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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ㅣ 노버트 데이비스 시리즈 Norbert Davis Series
노버트 데이비스 지음, 임재서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철학자 비트겐슈타인부터 하드보일드 소설의 거장 레이먼드 챈들러까지 극찬한 인물인데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이름이라 노버트 데이비스는 나름 기대되는 이름이었다. 기대한 만큼 재미있었나 물어본다면, 조금 당황스럽다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까지 재미없었던 것도 아니고, 나름 하드보일드만의 재미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좀 당황스럽다고 밖에 평할 길이 없다. 그 이유는 노버트 데이비스의 소설에서는 그 동안 보지 못했던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립탐정 도앤은 듬직한듯 하면서 못말리는 성깔을 가진 개 카스테어스와 함께 의뢰차 멕시코 깊은 곳에 위치한 로스알토스로 향한다. 도앤과 함께 관광버스에 탄 이들은 다향하다. 낭만을 가진 여교사 재닛, 오합지졸의 핸쇼 가족, 온갖 멋을 떠는 귀족 아가씨와 그 일행. 그런데, 로스알토스에 도착하자마자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도앤이 의뢰를 받아 찾아간 은신 중인 미국 경찰이 지진으로 사망하고, 여교사 재닛은 가지고 온 옛 스페인 탐험가의 일기장 때문에 그 지역 대위에게 쫓기다가 현상수배범과 맞딱뜨리고, 거기에 귀족 아가씨의 사망까지 이어지는데...
일단 탐정이 등장하고 어느정도 하드보일드하기까지는 하다. 하지만 대체로 보면 이게 추리소설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생뚱맞을 것이다. 지역 군인들 때문에 아무런 조사도 못하는 마당에, 곳곳에서 최대 흑막이라면서 경계하지를 않나, 사건은 계속 터지질 않나...거기에 온갖 현실적인 냉혈함이 흐르는 하드보일드가 확실히 있음에도 상당히 가벼운 느낌이다.
아직 챈들러도 읽지 않았음에도 하드보일드에 나오는 탐정이 어떤 느낌인지 아는데, 그에 비하면 도앤은 상당히 만담꾼이라 해도 될 정도로 익살스럽고 코믹한 편이다. 거기에 카스테어스가 덤으로 상황극을 만들어서 웃기는 상황이 더해진다. 어쩌면 이렇게 사람 같은 개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다.
시대적면에서 2차세계대전이 한창일때 쓰여진 것이라 그런지, 약간 저마다 생각하는 지역비하적인 면이 많이 보였다. 멕시코 사람들이 갖는 역사적 자부심 속에서 돈만 밝히는 미국사람들을 멍청하다고 비하하고, 반대로 미국 사람들은 멕시코가 못 살고 돈만 던져주면 환장한다고 생각하고.
추리면에 대해 말하자면, 추리소설을 좀 읽는다 하는 분들이 원하는 그런 추리는 나오지 않는다. 그저 사건과 범인이 있을 뿐이라 이게 뭐냐고 혹평을 하고도 남을지도 모른다.
전체적으로 보면 여기서 나오는 탐정은 우리가 아는 엄청난 추리력으로 트릭을 간파해 범인을 알아내는 그런 부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완벽하게 현실에 존재하는 탐정 사무소에서 일하는 직업으로서의 탐정 그 자체다.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가 늘 알던 탐정의 모습이 나오지 않고서 사건을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허탈하게 보일진 몰라도 이게 노버트 데이비스가 생각하는 현실적인 탐정의 모습과 현실적으로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