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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블루 ㅣ 워터파이어 연대기 1
제니퍼 도넬리 지음, 이은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인어공주는 신데렐라, 백설공주와 함께 어린 시절 자주 보았던 동화 속 주인공이다. 특히 인어공주는 인어라는 요소와 다른 동화와는 비교되는 비극적인 결말로 인상 깊은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다.
현재 수많은 동화를 소재로 한 판타지, 재해석 동화, 애니메이션 실사화 영화가 나오는 시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인어공주는 어릴 적에 많이 봐왔던 90년도 애니메이션 이외의 2차 창작은 찾아볼 수가 없거나 희소하다. 그나마 찾은 거라면 요근래에 나왔던 국내 드라마 잉여공주라던가, 2006년의 미국 영화 아쿠아마린이 전부다. 이런 상황에 나온 인어공주를 소재한 거대한 해양 판타지는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바닷속 인어 왕국, 미로마나의 공주 세라피나는 곧 있으면 열릴 왕위 계승 검증식과 노래연습으로 인해 심란한 상태다. 거기에 약혼자의 바람까지 겹쳐 더욱 더 싫증을 느낀다. 하지만 왕국을 위해 힘쓰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세라피나는 실망시키지 않게 노력하기로 한다. 그리고 왕위 계승 검증식 당일. 많은 사람들이 모인 원형극장에 화살이 날아들면서 다른나라의 침략이 벌어지는데...
인어공주의 비극적인 분위기를 많이 반영한 것인지, 초반부 치고는 상당히 스펙터클한 분위기에 주인공인 세라피나를 엄청 몰아붙인다. 아직 1부 밖에 안 됐는데, 죽거나 다치는 인물이 정말 많은 걸 보면 장난 아니다고 느낄 정도다. 하지만 제목인 딥 블루처럼 깊은 바닷속에서 일어나고 있을 법한 생물들 간의 쫓고 쫓기는 상황을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
작중 설정을 보면 정말 바닷속을 잘 표현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날씨를 보는 기준점이라던가, 난파선의 활용도, 기상천외한 애완동물들, 인어들이 사용하는 도구들의 디테일, 그리고 강기슭 쪽으로 갈수록 나타나는 현대의 쓰레기들과 그것들을 활용해서 생활하는 모습. 거기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세이렌에서 모티브로 가져온 듯한 노래 마법은 정말 환상적이다.
또한 매력적이라고 생각된 게 바로 인간의 존재였다. 참고로 작중에 나오는 바다 지명이 실제로 존재하는 지명에서 가져온 점을 보면 바닷속 위주로 나올 뿐이지, 지상은 우리가 알던 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는 듯 하다. 인어의 시점에서 나오는 사람의 모습을 보면, 불법 포획하는 바다의 무법자들을 바다 생물들이 어떻게 여기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래서 인어공주를 소재로 한 판타지지만, 알게 모르게 해양 환경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과 일행의 나이대가 나이대라 그런지, 볼 때마다 약간은 툭툭 튀는 면이 꽤 보였다. 느닷없는 돌발행동을 하거나 현재 상황과 관련없는 얘기를 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점으로 보일만한 곳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걸 개연성 없다 하기에 먼저, 이들의 나이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세라피나를 포함한 일행은 10대다. 본인도 겪어봐서 알지만, 10대 때가 가장 불안한 시기다. 그러니 이들의 행동이 갑작스럽게 튀거나 이상한 방향으로 나가는 건, 심리 상태가 너무 불안하다는 걸 반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1부부터 주인공을 너무 못 살게 굴긴 했지만, 앞으로의 세라피나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비극적으로 시작한 만큼 결말에는 해피엔딩이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