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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 저택의 피에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8월
평점 :
섬뜩한 걸 좋아하는 편이라 표지를 보고서 확 느낌을 받았다. 추리의 대표적인 무대인 저택에, 인형 중의 섬뜩하기로 가장 좋은 피에로라니.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잘 짜여진 추리와 섬뜩할 정도의 반전이 있을 뿐 호러는 없었다.
미즈호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유학하던 중, 고향으로 돌아와 사촌동생인 가오리가 있는 십자 저택으로 향한다. 마침 그 날은 가오리의 엄마이자 미즈호 엄마의 동생인 요리코가 발코니에서 자살한지 49재 되던 날이었다. 49재를 지내는 중 곳곳에서 가족들 간의 트러블을 보면서 미즈호는 자신이 없는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던 중, 가오리의 아버지 무네히코와 비서 리에코가 지하의 오디오룸에서 살해된 채로 발견되는데...
재벌에 특이한 저택이라는 점을 보면 당연하게도 전형적인 저택물 같은 느낌을 받는다. 저택물은 가족들간의 불화, 아니면 아야츠지 유키토 식의 비밀장치가 숨겨져 있다는 예상을 하고만다. 그래서 흔하게 널린 저택물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었으나 히가시노 게이고 답다고 해야할까, 전형적인 구조와 거기에서 오는 진부함을 타파하기 위해 여러 요소들이 있었다.(일본에서 출간 시점을 보면 아마 저택물이 범람하던 시기가 아닌 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제목에도 언급되어 있는 피에로 인형이다. 특이하게도 작중에는 피에로 인형의 시점이 있다. 그 인형은 수시로 작중 인물들에 의해서 이곳저곳 옮겨다니고 그에 따라 사각지대에서 일어난 일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물론, 자신의 시선에서 보이는 한도에서 말이다. 이러한 점을 보면 마치 인형이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이 피에로 인형은 정말 소품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추리하면 전지전능한 명탐정이 필수겠지만, 여기 십자 저택에는 명석한 두뇌를 가진 인물이 있을 뿐, 그런 인물이 전혀 없다. 그럴싸한 추리를 늘어놓는 인물이 있어도 명탐정마냥 풀리는 듯한 느낌을 주지 못하는 구석을 보이는 건 물론, 범인인데 추리를 늘어놓는 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뭔가 해결사가 없는 추리를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끝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저택물과는 달리 십자 저택은 어딘지 모르게 섬뜩한 미스터리를 남기며 마무리된다. 명탐정이 있다면 어떻게든 뒷끝없이 시원하게 끝났을텐데, 십자 저택은 아직도 뭔가 남은 듯한 인상을 풍긴다. 후속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이 십자 저택은 후속이 나오지 않고 이대로 영원한 미스터리로 뭍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탐정이 없는 세계, 즉 현실에서는 증명이 되지 않으면 설명이 불가능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