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센 뤼팽 전집 2 - 아르센 뤼팽 대 헐록 숌즈 황금가지 아르센 뤼팽 전집 2
모리스 르블랑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까지도 많은 논란이 있는 작품을 본 심경이 참 묘하다. 일단 먼저 모리스 르블랑이 누가봐도 홈즈인 것을 알아보게 헐록 숌즈를 작중에 출현시켜 표현한 것을 평가하자면, 우리나라 추리작품에 일본 작가의 명탐정 캐릭터, 예를 들면 긴다이치 코스케라던가 아케치 코고로를 등장시켜 원작 이미지을 파괴할 정도의 깽판을 친다는 설정을 해놓은 것과 맞먹을 정도다. 코난 도일이 소송을 고려하고, 영불 사이에 분쟁이 생긴 것은 당연할 것이다.

 내용으로만 보자면 굳이 셜록 홈즈를 출현하지 않아도 충분히 흥미진진한 내용이었다. 굳이 탐정역할이 필요했다면 셜록 홈즈에 버금간다고 모방하고 사칭하는 탐정으로 했으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뤼팽의 라이벌격인 가니마르를 구상한 것만큼, 자체적인 탐정역을 만들었으면 오늘날까지 이렇게 욕을 먹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편에 비해서 여성 인물들의 출현이 유독 두드러진다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이전 작에서는 도둑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다면 이번 작은 흔히 말하는 신사적인 로멘티스트의 이미지가 약간 더 강했다. 이때부터 뤼팽에게 희로애락을 가져다 줄 여자 문제가 시작되는 듯하다.

 작중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두 가지다. 금발의 여인이라고 명명된 첫 사건은 책상 하나 때문에 벌어진 복권 당첨금 쟁탈전과 프랑스 대사 출신의 남작 살인사건에 연루된 푸른다이아몬드 사건에 연이어 등장하는 금발의 여인과 아르센 뤼팽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사건 관계자들을 이리저리 굴리며 빠져나가는 뤼팽이나, 발끝까지 쫓아와 놓고서는 마지막에 대굴욕을 당하는 가니마르는 여전하다. 하지만 푸른 다이아몬드 사건 이후부터 문제의 헐록 숌즈와 역시 철자를 바꿨지만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윌슨이 등장한다.

 헐록과 윌슨은 감히 셜록 홈즈라고 같다 썼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침착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걸핏하면 권총을 빼들고, 기분나쁘다고 아무런 상관없는 길거리 행인과 싸움질을 하는 등, 찌질함의 끝을 보여주는 헐록이라던가, 거의 호구나 다름없고 부상을 입고 헐록에게 버림받는 윌슨의 모습을 보면 도대체 왜 셜록 홈즈를 같다 쓰려고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금발의 여인 사건은 뤼팽식으로 만든 유사 저택미스터리였다. 작중의 푸른다이아몬드 사건이 저택미스터리 분위기 같다고 할 수도 있지만 물건을 훔치는 뤼팽을 생각하면, 흔히 알고 있는 저택미스터리 형식과는 차이가 많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점도 역시 존재하기 때문에 유사 저택미스터리라고 말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사건인 유대식 구리등잔은 한 부유층 자택에서 벌어진 유대식 구리등잔 도난사건에서 뤼팽의 흔적을 발견하면서 사건과의 연계성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단순한 절도 사건으로 보이는 사건이지만, 범행을 한 범인과 범행을 하지 않은 범인이 가려진다. 이 역시 뤼팽식 추리의 한 묘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역시 모리스 르블랑이 넣은 짝퉁 홈즈, 헐록이 문제였다.

 여전히 무턱대고 권총을 뽑아드는 헐록에, 이번에는 죽을 고비를 넘기고 병상에 누운 뒤로 결말까지 거의 공기화된 윌슨. 이쯤되면 셜록 홈즈 이미지 파괴는 고사하고 더 좋지 않은 대우를 하면서 까지 굳이 왓슨을 출현시킨 의미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조수라기 보다는 그냥 셜록이라는 본상품에 끼워파는 싸구려 사은품 취급이다. 거기에 사건을 해결한 탐정보다는 쓸데없이 남의 일에 끼어들어 불화를 일으킨 장본인 취급을 한다.

 비록 홈즈의 이미지를 망가뜨린 작품이지만, 이건 뤼팽이 아니라 작가인 모리스 르블랑이 비판받아야할 것이다. 어디까지나 홈즈를 끌어들인 것은 작가였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