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글라스 아티초크 픽션 1
얄마르 쇠데르베리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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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하면 병을 고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의사가 개인적인 문제까지 해결해주는 만물박사는 아니다. 간혹 몇몇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는 점인데, 의사는 의학적 지식으로 병을 알아내서 진료를 하는 건 자기가 할 수 있고 아는 분야니까 가능한 것이다. 단순히 내 몸의 이상을 해결할 수 있다해서 개인적인 일까지 해결해줄 수 있다고 여기는 건 그 의사에게도 실례되는 일이다.

 그런데 여기,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의사 닥터 글라스는 병이 아닌 환자의 개인적인 일에 끼어든다.

 스톡홀름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닥터 글라스. 그의 병원에는 아픈 게 아닌 개인적 문제를 해결해달라 오는 손님이 오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은 의사의 원칙을 들먹이며 돌려보내는 게 전부다. 그런데, 단 하나. 그레고리우스 목사의 부인이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것에는 자신도 모르게 부탁을 들어주게 된다. 닥터 글라스는 그레고리우스 목사에게 부인에게 병이 있다는 둥, 하면서 멀리 떨어뜨려 놓으려 하지만 그의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결국, 닥터 글라스는 그레고리우스 목사를 죽이는 방법까지 고민하게 되는데...

 주인공이자 화자인 닥터 글라스는 특이한 인물이었다. 의사임에도 의사를 왜 했냐고 한탄하는 건 물론, 매사의 모든 게 불평인 까칠한 사람이면서도 어떻게 보면 대단히 감상적인 사람이다. 도와달라는 사람에게 아픈 것도 아니면서 왜 의사한테 오냐고 따지면서도, 정말 어이없게 안타까운 기분이 드는데 그냥 도와줄까? 하고 생각하는 경우인데 정말 웃긴 사람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그저 한 여자를 도와주기 위한 계획 과정이 나타나지만, 한편으로는 닥터 글라스라는 인물이 대단히 외로운 사람이라는 게 들어나 보였다. 주로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한탄하고, 자기의 이상과는 다른 현실에 거리를 두는데, 이게 욕구불만으로 까칠한 생각이 표출되는 것 같아 보였다. 또, 어떻게 보면 글라스는 대단한 순정파이기도 한다. 욕구를 위한 사랑이 아닌 그저 감정만으로의 사랑만 추구하고, 욕구에 대한 이미지가 다가오면 거리를 두는 걸보면 오히려 그레고리우스 목사와 위치가 바뀐 것 같아 보일 정도였다.

 작중 나타나는 20세기 초 유럽의 종교와 의학에 대한 이미지를 보면 주요인물 구도에서 닥터 글라스와 그레고리우스 목사가 대립관계인 것과 비슷한데, 아마 작가가 당시의 시대적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나타냄과 동시에 비판하려한 의도로 보였다. 그것도 단순히 구시대적인 사고가 현시대에 맞지 않다, 신시대적인 사고가 오히려 전통을 무시한다는 둥, 하는 고리타분한 문제와는 다른 것이었다. 과학이 발달함으로서 종교의 입지가 작아진 것에 대한 묘사였는데, 과거 유럽이 종교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던걸 생각하면 의미심장한 부분이었다. 대체로 자기가 알고 있던 세계가 더 넓다는 것에 대한 초라함이라고 표현된다. 이것은 과거에는 어디든 의지할 곳이 있었지만, 모든 것의 진실이 밝혀진 현재에는 의지할 곳을 찾아 볼 수 없다는 뜻으로 보였다.

 닥터 글라스는 질병이 아닌 개인적 문제까지 해결에 나섰다. 하지만 그의 외로움은 어떤 의사가 해결해 줄지 알 수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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