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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김유철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평점 :
제목만큼이나 피냄새가 진동하는 내용이긴 했지만,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추리라고는 했지만 분량에 비해 상당히 지루하기만 한 이걸 추리라고 봐야 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차라리 스릴러라고 하는 편이 더 나을 듯 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스릴러 쪽에서도 달가워 하지 않을 것 같아서 스릴러라고도 하면 안 될 것 같다. 추리가 되고 싶은 추리소설이라고 해야 되겠다.
잔인한 살인마가 나오는 내용치고는 너무 붕 떠있는 인상이었다.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살인마와 경찰, 그리고 주변인물들이 한 공간에 있으나, 전부 따로 노는 것이다. 여백의 미를 강조해서 종이 하나에 살인마가 나오는 장면을 아래, 경찰이 수사하는 장면을 오른쪽 위, 그리고 주변인들이 나오는 장면을 중앙에 했다가, 왼쪽 아래구석에 있는 등 난잡하게 널린 느낌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아무리 극악무도한 살인마가 나온다 하더라도 스릴이라던가, 진지함 같은 느낌이 살아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의 잃어버린 기억에 대한 부분도 애매하게 보였다. 책 소개에서 미리 알게 해놓고 막상 내용에서는 잘 다루지 않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툭 던져놓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기억상실을 내용이 아닌 책 설명에서 미리 알고 들어가라고 대충 때워 놓은 게 아닌 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특이나 읽을 때 불편했던 것은 숫자나 영어를 한글 그대로 써놓았던 것이다. 연도나 날짜를 해깔리게 하려는 서술트릭이라면 모를까, 일관성 없게 어디서는 숫자로 써놓고, 어디서는 한글로 써놓고 하면서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문체 스타일이라 보기도 어렵고 그냥 독자를 신경쓰지 않고 불친절하게 썼다는 인상이다.
그 밖에도 인물들의 말투가 전부 똑같아서 개개인의 차이를 느낄 수 없었던 것과, 반복되는 문장과 표현이 계속 사용된 점은 안 그래도 지루한 내용을 더욱 지루하게 만드는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인물도 명칭으로 되어 있어서 누가 누군지 알아 보기 힘들 때가 많아서 몰입이 상당히 힘들었다.
결말에 가서는 거의 짬뽕이 되어 있다고 밖에 할말이 없다. 복수, 사회문제, 범죄자가 등장하는 이유, 부조리한 사회의 단면, 그리고 거의 어거지로 끼워 넣은 피와 연관된 살인이 나타나 있다. 게다가 분위기도 결말을 내기 위해 에필로그라는 이름만 붙여 놓은 것처럼 보였다.
그나마 좋게 평가할 수 있는 건, 경찰 조사과정에 대한 세세한 면과 피와 연관된 역사적 인물과 사건에 대한 다양한 정보다. 그러나 지적 미스터리가 아닌 이상, 이 장점들은 내용을 더욱 지루하게 만드는 요소에 지나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