랫맨
미치오 슈스케 지음, 오근영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한 번쯤은 누구나 착각을 하는 법이다. 현실의 착각은 그 어떤 영화나 소설에서 보아온  반전보다도 더욱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단순히 잘못 알고 있는 것을 넘어 그걸 믿고 뭔가 그 착각에 걸맞게 취한 실제 행동을 더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착각을 했다고 하면 자신이 엄청난 바보짓을 했다는 충격과 자책감이 생겨나는 것일 테다.

 이런 착각을 나타내는 예시 그림이 하나 있다.



 맨 끝의 그림은 똑같은 그림이다. 그러나 맨 앞에서 부터 보면 어떤가? 사람이 있는 쪽의 마지막은 안경을 쓴 남자로 보이고, 동물이 있는 쪽은 쥐로 보일 것이다. 아무리 같은 그림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 보이는 것, 이것이 바로 착각의 정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미치오 슈스케의 랫맨은 이처럼 쥐이거나, 남자로 보이거나 하는 그림처럼 엄청난 착각과 착각이 만들어낸 기묘하고도 충격적인 내용이다.

 히메카와 료는 어린 시절 죽은 누나가 죽은 트라우마로 인해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14년 째 밴드 활동을 하고 있다. 료는 예전 드러머였던 히카리와 사귀고 있었지만, 동시에 현 드러머이자 히카리의 동생인 게이에게도 마음이 있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 이유를 찾으려고 할 때마다 과거의 누나가 죽었을 때의 일이 생각나고, 그때의 알 수 없는 수수께끼가 그를 더욱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러던 어느 날, 히메카와 밴드가 늘 연습하던 스튜디오가 폐업이 결정되던 때 창고에서 히카리가 커다란 앰프 밑에 깔려 죽은채로 발견되는데...

 보통 사건이 일어나면 그 사건에서의 의문점을 차곡차곡 쌓으며 정리해나가는데, 랫맨은 그런 정통방식의 추리와는 전혀 다른 맥락이다. 사건에서 나타난 의문점이 사건의 단서로서가 아니라, 인물이 그 사건을 판단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랫맨에서 나타난 사건은 처음부터 개요라던가, 동기 같은 걸 겉으로 판단할 수가 없어서 오직 인물들이 어떻게 판단하는지 따라가야 한다. 그렇다보니 독자는 독자의 생각대로 사건을 판단하는 게 아니라, 인물의 생각대로 사건을 판단하는 지경이 되어버린다. 그러니까, 작중 인물이 착각을 하는 순간, 독자 역시 착각할 수 밖에 없어진다는 것이다.

 정통 추리나, 본격미스터리를 많이 본 분들은 약간 답답하다고도 여겨질 수도 있는 게, 의혹이 나오면 그걸 토대로 추리나 조사를 이어가야 될 테지만 여기서는 그렇지 않다. 이게 왜 그러냐면 작중의 배경이 지극히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추리소설에 나올법한 정교한 기계장치를 이용한 트릭 같은 것은 찾아 볼 수도 없고, 그저 단순하게 사람을 죽이고 단순하게 조작하는 게 현실에서의 사건 모습이다. 또한 보통사람이 수사하지 않고 오직 경찰이 전부 해결하는 것도 현실 그 자체다. 그러니 이러한 분위기의 작품 속에서는 밀실이라느니, 기상천외한 트릭은 기대하지 않는 게 더 좋다.

 참으로 대단하고 느끼는 건 보통 한 작품에서 하나의 반전을 만들어도 억지스럽게 보이거나 끼워 맞추기도 힘든데, 랫맨은 그야말로 반전의 반전. 반전의 홍수다. 정녕, 위에 그림처럼 남자로 여기던 것이 쥐였던가, 아니면 쥐라고 생각했던 것이 남자던가, 또는 쥐도 남자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동일한 것이 된 것이다.

 한편으로는 착각이라는 것이 정말 무섭다고도 생각했다. 착각을 통해 행한 행위로 아무 이유없이 한 사람에게 영문모를 아픔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나쁜 짓에 동조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착각은 자유라는 말이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한 번 착각하는 게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니 조심할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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