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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에드 맥베인.로런스 블록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이리나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12월
평점 :
미스터리는 시간과 공간을 따지지 않는다. 과거나 현재 혹은 미래에, 날씨가 덥든 춥든, 평범한 일상이든 특별한 날이든. 물론, 연말 크리스마스도 예외없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푸아로의 크리스마스> 같은 예도 있고. 소설 속 인물이라면 그리 좋은 일은 아니지만, 독자 입장에서 크리스마스 미스터리는 최고의 선물일지도 모른다. 크리스마스에만 받는 선물이 있듯, 크리스마스에만 볼 수 있는 미스터리라면. 이런 기획을 실제로 한 곳이 바로 뉴욕에 있는 역사 깊은 미스터리 서점이라고 한다. 이력이라든지, 보유한 미스터리 서적 양, 희귀도서까지 구할 수 있는 말 그대로 미스터리의 성지나 다름없다. 미스터리의 성지인 만큼 이 곳과 서점 주인인인 오토 펜즐러의 크리스마스에도 무슨 일이 생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추리작가들 손에서 만들어진 소설 속에서 말이다.
시즌한정 특별 기획이라 그런지 각 단편들마다 나름의 클리셰가 있어서 그것대로 참 재미있었다. 작가가 탐정 시리즈를 썼었다면 그 탐정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가장 재미있고 빠지지 않는 공통요소라면 미스터리 서점이 주 배경이고, 주인이자 기획자인 오토 펜즐러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느 작품에서는 이랬던 오토 펜즐러가 다른 단편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와 작가들이 이 분을 굳이 이렇게 등장 시켜서 이런 인물로 했어야 했나하고 웃게 되고만다. 또한 이 분이 고양이가 탐정으로 나오는 걸 정말 싫어한다는 부분이 종종 나오는데, 아마도 아무리 괴짜나 천재라도 그 주체가 비현실적인 동물이 아닌 현실적인 사람이어야 한다고 여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낌없이 주리라_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
크리스마스 날, 로마시대 청동주화를 훔친 한 남자가 우연히 불이 켜친 미스터리 서점으로 들어간다. 서점주인 오토 펜즐러와 지인들은 그 남자가 카드게임에 참석하러 온 대리인으로 아는데...
크리스마스에 걸맞는 훈훈한 미스터리다. 긴박감이 이어지다 순간,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전환되는 게 참 묘한 느낌이었다. 어떻게 보면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과 비슷한 느낌 같기도 했다. 구두쇠 스크루지를 변화시킨게 크리스마스의 유령들이었다면, 이 남자를 변화시킨건 미스터리 서점의 오토 펜즐러와 지인들이었던 것이다.
계획과 변주_조지 벡스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희귀도서 거래상들이 잇다라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파로아 러브 형사는 살해된 도서 거래상들이 대실 해밋의 미발표 원고와 관련 있다는 걸 알고, 친구인 오토 펜즐러를 찾아가는데...
유명 작가의 미발표원고는 미스터리 소설에서 참 흥미로운 소재거리 중 하나다. 미국 하드보일드의 거장 대실 해밋에 희귀 미스터리 도서를 취급하는 미스터리 서점까지 해 작은 분량 내에서 은근히 큰 스케일을 자랑한다.
이런 소재가 다소 진지하게 파고들고 때로는 음모론까지 발전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서는 작중 오토 펜즐러에게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는 정도로 보인다. 산타 할아버지는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준다는데, 이건 어른이 되어도 똑같은 모양이다.
녹슨 책갈피 도난사건_에드워드 D. 호크
닉 벨벳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한 친구에게 의뢰를 받는다. 여동생의 죽은 남편이 그 동안 수집한 미스터리 책을 미스터리 서점에 팔았는데, 그 안에 팔면 안 됐을 책갈피가 있어서 훔쳐다 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닉은 미스터리 서점을 드나들며 계획을 세우는데...
물건을 훔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닉 벨벳은 참 흥미로운 인물이었다. 어떻게 보면 미스터리에서 범인 입장이나 다름없는데 별 특별할 것 없는 물건을 훔친다는 점이 특징이다. 훔치는 과정이 참 대단한데 이 단편에서 보여준 실력이면 도대체 다른 작품에서 물건을 훔칠 때는 어느 정도의 기술을 보여줄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정말 반전인 것은 저 별 의미 없는 물건에 엄청난 의미가 있었다는 것이다.
모작 살인사건_론 굴라트
추리소설가 루페는 청소년 추리소설 시리즈의 부진과 미스터리 서점 주인인 오토 펜즐러가 은근히 무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영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다. 막간의 돈벌이를 위해 글쓰기 수업을 하던 도중, 한 부인이 직접 쓴 추리소설이라 가져온걸 보게 된다. 루페는 이 소설을 보고서 해서는 안 될 짓을 하고 마는데...
작가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소설을 보는 안목이 얼마나 중요한지 같은 심도 있는 부분이 많이 느껴지는 내용이었다. 소재나 주재로 안 되는 게 없고, 글쓰는데 크게 제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없는 나에게 루페는 좀 고리타분하고 꽉 막힌 인물이었다.
크리스마스다운 천벌이 참으로 아름답다고나 할까? 서양에서는 산타클로스가 나쁜아이에게 석탄을 준다고 하는데, 루페에게는 참으로 걸맞는 선물을 줬다는 생각이다. 한순간에는 명예롭겠지만, 결국에는 석탄처럼 불쏘시개에 지나지 않게 되는.
이보다 더 어두울 순 없다_로렌스 블록
탐정 헤이그의 조수, 칩 해리스는 미스터리 서점의 오토 펜즐러로부터 의뢰를 받는다. 크리스마스 파티 도중에 자신이 수집한 코넬 울리치의 미발표 원고 <이보다 더 어두울 순 없다>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칩은 헤이그에게 사건이 일어난 과정과 유력 용의자를 알려주고, 크리스마스 당일 용의자들을 다시 미스터리 서점으로 불러들이는데...
특정 작가의 미발표 원고라는 점이 앞서 본 조지 벡스트의 계획과 변주와 비슷해 보이지만, 이건 보다 더 미스터리 마니아를 위한, 도서 수집가를 위한 미스터리 자체였다. 대부분의 인물이 도서 수집이나, 특정 작가 팬, 초판본 수집, 책에 흠집나는 걸 싫어하는 점 같은 부분이 있어서 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참 공감되는 게 많았다. 작가의 집필원고 수집은 약간 생소하기는 했지만.
보통 사람들은 약간 이해하지 못할 마니아의 세계를 흥미진진하게 나타내기는 했지만, 작중에서 내내 언급되듯이 장편으로 썼다면 매끄러웠을 부분 상당수가 생략되고 전개가 급하게 진행되는 감이있어서 읽기 불편한 감이 약간은 있다. 작가 본인이 한정된 내용에 긴 내용을 우겨넣으려 한 걸 숨기지 않았고, 이 기획이 크리스마스 특별이었던 걸 생각하면 나름 이해하고 넘길 수는 있었다.
요정들의 선물_예레미야 힐리
보스턴 사설탐정 존 프랜시스 커디는 뉴욕의 미스터리 서점에 희귀 초판본 책을 배달하러 간다. 사실 서점 주인 오토 펜즐러는 책배달을 구실로 존에게 사건 의뢰를 하려던 것이다. 오토 펜즐러가 의뢰하려던 것은 저명한 추리소설가인 친구 셋의 뒷조사다. 그 친구 셋이 다녀간 뒤로, 자신의 개인 서재에 있던 유명 추리소설가 애장품 세 개가 없어지고 그 물건 가치에 맞는 액수의 돈이 담긴 봉투가 남겨져 있었던 것인데...
그 동안 서점 주인으로서의 모습이 많이 나오던 오토 펜즐러의 출판 편집자다운 면모가 많이 보였다. 나름 절도 사건이나 다름없는데, 분위기가 잔잔하게 흘러가는 편이라 이 사건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상당히 궁금하게 만든다.
제목에서 어둡거나 심각한 느낌을 찾아볼 수 없듯이, <아낌없이 주리라>처럼 상당히 밝은 분위기의 크리스마스 미스터리다. 미스터리 마니아에게 할 수 있을 가장 특별한 선물이라면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작중 오토 펜즐러처럼 당사자의 기분을 크게 나쁘지 않게 해야 하겠지만.
엄마가 산타클로스 아저씨를 죽였어요_에드 멕베인
뉴욕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하는 나는 크리스마스 이브 문 닫을 시간에 가게 안에서 한 아이를 발견한다. 가게에 들어오는 걸 본 적이 없어서 의아해 하지만, 부모가 근처에 같이 있다고 해서 곧 안심한다. 아이가 어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지 물어보던 중, 아이는 산타클로스가 죽는 걸 봤다고 말하는데...
산타클로스가 있냐, 없냐의 문제는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아이의 입에서 산타클로스가 죽었다는 말이 나온다는 것부터가 기묘한 것을 넘어 뭔가 동심파괴 같다는 분위기도 준다. 일상적인 서점 분위기 속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건이 언급되고, 무엇보다 아이의 관점에서 말하기 때문에 얼핏들으면 이상해 보여도 진실을 알게 되면 좀 충격적이기도 하다.
언젠가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걸 알게되는 시기가 온다. 그걸 언젠가 산타클로스는 죽는다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일종의 동심은 언젠가 죽는 다고도 할 수 있겠는데, 이걸 일찍 겪은 경우는 어떨지...그것도 산타클로스가 눈 앞에서 진짜로 죽는 걸 봤다면 더욱...
여담으로 일상적인 서점 분위기 속에서 작가가 어디서 들었을지 모를 미스터리 소설에 대한 의견이 많이 보였다. 경찰이 경찰소설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던지...
동방박사의 간계_S. J. 로잔
키티 맹크스는 오토 펜즐러에게 의뢰를 받는다. 월리 메이킷이 쓴 <바깥 화장실 가는 길>을 원하는데, 마침 미국을 방문한 남미 출신의 펠릭스 가토가 완벽한 상태의 표지만 같고 있다는 것이다. 키티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펠릭스 가토의 집에 침입해 표지를 훔치지만, 자신이 오토를 위해 준비한 <바깥 화장실 가는 길 초판본을 누군가 훔쳐가고 마는데...
뭔가 범상치 않아 보이는 인물이 벌이는 일이라 크리스마스 특별 활극 정도로 생각됐었는데, 의외의 반전이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었다. 작중에 나오는 책 제목이라든지, 작가 이름을 보면 애초에 유쾌한 크리스마스 미스터리를 목적으로 썼다는 걸 알 수 있긴 했지만.
여기서 나오는 오토 펜즐러는 그 동안 나오던 그냥 의뢰인이라기 보다는 작품 전체에 영향을 주는 절대자 같았다. 서점 주인이자, 편집장의 이미지를 동시에 가장 잘 나타냈다는 생각이다.
내 목표는 신성하니_앤 페리
크리스마스 이브에 한 남자가 미스터리 서점을 방문한다. 자신의 삼촌에게 선물할 특별한 책을 점원에게 말하지만, 정작 이 남자의 목적은 이것이 아니었다. 그의 진짜 목적은 서점 주인 오토 펜즐러를 만나는 것인데...
비블리아 고서당 같은 소설이 약간 스릴러가 된다면 이런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문의 손님과 오토 펜즐러 사이에 오가는 대화 속에서 은근히 불안이 고조되고 범죄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가서 심리적 압박이 상당했다.
이 남자의 입장을 들어보면서 자신의 책이 출판되지 못해 자살한 <바보들의 결탁> 작가 존 케네디 툴이 생각났다. 존 케네디 툴이 좀 더 적극적이고 극단적으로 자신의 책을 어필했으면 딱 이 주인공이었을지 않을까 싶다. 뭐, 결론적으로는 이 주인공이나 존 케네디 툴은 자신이 원하는 걸 이루었으니.
고양이요정 스피릿_마이클 말론
크리스마스 시즌,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의 경찰서장 커디 맨검은 동료 반장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뉴욕의 미스터리 서점을 방문한다. 그러다 우연히 친분있던 뉴욕 형사 로리 월드를 만나 미스터리 서점의 파티에 같이 가게 된다. 맨검은 파티에서 한 작가가 같이 참석한 이혼한 전부인을 잊지 못하고 지켜보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고양이가 사건을 이끌어간다는 점이 아카가와 지로의 삼색 고양이 홈즈 같이 일본에서 많이 나온 고양이 탐정 부류로 보였다. 다만, 고양이가 직접적으로 추리를 하는 탐정역 까지는 아니고 현실적인 고양이가 수사관을 사건으로 이끄는 정도로 보였다, 어쩌면 고양이 탐정의 현실적인 해석일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미스터리는 탐정이 그 어떤 괴짜나 천재라도 동물이 아닌 현실적인 사람이어야 한다고 추구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특히 이 특별 단편을 기획한 기획자라면 더더욱.
크리스마스가 남긴 교훈_토머스 H. 쿡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하는 베로니카 크로스는 문 닫을 시간을 앞두고 아는 손님을 만난다. 해리 벤섬이라는 남자는 토요일마다 와서 특정 작가의 책을 사가는데, 베로니카는 그 책에서 무슨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 궁금해 하는데...
이런 책을 왜 읽느냐와 힘든 삶 속에서 각자가 어떻게 버티는 가를 많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가끔 이런 말을 들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문학도 아닌 책을 왜 읽느냐, 아무런 의미나 교훈 없는 걸 뭐하러 읽느냐. 굳이 좋은 문장이 있는 의미 있는 글을 읽으라 종용하지만, 과연 그게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의미 있다는 보장이 있을까? 아무리 멋진 문장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전혀 공감되지 않는 허울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런 걸 가지고 개인적인 가치나 의미를 보장받지 못한다고 침해당한다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사람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다르듯이 의미를 느끼는 것도 다를지도 모른다. 내가 볼 때는 아무리 의미 없어 보여도 그게 상대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의미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미 있다는 것에 가치를 매기는 것은 쓸 때 없다는 생각이다. 굳이 가치를 매겨서 의미 없다고 여기는 걸 배제한다면 그 누가 삶을 버틸 수 있겠는가.
후회하게 될 거에요_리사 미쉘 앳킨슨
여느 크리스마스와 달리 형편이 좀 어려운 미스터리 서점. 서점 주인은 한 고객이 찾은 대실 해밋의 <데인 가의 저주> 초판본을 구하지 못한 것과 가게사정 때문에 오늘 알바하고 있는 소녀를 정직원으로 채용하지 못하게 되서 고심이 크다. 그러던 중, <데인 가의 저주> 초판을 드디어 발견하고 기쁜 마음을 가지고 구매자에게 연락을 하는데...
그 동안 나왔던 미스터리 서점의 모습과 달리 우리나라 동네서점 상황을 보는 듯한 분위기가 강했다. 아무래도 작가가 오토 펜즐러의 부인이다 보니, 이 단편을 쓸 당시의(아마 2004년) 미스터리 서점 상황을 나타냈다는 생각이다. 이런 걸보면 대형서점(아마 아마존일지도...) 때문에 동네 서점이 피해를 보는 건 미국에서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그 동안 활기찬 분위기의 미스터리 서점은 과거의 모습이었고 현재는 사정이 많이 달라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뭔가 상당히 쓸쓸한 느낌이었다. 훈훈하고 꽉찬 분위기였던 미스터리 서점이 초라하고 세월의 풍파에 흔들리는 모양새라 더 그랬다. 딱히 악의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서 과연 서점 주인, 오토 펜즐러가 형편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랬으면 어떻게 됐을지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혹시 모르는 일은 아닐까. 이 단편이 나올 시기에 오토 펜즐러가 아끼던 지인을 잃었거나 놓쳤을지는.
긴 겨울의 한잠_루퍼트 홈즈
전직 기자 출신이던 나는 술독에 빠져 지내다 지인이었던 오토 펜즐러의 권유로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하게 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오토 펜즐러는 서점 앞에서 연주해줄 구세군을 구하지 못해 골머리를 썩히며 파티를 연다. 파티가 한창 진행되던 중, 밖의 구세군 연주자 관계자인 산타가 화장실을 쓴다고 잠시 서점 안에 들어오고, 잠시 후 그 산타는 죽은 채로 발견되는데...
오토 펜즐러가 탐정역할을 하는 내용이라 나름 흥미진진했다. 미스터리 마니아가 진짜 탐정으로서 활약하는 걸 생각해본 이들이에게 꿈만 같은 일일지도 모르는데, 기획자인 오토 펜즐러는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 상당히 궁금해진다. 적절한 트릭에 적절한 범행동기까지 해서 꽤 괜찮은 크리스마스 미스터리였다.
또한 오토 펜즐러의 출판 편집자 면모를 보여주는 내용이라 작중에서 다소 웃기는 투고 작품들이 많이 언급된다. 주로 셜록 홈즈 아류작인데 과연 오토 펜즐러는 어떤 어이없고 기가막힌 것까지 받아봤을지 모르겠다.
콜드 리딩_찰스 아다이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뉴욕의 미스터리 서점. 손님들이 어떤 책을 고를지 추리해보는 로저는 우연히 1950년대 미스터리 작가와 이름이 똑같은 여자를 만난다. 여자는 자신과 이름이 똑같은 작가의 미발표 원고를 가지고 있다며 로저를 집으로 초대한다. 로저는 다른 직원과 교대하고 여자의 집으로 가지만, 여자의 집은 누군가가 침입한 흔적으로 난장판이었는데...
오래된 책이나 원고 때문에 사건이 벌어지는 것을 이 단편집에서 수 없이 봤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광기어린 수집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이 단편이 아닐까 싶다.
아마추어 탐정 비스무리한 주인공이 우연히 현실의 사건에 말려들고 약간의 우연이 발생하는 등, 어디서 본 듯한 분위기가 많은 편이지만 작중에서 이랬으니 이해하고 넘어갈만하다.
'그게 다 미스터리 서점이어서 그런 거야.' -319p
(본격 크리스마스 시즌 뉴욕의 사건 핫플레이스. 직원이든, 손님이든, 서점 주인이든, 심심치 않게 사건 속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매년 크리스마스의 무슨 사건이 일어날지 기대해주세요. 누가 알겠습니까, 당신이 피해자가 될 지도...)
크리스천 킬러_앤드류 클레이번
때는 12월 중순, 마피아 조직의 피카로네는 조직의 스티븐 빈이라는 사람을 죽여달라고 전문 킬러 사케시언에게 부탁한다. 스티븐 빈은 자택에서 사케시언이 오는 걸 발견하고 여동생이 일하는 극장으로 숨는다. 마침 천사 역할을 연습하던 스티븐의 여동생은 사케시언이 자신을 진짜 천사로 본다는 걸 알고, 그에게 킬러를 그만두라고 하는데...
마피아가 등장하는 갱스터물을 많이 본 이들에게는 약간은 이해하기 힘든 킬러일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나에게도 아무리 킬러라지만 이럴 수가 있는지 상당히 의문이 들었으니까. 나쁜 사람이 개과천선할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사케시언의 경우는 뭔가 더 특별한 것 같았다.
종교가 영향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돈 가지고 싸우고, 때로는 종교의 이름으로 사람을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는 현실에 진정한 종교과 진정한 믿음이라면 이런 기적을 만들 수 있는 걸까.
칠십 네 번째 이야기_조나선 샌틀로퍼
크리스마스 시즌에 나는 나에게 주는 선물로 미스터리 서점에서 책 한 권을 사게 된다. 칠십 세가지 이야기가 들어있는 책으로 서점 주인이 말하기를 고전이라고 했다. 그 책을 읽은 나는 내가 예전에 벌인일이 자꾸만 떠올라 계속 생각하게 되고, 결국에는 내 이야기를 쓰게 되고 마는데...
작중에 주인공이 언급하는 책이 무엇인지 약간의 줄거리를 보면서 유추해보면 아마도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집이 아닐까 싶다. 어떤 인물이 나오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되는지 언급되지 않지만 몇몇 단어와 묘사만 보면 대부분 에드거 앨런 포의 유명 단편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읽고 사건을 저지르게 됐다는 범죄자들을 떠오르게 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는 대부분 소설이 문제라고 하는데, 작중에 주인공을 보면 상식적으로 하면 안 되는 걸 실행하고 마는 범죄자들이 더 문제다. 책을 읽고 사람들은 여러 생각을 하고, 그 중에는 사람으로서 하면 안 되는 생각 같은 것도 있을 것이다. 생각은 어떻게 하든 자유지만, 그걸 진짜로 하냐 못하냐는 그 사람의 됨됨이나 정신상태에 달린 것이다. 책이 잘못을 저지르게 되는 건 잘못된 정보의 전달이나 읽을 가치가 없는 글로 채워져 있을 때이지, 나쁜 발상을 떠오르게 하는 건 전적으로 그걸 생각하는 사람의 잘못으로 본다.
이런 경우를 보고서도 특정 소설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사람에게 한 가지 물어보겠다. 누군가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를 읽고 무슨 생각이 들어서 사건을 벌인다면 그게 <셜록 홈즈>의 문제인 건가? 또, 그걸 쓴 아서 코난 도일이 문제인 건가? 만약 그렇다면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비웃고도 남을 것이다.
이름이 뭐길래_메리 히긴스 클라크
전직 곡예사 렉시 스미스는 미스터리 서점을 방문하게 된다. 그 날은 유명 추리작가이자 수사관이기도 한 알비라 미언의 사인회가 예정되어 있어서 분위기가 들뜬 상황이다. 사인회가 진행되던 중, 한 독자가 해결하지 못한 사건이 있는지 묻고, 미언은 9년 전 미스터리 서점에서 일어난 미해결 사건에 대해 말하는데...
작가 지망생의 애환과 편집자의 선택이 언제나 옳은 게 아니라는 게 보였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누군가 자기가 쓴 글을 보고 좋은 평가를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자주든다. 하지만 누구는 재미있다고 하고 누구는 졸작이라고 해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경우가 없다. 문제는 이런 점이 편집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유명 작가가 쓴 신간이고 편집자들 눈에 걸작이라 해도, 또 그 어떤 작가 지망생이 쓴 원고가 편집자의 눈에 정말 재미없는 졸작이라고 한들 결국에는 독자의 몫일 것이다. 어쨌든 책이 나와서 사서 읽는 건 독자들이니까. 하지만 아직도 수 많은 작가 지망생들의 글이 퇴짜를 맞고, 그 중에는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에는 출판에도 운이 따르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