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양보
정민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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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빛과 어둠으로 나눈다고 한다지만, 어둠이 과한 상태에서는 과연 빛이 존재는 할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또, 빛이 있어도 그게 과연 진짜 빛인가 하고도 의심하게 된다. 이래저래 진절 머리가 나서 이제는 이런 색깔 논쟁에 끼고 싶지도 않다. 어둠의 양보는 겉보기에 IMF 이후의 강남을 배경으로 한 진한 마초풍의 남성적 느와르로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현재의 우리에게 닥친 엄청난 문제와 재앙이 어떻게 왜 일어나게 됐는지 알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5공 시절, 중앙정보부 소속 요원이었던 김도술 미래피아 회장. 벤처기업 시대를 맞아 그는 강남의 20층 빌딩을 사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여자와 술에 환장하는 청년 문학도. 전직 중앙정보부 요원, 평범하지만 야심이 가득한 중년의 회계원 등. 어떤 이는 허송세월 젊음을 낭비하고, 어떤 이는 음지에서 양지로 나서는 야심찬 인생이 시작되는데...

 처음에는 앞서 말한 진한 마초적 느낌 때문에 큰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남자들끼리 재미있을 법한 성적 농담, 누가 더 술 많이 마시나, 어떤 여자가 더 매력적이나 같은 것들만 넘쳐나고, 룸살롱이이나 술집들만 나와 이런 분위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입장에서 더 없이 보기 좋지 않았다. 하지만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부분이 한없이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나중에가서야 느꼈다. 그냥 남성적 마초를 만끽하려는 게 전부가 아니라 이 시기 자체가 한 없이 비현실적이지만, 이런 때가 있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소설에 주목되던 것은 곳곳에 현대 역사를 이루어 온 주요 사건과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어우러진다는 것이다. 비록 실명으로 나온 인물은 거의 없지만, 그들을 알 수 있는 키워드가 있기에 한없이 소름끼칠 정도다.

 솔직히 이 소설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아직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한다. 그저 벤처기업 열풍 당시의 퇴폐적이거나 야망적인 풍경이 현재에 와서 다양한 결과를 만들어 낸 것에 의의를 두는지, 너무 정직하게 살지 말라는 것인지, 인생은 한 방이니 있을 때 즐기라는 건지, 아니면 세상에는 정의 따위는 없고 그저 가진 자들이 양보하는 시기가 있을 뿐이라는 건지. 다만, 하나는 확실히 알 것 같기는 했다. 죽이되든 밥이 되든 가진 자들이 베풀어야 그 결과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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