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터규 로즈 제임스 - 호각을 불면 내가 찾아가겠네, 그대여 외 32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3
몬터규 로즈 제임스 지음, 조호근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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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내가 처음 공포소설을 접했던 것이 한국공포문학단편선이었을 것이다. 그 이후로 러브크래프트, 스티븐 킹 등, 숱한 공포소설들을 보아왔다. 그런데 몬터규 로즈 제임스라는 이름은 처음보았다. 다른 공포 단편모음집에는 실려 있었는데, 모음집을 그닥 많이 보는 편이 아니라서 보지 못한 모양이다.

 몬터규 로즈 제임스의 공포 소설은 대체로 옛스러운 분위기와 흔히 잘아는 서양풍의 유령이나 악마가 등장하고, 마무리로 러브크래프트가 즐겨쓰는 미지의 공포로 마무리 된다. 배경은 전부 빅토리아 시대라서 그런지 아무리 옛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해도 중세 고딕소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받는다. 중세 시대의 잔재(종교적 권위가 높다던가, 장원, 영주 등)와 근대 사회가 공존하는 분위기라던가, 근대 사회 속에 존재하는 과거의 망령이 주는 태고적 공포, 종교적인 성역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이해 범주를 넘어서는 코스믹적 공포는 고딕에서 발전된 현대 공포소설의 기초라 해도 될듯 하다.
 작가 분이 심한 보수주의자라 불릴 정도로 옛스러운 걸 고집하는 경향이 있어서 인지 클리셰가 흔한 편이다. 예를 들면 각 단편마다 주요인물에 목사가 꼭 나온다던가(이들은 대체로 해결사 또는 조력자 역할이다.), 주요장면으로 영국 국교회 성당이 자주 나온다던가(이런 경우 100% 그 성당과 관련된 흑막이 있다.), 고문서나 유물이 인물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면 네크로노미콘 급의 마도서나 주술도구였다던가(이런 경우 소유자가 공포스러운 일은 겪어도 공정하게도? 죽는 건 나쁜 놈들 밖에 없다.), 마지막 흑막으로 털이 북슬북슬한 붉은 눈의 악마가 자주나온다던가(묘사가 조금조금씩 다르지만 종합해보면 전부 이런 모습이다.).
 총 4개의 단편집을 한 권에 묶은 것이라 상당한 분량을 자랑한다. 거기에 각 단편마다 분량 차가 심하게 차이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웃긴 것은 중요한 얘기만 한다면서 한 두페이지 넘게 엄청 질질 끈다는 것이다...), 다른 단편집에 비해서 읽다가 지루함을 많이 느낄만도 한다. 전부 소개할 수는 없고, 특별히 인상에 남았던 것만 꼽는다.
 '호각을 불면 내가 찾아가겠네, 그대여'는 전형적인 하얀 천 형태의 유령이 나오는데, 요즘에는 흔해빠진데다 귀요미로도 취급받고 심지어는 개그소재로 뒹구는 그런 녀석이 여기서는 진짜 무섭게 나와서 아, 이 녀석이 원래 이런 녀석이었구나, 하는 기분이었다. 역시 그 시대에 유명했던 것은 그 시대 사람 손에서 나와야 진짜 무서운 것 같다.
 '대성당의 옛이야기'는 분량이 약간 많지만 러브크래프트의 옛 우주의 신이 강림하는 듯한 코스믹적 공포가 일품이다. 단지, 그 공포스러운 존재가 악마처럼 종교적인 존재라는 것만 다를 뿐이다. 다른 단편인 '바체스터 대성당의 성가대석'을 같이 놓고 보면 M. R. 제임스의 소설 속 오래된 성당은 마치 크툴루가 잠들어 있는 르 뤼예에 있는 건축물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옛것이 없어져가는 것에 반발심을 가지는 작가의 성향이 반영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울부짖는 우물'은 저주받은 땅을 중심으로 마치 좀비물을 연상시키는 공포요소(실제로는 저주받은 망령이지만, 묘사가 마치 좀비 같다.)로 강한 인상을 받았다. 역시 어른들이 가지말라는 곳은 가지 말자.
 '소품'은 특정 지역에 대한 공포심을 다루는데,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계의 다른 세상이나 마찬가지라는 듯이 생각하고 두려워하는 묘사가 대단하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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