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트란토 성 환상문학전집 2
호레이스 월폴 지음, 하태환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중세시대 고성을 배경으로 신비로우면서 한편으로는 공포스러운 분위기인 고딕소설은 대체로 공포소설에서 소재로 많이 쓰인다. 그래서 고딕이라면 성에서 유령이 등장하는 소설이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고딕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고딕의 시초로 불리는 소설 오트란토 성을 보면 그렇다.

 오트란토 공국의 왕 만프레드는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가 실현되는 것을 막기위해 병약한 아들을 이웃나라 공주인 이사벨라와 결혼시켜 대를 이을려 한다. 순조롭게 결혼식이 진행되던 중, 아들이 앞뜰에 나갔다가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의 투구에 깔려 즉사하면서 오트란토 성은 파국을 맞는다.

 왕가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발생한 비뚤어진 욕망과 앞뒤 가리지 않고 연결된 인연으로 만들어진 삼각관계로 복잡한 상황이 펼쳐지고, 이 모든 것을 앞도하는 초월적인 공포의 존재가 간간히 등장해서 분위기를 섬뜩하게 만든다.

 사실 내용상 오트란토 성의 왕족 간에 발생하는 사건들을 보면 현대 막장극에 버금간다고도 할 수 있다. 시아버지가 며느리와 결혼하려 한다던가, 의문의 인물이 잃어버렸던 아들이라던가, 여자와 만나면 무조건 사랑으로 연결되서 삼각관계가 된다던가, 적과 싸웠는데 알고보니 사랑하는 여자의 아버지였다던가... 밑도 끝도 없이 뜬금없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작품이 쓰인 시기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다. 고딕소설의 묘미인 공포의 존재는 기대치 만큼 등장하지 않고, 주로 왕족들 간의 막장 드라마라서 무서운 걸 기대하고 보면 실망감이 클 것이다.

 좀 오래된 작품이라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이 작품이 나온 이후로 자극적인 내용이 많이 나온 더라 여기에 나온 표현들을 보면 싱거운 걸 넘어서 시시하게 보일 수도 있다.

 본인이 재미있게 본 것은 주로 중세 시대 배경이다. 영주와 대공의 관계라든지, 성에 있는 비밀통로, 옛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의 느낌, 약간 유럽 설화 같은 분위기가 그러하다. 물론 다른 분들이 똑같이 느낄지는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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