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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로직 인간의 매직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현실에는 나름대로 규칙이 세워져 있다. 특정한 것에 대한 상징색이라던지, 물체에 지어진 이름, 정해진 사용법 등등. 이것을 따르지 않는 다면 현실의 입장에서 보면 그건 다름, 혹은 약간 심한 말까지 가면 비정상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것의 반대인 경우는 어떨까? 내가 아는 상식과 규칙이 현실과 다르고 비정상으로 보인다면. 이건 어디가 잘못됐다고 할 수 있을까. 이미 정해진 논리? 아니면 대규모로 진행된 조작일까?
마모루는 어느 날, 황야에 고립된 학교에서 여섯 명의 학생과 세 명의 학교 관계자와 살게 된다. 이곳까지 오게 된 경위라든지, 정확한 위치 같은 건 모르는 상황에 학생들 사이에서는 비축해둔 과자가 사라지는 일까지 발생해 의문은 갈수록 커진다. 그러던 중, 새로운 신입생이 오게되면서 학교는 광란의 피바람이 불게 되는데...
범상치 않은 배경에 어딘지 모르게 현실인지 의심스러운 환경이라 인물들(특히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좋음에도 상당히 기묘한 느낌이다.
배경만 놓고 보면 클로즈드 서클이 형성되어 있지만, 완전히 고립됐다고 하기에 어딘가 애매하고. 학생들에 개인에 대한 정보 외에는 모든 게 출처를 알 수가 없어 의문투성이다. 보통 작중에 나오는 배경은 주요인물들이 잘 알려준다는 점을 생각하면, 독자나 주요인물들(학교관계자들 제외)은 작가만 아는 세계에서 놀아난다고 밖에 볼 수가 없다.
학교라는 환경에 대해 학생들 간의 의견도 제각각이다. 현실적인 해석, 초현실적인 해석, SF적인 해석. 다들 그럴싸하긴 하지만 학교에 대해 잘 아는 학교 관계자들이 진실을 얘기해주지 않는 이상, 가설에 불과하다.
이렇게 초기에는 공간 자체에 대한 미스터리나 학교 관계자들이 벌이는 듯한 사건으로 학교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와중에, 신입생이 오면서 모든 게 붕괴된다. 다소 기묘함 속에서 아름다운 환상으로 있던 학교는 미지의 공간이라는 점이 더욱 부각되고 거기에 살인마까지 있으면서 공포로 가득찬다. 살인사건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미 학교라는 공간자체가 미스터리 그 자체이기 때문에 보통 추리소설에서 필수요소인 범인찾기는 약간 의미가 없긴 하다. 그냥 작가가 만들어낸 이 배경의 정체가 무엇인지 큰그림을 본다는 생각으로 봐야 할 것이다.
결말을 보면서 피터팬에 나오는 원더랜드가 붕괴되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원히 변치 않은 아름다움이 사라진 후에 남는 것은 잔혹한 현실이고, 괴물로 여겨지던 것들이 바로 진실이라는데 그 누가 멀쩡할 수가 있을까. 그 아름다운 세계를 다시 찾으려해도 결국에 그런 자신은 현실에서는 괴물이 되고 만다.
피터 빅셀의 <책상은 책상이다>라는 소설이 약간 비슷한 느낌일지도 모른다. 현실적인 규칙을 어기면서 만들어낸 세계 때문에 혼선을 겪는 요소 때문인데, 규모로 따지자면 이 작품이 더 심하다. <책상은 책상이다>의 피해자는 개인 혼자지만, 여기서는 다수의 학생들이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