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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 ㅣ 밀리언셀러 클럽 147
야쿠마루 가쿠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8월
평점 :
세상에 널린 게 나쁜 놈들이다. 살인을 비롯해 사기, 아동학대, 폭력 등. 같다 붙칠 죄목은 수 없이 많고, 그 만큼 저지르는 사람도 천지다. 문제는 무기징역이나 사형선고가 아닌 이상, 이들이 처벌받아도 언젠가 사회에 다시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과연 우리는 나쁜 놈이 과연 어떤 것인가, 용서받는 것이란 무엇인가를 어떻게 생각해 볼 수 있을까?
어린 시절 누나가 살해당한 일로 범죄자 증오에 시달리는 사에키 슈이치. 그 일로 경찰까지 됐으나 범죄자 증오가 도를 넘어 퇴출되고 탐정으로 일하게 된다. 어느 날, 슈이치는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범인의 최근 모습을 조사해달라는 노부부의 의뢰를 시작으로 처벌받은 이후의 범죄자들의 모습을 보게 되는데...
개개의 사건 수사와 함께 사에키 슈이치라는 탐정의 개인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는 연작형식이라, 이 탐정의 심정변화와 범죄자에게 사죄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다. 간결하게 쓰여진 것에 비해 작중 내내 무거운 소재를 계속 던져주기 때문에 가볍다 할 수는 없다. 탐정 본인이 겪은 사건도 무겁지만, 의뢰를 맡은 사건들 역시 만만치 않은 무게를 가지고 있어 어떻게 해석을 해야할지 어려울 뿐이다.
아동살해 사건의 피해자 노부부. 아동방임 피해자였던 청년. 범죄를 저지른 동생을 버린 누나. 사기꾼을 잊지 못하는 여자의 오빠. 변호한 범죄자의 갱생을 믿고 싶은 변호사. 이들이 조사해달라는 인물들은 전부 이미 끝난 사건의 가해자들.
범죄를 저지른 이후, 멀쩡하게 살아가는 가해자와 아직도 잊지 못하는 피해자 가족들은 현실에도 많이 있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가해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는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어떤 식으로 여기고 있는 가이다. 하지만 작중에 나타난 가해자들을 보면 속 시원하기 보다는 오히려 무엇이 정답인지 더욱 알 수 없게 만든다.
과연 저게 자신의 죄를 뉘우친 모습일까.
아직도 죄를 뉘우치지 않는 쓰레기라면 복수를 해야할까.
현재 그들의 행복을 파괴할 권리가 있까.
도대체 어디까지가 사죄일까.
이 복합적이고 어려운 문제거리들이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말로 표출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문제를 보며 악당이란 무엇인지 처음부터 다시 따져봐야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악당은 그냥 나쁜 놈, 누구에게나 피해를 주는 쓰레기 같은 존재라 알고 왔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를 당시나 이후에도 철면피의 악질이면 몰라도, 처벌받은 이후의 모습을 보면 저 사람은 악당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피해자들 기억 속에는 분명 악당이다. 그러나 현재는 전혀 그렇지 않다면. 앞서 말했듯이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사죄와 용서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지만, 이거 하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더 이상 악당이 생겨나지 않으려면 증오를 없애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