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트러몰로지스트 1 - 괴물학자와 제자
릭 얀시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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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만화나 동화 혹은 자신 만의 상상 속에서 접했을 무서운 존재들이 있을 것이다. 아마 귀신이라는 걸 접하기 이전에는 대부분 괴물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사실, 귀신보다 괴물이 더 무서울 수도 있는 게 귀신은 실체가 없지만 괴물은 실체가 존재하는 생명체, 즉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 옛날에는 정체가 불분명한 생명체를 괴물로 치부했던 걸 생각하면 괴물이라는 명칭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보면 진짜 괴물들만 놓고 연구하는 학문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몬스트러몰로지스트 같은 것 말이다.

 19세기 미국, 워스롭 박사라는 괴물학자의 집에 한 묘지 도굴꾼이 찾아온다. 도굴꾼은 자신이 묘지에서 괴상한 것을 발견했다며 박사에게 건내고 조수인 윌 헨리도 옆에서 거든다. 그 괴상한 것은 바로 시체를 휘감은 채로 죽어있는 안트로포바키라는 괴물이었다. 워스롭 박사는 이 괴물은 미국에서 서식하지 않는 다는 점을 들어 의문스럽게 여기는데...

 전체적인 느낌은 띠지에 나온 것처럼 러브크래프트+스티븐 킹이 딱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또 분류를 하자면 괴물이 나오는 19세기 세계관, 제자인 윌 헨리가 느끼는 심상, 괴물 본인, 괴물학자는 러브크래프트 성향. 괴물학자가 사는 마을, 괴물학자와 제자를 제외한 인물들, 괴물이 나오는 부분을 제외한 공포스러운 부분, 괴물학자와 제자의 과거 및 사연, 괴물학자와 가까운 주변 인물은 스티븐 킹 성향으로 보였다. 여기에 다소 현실성을 부여하기 위해 넣은 실존 기록 같은 느낌까지 있어 괴물학에 대해 더 빠져들게 된다.

 괴물학자인 펠리노어 워스롭은 지금까지 봤던 괴팍한 괴짜 박사들을 통틀어 가장 최고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별종 그 자체다. 대화다운 대화라 볼 수 없어 헛소리로 보일 정도인 자기중심적인 언행과 생각. 이성적인 면은 전혀 찾아볼 수 없어 광적이라 해야될 정도인 학구열. 여기에 도저히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괴팍한 그의 성격까지. 이렇게만 보면 정말 고약하고 성격 더러운 괴물학자라 생각될 수도 있지만, 간간히 나타나는 그의 과거 행적을 보면 상당한 심리적 상처를 가진 인물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특성 탓인지 모르지만, 맞는 말을 하긴 하지만 주연인물 치고는 상당히 민폐적이고 각종 문제점들이 상당해서 사건을 해결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사건을 벌이거나 악화시킨다. 다만, 이제 막 시리즈를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앞으로 워스롭 박사가 성장할지는 지켜봐야할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상당히 위험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답게 아는 사람들도 상당히 위험한 인물이 많은 듯하다.(특정인물의 정체가 상당한 반전을 선사합니다.)

 이런 박사 옆에 붙어다니는 제자 윌 헨리는 그야말로 안타까움 그 자체다. 나이를 생각하면 주변 환경이 상당히 나쁘고 못 볼 것만 보게 되는 일이 많아 공포가 일상에 늘러 붙어 있다고 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그가 주변상황을 판단하고 느끼는 모습은 딱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묘사와 거의 흡사하다. 러브크래프트였으면 기절하거나 이성을 상실했을 부분은 다소 순화되어 윌 헨리의 감정 폭발과 트라우마로 대체된 것 같았다. 그래도 윌 헨리는 워스롭 박사의 어린 시절보다는 그나마 낮다고 생각되는 건 왜 일까? 아마도 워스롭 박사는 심리적 상처로 폭발해 나오는 괴팍함 속에서 자신이 아버지와 다를 바 없는 모습과 이런 자신의 모습에 위축되는 윌 헨리의 모습에서 어린 시절 자신을 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메인 괴물인 안트로포바키는 충격 그 자체라 해야겠다. 생김새는 그렇다 쳐도 이들의 잔혹한 살육행위는 그 어떤 고어물보다도 더하다. 크리처물의 정수, 진정한 괴물이 바로 이런 것이라 해야겠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면 뭐든지 원래 서식지에서 다른 곳으로 방출시키지 말자는 점이다. 국내 생태계의 외래종 문제를 사람에게 접목시켜보면 더 확실히 실감이 날 것이다.

 안트로포바키라는 괴물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가치에 대한 문제가 종종 나왔다. 이 문제는 괴물학자의 과거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깊이 생각해 볼 여지가 있었다. 보통 이런 생각을 하는 이들이 없고 고민해보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가까운 사람(특히 가족)에게 기대하는 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그때부터 생기는 것이 사람의 가치 문제다. 워스롭 박사의 경우, 자신의 아버지로 인해 가치의 상실을 넘어 그걸 보완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과도하게 포장한 나머지 지금의 모습이 된 걸로 보였다. 지금 현재 괴물학자의 과도한 자신감이라든지 상당히 좁은 식견과 생각, 가치관은 자기 내면에서 체워졌기에 이것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강박에 강박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자기 자신 외에 다른 것과는 완전 단절되버려 다른 것에 대한 이해심이 없어지고, 그렇기에 자신이 아낀다고 자부하는 윌 헨리도 아무렇지 않게 막 대하게 된 것 같다.

 이 괴기한 세계에서 괴물학자와 제자의 다음 활약은 어떻게 될지 기대된다. 비록 워스롭의 괴팍함은 여전할지어도 윌 헨리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있던 만큼 점점 개선되어 갈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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