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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밀매인 ㅣ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5년 4월
평점 :
마약하면 주로 서구권에서의 문제거리라던가, 멕시코를 비롯한 남미 지역의 카르텔을 떠올린다. 우리나라와는 먼 얘기 같아도 사용하다 걸린 사례가 두드러지게 들어나지 않아서 그렇지, 대체로 밀수입이나 밀매 관련해서 적발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우리나라가 마약 관련해서 이정도인데 외국, 특히나 다양한 인종들이 사는 미국에서는 어느 정도 일까. CNN까지 찾아보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엄청 난장판이라는 건 다들 알 것이다.
새벽의 아이솔라 거리를 순찰하던 경관 딕. 한 공동주택의 지하실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접근한다. 그런데 지하실에는 침대에 앉은 자세로 목을 맨 소년의 시체가 있었다. 딕의 신고로 도착한 카렐라와 클링. 현장을 확인하던 중, 카렐라는 소년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마약 주사기를 발견하면서 자살이 아닌 살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처음 읽는 87분서라 기대가 많았다. 경찰소설은 일본 추리 쪽에서 요코야마 히데오와 혼다 테쓰야의 히메카와 레이코, 그 밖에는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와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반장 등으로 접해 보았다. 대체로 보면 경찰에 소속된 개인이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특징이 있는데, 87분서는 단독 주인공이 사건 전체를 이끌어 가는 게 아니라 한 부서라는 개념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각 시점에서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각자 역할을 맡아 다 같이 사건을 이끌어간다.
부서라는 개념으로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서 경찰이라는 직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쉬웠다. 보통 추리물에서 감식반이나 형사들이 하는 일들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그게 다 나온다. 그렇다보니 정석적인 추리 느낌보다는 현실적인 경찰수사의 모습들이 많이 반영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예상치 못한 변수라던가, 꾸며낸 것처럼 보여도 진짜로 밝혀진 것들이 그렇다. 이런 전개를 보면서 보통 추리소설에서 떨이 취급을 많이 받는 경찰도 이렇게 할 수 있구나 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또한 현장에서의 경찰의 모습과 가정에서의 모습이 같이 나와서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의 고충도 나름 느낄 수 있었다.
미국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마약 밀매와 그걸 쫓는 경찰의 모습을 보면서 나름 치밀하고도 엄청난 신경전을 볼 수 있었다. 굳이 멕시코 카르텔처럼 무자비한 세력이 나오지 않더라도 마약거래를 위해 경찰을 속이고, 심지어 협박하는 모습은 실로 엄청나게 보였다. 그리고 마약에 손대는 연령이 꽤 낮아서 우리나라에서 담배를 일찍 시작하는 것 마냥, 미국에서는 마약도 일찍 시작하는 악습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청소년 흡연 문제처럼 청소년 마약 문제로 인한 가정 갈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흡연과는 차원히 다른 양상이라 겪는 인물이 정말 힘겹게 보일 정도였다.
에드 멕베인의 87분서는 한 사건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보게 하고, 이들의 비중이 나름 적절하게 돌아가면서 여럿이서 한 사건을 해결한다는 분위기를 확실히 어필하는 게 보였다. 앞으로도 87분서의 경찰들을 계속 볼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