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골의 꿈 - 상 - 개정판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꿈과 현실, 정신의학과 종교의 경계, 그리고 수많은 뼈가 돌아다니며 혼란을 일으키는 내용이었다. 언제나 교고쿠도의 장광설은 만만치 않지만, 특히 여기서는 후루하타라는 신경외과 의사가 말하는 정신분석학을 비롯한 정신의료 분야, 정신의료에서 보는 종교라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하 권에 가서 교고쿠도가 등장하고 상 권에서 나오는 후루하타와 시라오카의 대화부분이 지분을 거의 차지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전편인 망량은 신원을 알 수없는 토막난 시체의 피바다에서 오는 혐오적인 시각의 공포였다면, 광골은 뼈라는 인간의 죽음을 상징하는 본질에 가까운 공포였다. 그래서 죽음과 연관된 전생, 죽었다가 돌아온 사령, 시체의 부활 같은 초현상적인 면이 두드러져 보인다. 서로 따로는 사건이 하나의 사건으로 합쳐지는 형식을 보면서, 작가가 전작인 망량의 형식에 반대되는 형식을 시도해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낚시터 주인 이사마 가즈나리는 가나가와에 있는 즈시 만으로 낚시를 가게 된다. 새벽 시간에 별 성과 없이 해변을 걷던 이사마는 죽은 전남편의 명복을 비는 아케미라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아케미는 집으로 이사마를 초대하고, 자신의 과거를 회상한다. 며칠 뒤, 쿠보 슌코의 장례식장에서 세키구치는 괴기 소설가 우다가와를 만나게 된다. 우다가와는 아내 아케미가 죽은 전남편이 살아돌아오는 환영에 시달린다는 것에 대해 논의를 하고 후일을 기다리며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우다가와가 아케미에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

 정신과 종교를 다룬다는 점에서도 역시 일본 과거사에 관련된 것이 느껴졌다. 국가신도라는 명목으로 종교가 전쟁에 개입되고 그 이후 신념을 잃어 피폐해지고, 이사마의 사후체험과 사회상을 통해 보여진 전후의 정신적 피해가 느껴지면서 그 당시에는 대부분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고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 당시의 탈주병에 관한 얘기도 더해지면서 전쟁이 사람의 정신에 가하는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느껴졌다.

 이번에 주로 논의되는 것은 사람의 정신과 기억, 그리고 종교였다. 사람의 정신이란, 실로 복잡한 것인데 의외로 우리는 너무 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을 이해한다기 보다, 자신의 척도에 맞춘 편견에 가까울 것이다. 우부메에서도 사람의 정신에 대해 약간 다루기는 했으나, 광골은 정신분석학을 시작으로 프로이트에 관한 견해와 신체 기관으로서 정신의 역할, 꿈이란 무엇인가, 정신학에서 보는 종교 같이 구체적인 면이 많았다. 너무 구체적이라서 교고쿠도의 장광설보다 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정신의학을 대변하는 인물인 후루하타는 작가가 아닐 뿐이지 거의 세키구치와 다를게 없던 인물이었다. 후루하타의 입장에서 나온 종교의 대한 견해에 주목한 것은 학문과 종교가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종교는 믿음으로 깨우치고, 학문은 배움으로 깨우치는 점이 같다는 것이다. 이렇게 학문이 종교와 같다면 이 세상의 진정한 무신론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진정한 신념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과연 신념은 신을 믿는 다는 전제하에서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신을 믿고 싶다는 전제하에서 나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마찬가지로 종교를 대변하는 인물인 시라오카 목사는 겉으로는 인상 좋은 목사이지만, 상당히 신에 대해서 의심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현대의 종교인이 가질 법한 딜레마라던가, 회의감 등의 복합적인 부분을 보면서 종교인도 나름대로 고민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라면 모를까 과학으로 많은 것이 밝혀지고, 외부세력의 개입으로 악용되는 일도 다반수인 현대에서 종교인들에게 신이 어떤 뜻으로 쓰일지 많은 생각이 들것이다. 자신들이 믿는 신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한편으로는 신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권에서 나오는 성 신앙에 대한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 정서상 이해 할 수 없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동해안 어촌지역을 비롯한 각지의 민간신앙에도 남근신앙과 여근신앙 같은 성 신앙이 있다는 것을 보면 그렇게 이상하고 문란하다고 단정짓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성 신앙에서 추구하는 것은 쾌락이 아닌 생명의 탄생, 즉 아기의 탄생이다. 그래서 신앙에 대한 의의는 종족 보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부메에서 나온 탐정소설에 등장하는 탐정상에 대한 비판에 이은 쓴소리가 나왔다. 밀실트릭, 특히 관시리즈에서 나올 법한 비밀장치가 있는 저택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일본에서 광골이 출간 된 시기를 보면(초판 출판일이 1995년 5월), 구체적으로 신본격 미스터리(특히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같다. 참고로 관 시리즈 1기 마지막 작품인 흑묘관 초판 출판일은 1992년 4월.)를 비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트릭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약간은 서술트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점 뿐만 아니라 장소와 인물, 시간, 정신상태를 착각하게 만들어서 해깔리고도 남았다. 그 중,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인물의 정신상태를 이용한 서술트릭이었다. 장소나 인물, 시간은 충분히 착각하게 만들고도 남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정신상태를 착각하게 만든 다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수 천년을 내려온 원한에 묻힌 신앙에 얽힌 두 여자의 운명과, 신의 본존을 둘러싼 이기적인 신념으로 인해 뒤틀린 신앙. 거기에 각종 종교의 범람 속에서 생긴 오해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 불러온 엄청난 비극은 상상을 초월한 것도 있지만, 서로의 사연에서 굴러다니던 해골이 한 곳에 모여서 정체를 들어내는 순간이 가장 큰 반전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번 결말은 전작들의 무거운 분위기에 비해서 다소 유쾌한 분위기로 끝이나 진짜 꿈을 꾸다가 일어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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