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의 엔드 크레디트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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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날 때부터 많은 이들이 듣고 고민하게 되는 것이 바로 재능, 혹은 능력이 아닐까 싶다. 특출나게 할 줄아는 것 하나만 있어도 주목을 받는데, 막상 당사자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누어질 것이다. 원래 잘하던 것이라 당연한 것이다. 또는 잘한다고 주목을 받지만 이게 진짜 내 재능일까. 이러한 문제는 학교를 다니고 있을 시절 가장 많이 고민이 되는 문제 중 하나이다.
 여름방학 후반이 다 되어갈 즘, 카미야마 고등학교의 고전부에서는 문집 빙과 원고를 정리하는 중이다. 그러던 중, 치탄다 에루가 지인이 있는 2학년 F반에서 촬영한 비디오카메라 영화 시사회에 가자고 제안한다. 시사회장에는 여제라 불리는 이리스 후유미가 있었고, 미완성된 영화를 보여주며 결말을 맞춰달라고 하는데...
 에니메이션과 비교해보았을 때는 소설 상에서의 시간흐름을 간소화하기 위해서였는지 전개상의 차이와 현대적인 요소를 넣은 부분이 다르게 보였다.

 미완성 영화의 결말이라는 점과 밀실살인이라는 요소가 결합되면서 묘하게 일상과 본격이 교차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분명 영화 속에서 일어난 살인이고, 가상 속의 트릭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일어난 사건인 마냥 건물 평면도까지 나와서 왠지 모르게 몰입이 되는 묘한 느낌이다.
 하지만 본격 미스터리 같은 느낌일지라도 일상 미스터리 같은 분위기 속에서는 하나의 토론 주제로 떠오르는 정도에 그친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결론이라는 일직선 상의 전개라기 보다는 여러 갈래 중의 가장 그럴사한 결론으로 이어지는 객관적인 전개라 할 수 있겠다.
 앞서 재능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전작 빙과에서는 학창 시절의 본질적인 의미에 대해 다룬 것 같다면 이번 '바보의 엔드크레디드'는 미완성 영화와 밀실살인을 통해서 재능에 대한 문제를 다뤘다는 생각이 든다. 2학년 F반의 비디오카메라 영화 부분을 보면 자기 자신이 자각하는 재능과 남들이 눈에 평가되는 재능의 충돌로 인한 문제가 보였고, 그 해결과정에서는 자신의 재능이 의심하게 되는 부분이 보였다.
 재능의 충돌에 관해서 말하자면 지나친 보편적인 관점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생각이다. 그러니까 엄연히 서로 다른 분야를 싸잡아 똑같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비슷하면서 그 계통에 속하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게 아닌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미술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사람에게 미술은 다 똑같다고 생각하는 의뢰인이 동양화를 요구하는데, 서양화 전공자는 동양화는 못한다는 얘기를 하지만 의뢰인은 서양화 전공자가 미술을 잘한다고 거짓말했다고 취급하는 경우다. 재능의 의심이란, 요컨대 이런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어떤 재능이 있다고 확신감 있는 말을 들었는데, 알고보니 그게 그냥 더 열심히해서 최선의 결과를 내라는 뜻에서 한 거짓말인 경우다. 그러면 원래 재능이 있어도 그게 자신의 진짜 능력인지, 남의 평가로부터 얻은 자신감을 통해 나온 그 순간만의 결과물일지 알 수 없게 된다는 생각이다. 학창시절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재능이란 건 쉬운 게 아닌 것 같다.
 끝으로 결말에 다가갈수록 우리는 뭔가를 착각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본격 미스터리 같은 분위기가 나도 이건 치탄타 에루와 오레키 호타로를 비롯한 고전부가 겪는 일상 미스터리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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