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주영아 옮김 / 검은숲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이집트하면 다들 떠올리는 게 많다. 대표적인 게 피라미드, 미라, 스핑크스, 파라오 정도일 것이다. 서양에서 로제타석을 발견한 이후로 쭉 이어진 관심이니 역사적으로도 오래된 관심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이집트에서는 이런 식으로 평가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일본하면 닌자, 사무라이만 있다고 여기는 것처럼 오리엔탈에 입각한 편견적인 시선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엘러리 퀸의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 서문에도 이와 비슷한 말이 있다. 이집트학적인 것이 주 내용이 아니다, 피라미드나 미라 따위는 나오지 않는다. 무엇보다 퀸은 이러한 시선을 가지고 자극적이라 평가했다. 생각해보면, 서양 입장에서 미라나 피라미드의 신비로움이 단순히 호기심 보다는, 이질적인 문화에서 온 자극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여간 엘러리 퀸은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라 제목을 붙인 이유는 이집트학을 띄우기 보다, 단순히 자극적으로 보이기 위해서라 했다. 이건 확실히 자극적인 내용을 미려하게 포장하는데 성공적이라 하고 싶다. 이집트라는 자극적인 학문으로 상당히 잔인한 사건에 쉽게 독자를 이끌었으니.
 퀸 경감과 함께 시카고에 있던 엘러리 퀸은 웨스트버지니아의 아로요 마을에서 발생한 전대미문의 십자가 살인사건 소식을 접한다. 곧장 혼자 아로요 마을에 가지만, 뚜렷하지 않은 유력 용의자의 흔적만 발견하기에 그친다. 이후, 은사인 야들리 교수의 연락을 받고 뉴욕 외곽에 도착한 엘러리 퀸은 또 다시 십자가 살인현장을 발견하는데...
 그리스 관까지 나왔던 국명 시리즈 사건 중, 가장 잔인한 사건이다. 거기에 각종 주변요소에서 자극적으로 보일 것들까지(어디까지나 그렇게 보인다는 정도다. 작가가 자세히 묘사하지는 않았다.) 있어서 왜 자극성을 띄우기 위해 제목이 이집트 십자가인지 알 수 있다.
 서문에서도 이집트학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사전에 방지한 것에 이어 작중 곳곳에서도 이집트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이집트광에, 사건현장에 남겨진 이집트 상징으로 보이는 흔적 등등. 하지만 이런 요소들은 이집트적인 분위기를 만들기는 커녕, 오히려 사건과 관련없고 지나친 과대해석이라며 비판한다. 실제로 가면 갈 수록 이집트적인 요소로 보인 것들은 그냥 무대장식 수준이고, 사건의 양상은 이집트랑 전혀 관련없이 진행된다.

 이민 사회라는 미국의 환경에서 벌어지는 유럽인들 간 범죄라는 점에서 묘하게 국제범죄 성향을 띈다. 딱히 틀린 말이 아닌 게 사건 관계자들에 관한 정보가 미국 내에 전무해서 유럽에 문의할 정도고, 사건이 발생하게 된 원인도 유럽에서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미국의 이민사회가 가진 이면을 나타낸 것이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비록 작중에서는 이러한 점이 크게 부각되어 있지는 않지만, 엘러리 퀸이 살던 당시에도 이민자들이 벌이는 범죄 문제가 있어서 소재로 삼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배경도 뉴욕에만 한정되어 있던 전작과 달리 웨스트버지니아를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일종의 활극 느낌도 있었다. 분량에서 큰 부분도 아니고, 크게 부각되지도 않지만 나름 올드한 분위기를 풍기는 스릴이 있었다고 본다. 1930년대 유행하던 지붕없는 듀센버그를 몰고 폭우 속의 도로를 질주하는 엘러리 퀸의 모습이란. 멋질 것 같기도 하지만 작중 서술로는 기괴하다니, 기괴하다고 해주어야 되나.
 피투성이 살인현장과 곳곳에서 흔적이 발견되지만 정작 모습은 전혀 들어나지 않는 범인으로 인해 도무지 사건의 형태를 알아보기 쉽지가 않다. 하지만 대단원의 종장까지 도달한다면 자극적인 분위기 속에 숨겨진 사건의 진실이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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