 리퍼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 나온 만큼 유명한 소재거리다. 거기에 개연성도 나쁘지 않고, 냉혹한 살인귀의 면모도 충분했다. 다만, 어딘지 모르게 잭 더 리퍼라는 이미지에 모리아티 교수를 약간 우겨넣은 듯한 느낌이라 독창적인 면에서 약간 아쉬웠다.
홈즈에 대해 보자면 코난 도일의 홈즈와 차이가 있어서 이게 홈즈냐고 비판할 수도 있을 법했다. 그러나 작중 배경과 홈즈의 상태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될 법하다. 홈즈는 런던 사람이고, 심각한 아편 중독에서 치료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였으니. 그래도 추리가 좀 산만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마지막 정리가 잘 되서 추리 자체는 틀리거나 허점이 없는 건 다행이지만 분명 하나의 사건인데, 논점은 여러 갈래고 수사방법도 따로 놀고 정리도 신속히 이루어지지 않아서 혼란스러웠다.
서술에서 불만있는 게, 틈만 나면 앞의 상황을 암시하는 구절이 자주 나와서 좀 거슬렸다. 다른 분은 어떨지 모르지만 앞의 내용이 어떻게 된다, 이렇게 될지 몰랐다, 라는 형식은 결과를 미리 예고하는 거라 그 다음 내용을 보는데 흥미진진해진다기 보다 김빠진다. 한 두 개라면 모를까, 연속적으로 암시가 계속나오면 그것만큼 집중을 방해하는 건 없다. 영화 스포일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결말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간중간 사건의 결과를 알고 보는 것도 상당히 신경쓰이게 만들기 충분하다.
에필로그까지 보면 셜록 홈즈가 3년 간 조선에 있었다는 판을 제대로 짜 놓은 게 보였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손선영 작가와 표창원 선생님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