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미
류현재 지음 / 손안의책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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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고 먹히는 것. 여러방면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일단 단순히 생각하자면 식탁에 차려진 음식들에게 가장 어울린다. 한때 생명체였던 것이 손질되어 식탁에 차려져 먹힌다. 우리에게는 그저 식문화에 불과한 것이지만, 자연적으로 볼 때는 잔인한 순리일 것이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순리에 따른 먹히는 것이 아닌 부당하게 먹히고, 또는 부당하게 먹게 되는 것은 요리라는 단순한 걸로 설명되지 않을 것이다. 그건 탐욕스러운 인간 관계에서 비로소 설명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양평 지평리 한 구석에 위치한 고급 일식집 야미. 거기서 나오는 고급요리의 맛은 환상적이라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밤에만 영업하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야미의 주방장 성곤은 자신의 식칼이 없어졌다며 알바생인 지철을 범인으로 몬다. 신고를 받고 지평리 파출소에서 나온 경찰까지 오게 되지만, 결국 성곤의 식칼은 발견되지 않는다. 며칠 후, 야미의 뒷편에 위치한 야산에서 검찰총장 후보인 여현수가 살해된 현장에서 문제의 식칼이 발견되는데...

 요리, 특히 일본식 요리나 수산물 요리가 자주 언급되는 특징이 있어서 렉스 스타우트의 네로 울프 시리즈 같은 요리 미스터리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리방법 같은 구체적인 부분까지 나왔다면 더 좋았겠지만, 요리 이름만 언급하거나 어떻게 하면 맛있게 된다는 것 같은 추상적인 느낌 밖에 없어서 약간 아쉬웠다.

 어떻게 보면 작중에 등장하는 이들 대부분이 정신병자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랑에 목매는 자, 부모에 목매는 자, 이익에 목매는 자 등등... 멀쩡한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짓들이 넘쳐나지만, 정작이 이들이 승리하고마는 말 그대로 부조리극이다. 무엇보다 이런 부조리한 상황이 우리나라 실정이랑 너무나 비슷하다는 것이다. 어른들은 어른들 대로 젊은 사람들에게 감언이설로 부당대우를 일삼고, 젊은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 대로 그런 상황에 절망하여 정신나간 괴물이 되는 현실. 거기에 자신들이 괴물을 만들어 놓고 괴물들 탓이라 하는 것을 보며, 말 그대로 서로 먹고 먹히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스터리 부분은 나름 구성면에서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곳곳에서 보이는 국내 드라마에서 흔히 나올 법한 특징들이 보여서 미스터리 소설로 보이다가도, 미스터리가 들어간 그냥 흔하디 흔한 국내 드라마 래퍼토리 같다는 생각이 자주들었다. 그런 부분이 미스터리답게 자연스럽게 들어간 곳도 있긴 있었다. 하지만 몇몇 부분에서 막장드라마처럼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남녀관계 같이, 누가봐도 끼워 맞춘듯한 느낌드는 곳이 있어서 동시에 물을 흐린다는 생각도 들었다. 미스터리에서 연애적인 부분이 나오지 말라는 건 아니다. 다만, 사건 중간중간에 쉬는 타임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사건이 진행되는 판국에 연애요소가 나오는 건 불필요한 첨가물로 밖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야미, 그것은 아마 괴물들의 집합체일지도 모른다. 괴물처럼 구는 어른들과 그런 어른들이 만들어낸 진정한 괴물. 괴물처럼 구는 이들은 진정한 괴물을 보며 두려워 하지만 어쩌겠는 가. 그들이 만들어낸 업보이고, 그들의 생각없는 행동들로 인해 망가진 미래의 꿈나무들인데.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아진다는 것처럼 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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