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의 술래잡기 모삼과 무즈선의 사건파일
마옌난 지음, 류정정 옮김 / 몽실북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미제사건하면 어떤 이미지인가. 보통 미스터리함을 많이 언급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잡히지 않은 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 해본 적 있나? 세상에 들어난 미제 사건이 아닌, 존재자체가 들어나지 않은 미제 사건을.

 보통 많은 이들이 아는 미제 사건은 그저 잡히지 않은 범인에 대한 미스터리와 과거시점의 공포가 있다면, 아예 들어나지 않은 미제 사건은 현재에 돌아다니는 공포의 실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도시전설도 이런 미제 사건의 흔적에서 발단이 되어 만들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게 있으면 정말 무서울텐데, 중국에 이런 게 있다면 어떤가? 규모와 인구수를 생각하면 정말 상상을 초월하지 않을까?

 의문의 사망으로 중국 경찰계의 신화로 알려진 탐정 모삼. 그런 그가 기억을 잃은채 한 클럽의 살인사건 현장에 나타나 사건을 해결한다. 이후 파트너였던 법의관 무즈선과 합류해 기억을 되찾으면서, 이전에 쫓던 연쇄살인마. 일명 L이라 불리는 범인과 대결을 하게 되는데...

 주인공인 탐정 모삼과 법의관 무즈선을 보면 얼핏 셜록 홈즈와 왓슨 구도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삼과 무즈선을 보다보면 탐정 셜록과 법의관 셜록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둘 다 보통 사람의 상식을 초월하는 행동을 보여준다. 그나마 무즈선은 좀 잘 사는 보통 사람처럼 보이지만, 시체 부검만 들어가면 모삼과 같은 수준이 되기 때문에 정말 비슷한 사람끼리 잘 붙어다닌다고 볼 수도 있다. 오죽하면 이들과 함께 하는 경찰 관계자 오팀장은 범죄수사만 안 했으면 둘 다 미친 놈들이라 할 정도다.

 중국 본토에서의 경찰 수사가 어떤 분위기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현대적인 수사기법 속에서 간간히 나타나는 중국 전통의 동양적 사고론에 입각한 편견과, 대도시와 소도시 사이의 격차, 그리고 명예를 중요시하는 풍조 때문에 겪는 수사상 어려움 같은 부분이 그렇다.

 거기에 중국 본토의 스케일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살인사건까지 있어서 그 동안 보아온 추리소설의 사건과는 뭔가 격이 다를 정도라 하고 싶을 정도다. 사건부터 격이 다를 정도인데, 이런 걸 모삼과 무즈선은 놀라운 실력으로 해결해서 이들도 탐정과 법의관으로서 다른 곳에서 볼 수 없었던 참신함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작중 등장하는 사건이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토대로 했다는 점이다.

 더불어 중국 사회의 빈부격차 실태와 이런 환경에서 나타나는 범죄가 왜 그렇게 상식을 초월할 정도인지 해석까지 있어서, 범죄자가 미친 놈이기 때문에 이렇다라는 단순한 생각을 넘어 살아온 환경이 나쁘게 영향을 주면 이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보통 사람한테는 상식 밖의 잔인한 행동이 그 살인범한테는 자기만 아는 의미가 있다는 것을 보았을 때, 사람의 기억 속 트라우마가 얼마나 깊은 것인지 느끼게 됐다.

 앞서 말한 들어나지 않은 미제사건에 대한 공포와 독특한 범인과 탐정의 구도로 꽤 많은 부분에서 흥미로웠다. 추리물에서 범인이 비중이 높아보이는 경우를 보면 셜록 홈즈의 모리아티 교수나 소년 탐정 김전일의 "지옥의 인형술사" 타카토 요이치 같은 경우가 있다. 그런데 여기에 등장하는 통칭 L은 이들과 비슷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르다.

 앞서 언급된 이들은 흔히 범죄 코디네이터라고, 다른 사람에게 범죄 계획을 세워주고 본인은 뒤에서 지켜보는 역할 정도인데, L 같은 경우는 정말 특이하다. L은 앞서 말한 들어나지 않은 미제사건의 범인과 관련된 증거를 던저놓고 탐정보고 잡아보라 한다. 그리고 탐정이 제한시간 안에 잡지 못하면 자신과 함께 있는 누군가를 죽인다는 식이다. 참고로 L이 제시한 미제사건은 L과 무관한 다른 사람이 저지른 일이며, L이 사주해서 저지른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독자적으로 벌어지고 있던 사건일 뿐이다. 이런 탐정과 범인의 대결 방식이 정말 독특하고 참신하게 보였다. 그 동안 다른 작품에서 탐정과 범인의 대결이라하면 범죄가 계속 일어나야 실마리를 잡고, 그렇다보니 도리어 탐정이 사신취급(대표적인 예로 김전일과 코난)을 받게 되는 사례가 많다. 그래서 모삼과 L의 대결을 보면 누군가 분명 죽을 게 뻔하고 거기서 또 증거가 나오겠지, 하는 느낌보다는 빨리 주어진 미제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누가 곧 죽을 거라는 긴박감이 느껴졌다. 거기에 탐정이 괜히 나서서 사람이 더 죽어나갔다는 인상도 주지 않아서, 이런 게 바로 범인과 탐정 간 대결의 진정한 묘미라 생각한다.

 참신하고 흥미로운데다 범인과 탐정 간의 긴박감 넘치는 대결까지해서 놀라운데, 아직 소설 전체의 초반부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는 건 앞으로 모삼과 무즈선, 그리고 L이 벌이는 대결이 아직 남았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새로운 느낌의 신선한 작품을 접한 만큼 다음 대결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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