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치
로렌조 카르카테라 지음, 최필원 옮김 / 펄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나쁜 놈들과 치고 받고 싸우는 내용은 수 없이 많다. 그런데 가끔 보다보면 다들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했었을 것이다. 저런 쓰레기 같은 놈을 왜 살려두는 거야, 그냥 시원하게 죽여, 주인공이 안 죽이면 내가 죽이고도 남을 것 같아. 이런 걸 원한다면 아파치는 정말 탁월한 선택일 것이다.
 과격 마약단속반 출신 부머, 범죄자 수준의 총기 전문가인 경찰 출신 데드아이, 날카로운 취조력이 특기였던 여형사 콜롬보 부인, 스릴을 즐기는 폭탄 처리반 출신 제로니모, 도청기술 만큼은 전문가였던 마약반 출신 핀스, 잠입수사요원으로 거리의 연기자였던 짐목사. 경찰 출신의 다양한 전문가인 이들이 길거리의 쓰레기들을 청소하러 나선다...
 미국 스타일의 거칠고 비열한 악당들이 활개를 치는 부분이 많음과 동시에 그 만큼 시원스럽게 때려 부숴버려서 시원시원한 느낌이라 할 수 있다. 스티븐 킹의 캐리 후반 부에 느꼈던 그 느낌을 여기서 다시 느낄 수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그 시원스러운 느낌은 그야말로 질리지 않도록 여러 방면으로 표현했다. 사회의 쓰레기는 끝까지 쫓아가서 죽이고, 육탄전과 폭발은 기본, 권총에서부터 로켓포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제대로 박살낸다.
 등장인물 대다수가 법을 어기며 비도덕스러운 느낌을 풍기기 때문에 피카레스크 스타일의 작품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다르다고도 할 수 있는 게, 아파치 멤버들은 법을 어기며 범죄자들을 잡는 경우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악당이라는 이미지가 아니라 법적인 의미에서의 악당이다. 과거에는 악당이라고 하면 그냥 악당인 건데, 현대에는 아무리 착한 일을 과격하게 한다 해도 법과 다르면 악당인 것이다. 그래서 잘 보면 진정한 악당과 법적인 악당과의 싸움이라는 참으로 뭐라 할 수 없는 것들의 대결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장점이 큰 만큼 자잘한 단점도 보이기 마련인가 보다. 먼저, 책의 편집 상태가 읽기 불편하게 되어 있어서 가독성이 좀 떨어지는 편이다. 얼마나 읽기 불편하냐면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 같이 한 페이지에 빽빽하게 나열되어 있는 구성이다.
 또한 엄청난 악인들이 판치는 내용이라 그냥 살인사건이 나오는 추리소설과는 전혀 판이 다르다. 때문에 마약상들의 상상을 초월한 범죄 행위와 인신매매 같은 분위기 때문에 조금 거부감을 느낄 수도 모른다. 얼마나 심하냐면 뉴스에서 보던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범죄행위라던가, 중동 테러리스트들이나 벌일 법한 잔혹한 범죄가 있는 그대로 다 나올 정도다.
 법률이라는 현실적인 장치로 인해 창작물에서도 나쁜 놈은 죽지 않는다. 하지만 아파치는 그야말로 죽어야할 것들을 끝까지 제대로 없애버린다. 그것도 현실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면서, 단순히 화풀이로 종이에 끄적이는 복수극 따위와는 차원이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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