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시스터즈 키퍼
조디 피코 지음, 이지민 옮김, 한정우 감수 / SISO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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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누구인가. 이 문제에 직면하는 순간 삶은 완전히 바뀐다. 안 그래도 큰 세상이 숨막힐 정도로 커져 한 없이 작은 내가 돋보이게 되고, 내가 감당해야 할 책임이 생긴다는 걸 느끼게 된다. 준비된 상태에서라면 모를까, 갑작스럽게 이 순간이 다가온다면 모든 게 혼란스럽다. 그것도 가족과 관련된 일이라면 더욱. 나 자신에 대한 얘기를 하지만 이건 곧 가족과 연관된 일이기도 하다.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다.
 이 만한 강렬한 문장이 또 있을까.
 부모와 자녀 사이의 소송과 아픈 가족이 있는 복잡한 상황 속에서 상당히 많은 이해관계와 심리가 나타났다. 죽음과 상실에 직면해 있고, 힘든 현실을 때로는 외면하고 싶고, 현재 상황을 이해는 하지만 쌓이고 쌓인 소외감은 여전하고, 어린 나이에 직면하는 거대한 현실에 많은 것을 포기하고. 소설 속 특수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실제 가족 사이에서 있을 법한 상황으로 보였다.
 특히 제시가 느끼는 소외감은 공감이 갔다. 부모가 어느 정도 신경쓰고, 공평하게 해주고 있다 생각해도 당사자에게 그렇게 느껴지지 않으면 오히려 상처가 된다. 진짜 나를 생각한 것이 아니라 다른 것과 같이 딸려오는 겉치레나, 무슨 일이 진행될 때 아무런 감흥없이 있는 일종의 정해진 형식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안 해주면 섭섭하겠지 하고 생각하는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툭 던져주는 인상을 주면 그것대로 더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생명윤리와 가족에 대한 내용이면서 계획된 탄생에 정해진 운명이라는 안나를 통해 존재의 의미도 나타내고 있다. 아버지 브라이언이 밤하늘의 별과 같이 다룰 때는 그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온다.
 잘하는 것, 원하는 것, 바라는 것이 있는데 정해진대로 가야한다. 밤하늘의 별이 수없이 많아도 하나하나가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안나가 그것보다 못하게 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아무리 아픈 가족을 위한 것이지만 자기 자신을 포기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이런 한편으로는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대로 또 어려운 일이다. 부모에게는 자녀가 살아가는 가치나 다름없으니. 무엇이 최선이고, 가장 좋은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특히 가족이라면.
 의료와 관련된 내용인 만큼 전문적인 부분이 세세하다. 이전에 나온 번역은 미숙했다고 하는데, 현재 번역본을 보면 너무 세세하게 보일 정도다. 그렇다보니 안나의 가족이 병원에 자주간다는 게 제대로 느껴졌다. 보통 사람이 어려운 의료 용어나 지식을 줄줄 꿰고 있는 경우는 드무니까.
 나의 가치는 어느 정도냐는 질문이 있다. 어려운 질문이면서 때로는 쉽게 해서는 안 될 질문이기도 하다.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방황하고 있는 상태라면 오히려 더 큰 혼란을 줄 수도 있고.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섭섭하게 하는 순간이 있어도 가족만큼은 나의 존재가치를 알아준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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