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일기Z 밀리언셀러 클럽 132
마넬 로우레이로 지음, 김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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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 일기형식이라 좀비를 피해 살아남고, 약탈자를 물리치고, 또 다른 생존자를 구하는 등의 뻔한 내용이 나올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주인공은 직업이 변호사라는 것을 제외하면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총도 제대로 쏘지 못하고, 시체를 보면 구토를 하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게 보인다. 거기에 혼자 살아남기도 힘들텐데 고양이 루쿨루즈까지 데리고 다녀서 2배는 힘들게 보인다.
 특이한 점은 잠수관련 해서 경험이 있어서 운 좋게 생존한다는 것이다. 질긴 잠수복의 특성으로 아슬아슬하게 감염을 피할 수 있었고, 유일하게 잘 다루는 작살총으로 좀비를 처치한다. 그런데, 이 변호사 아저씨는 좀비를 죽이는데도 심각하게 죄책감을 가진다. 좀비가 알던 사람일 때 더욱 그렇다. 보통 좀비를 망설임 없이 죽이거나, 단순히 제거해야할 위협적인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한때 인간이었고, 어떤 가족의 일원이었고,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었고, 가족 중에 누군가와 닮았다는 생각을 일일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이 보인다. 오죽했으면, 좀비가 밖에 돌아다니는 상황에서 담배를 피우고, 술에 취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는 말이 나올지.

 주인공 변호사는 어떻게 보면 정말 운이 좋으면서, 한편으로 불운을 몰고 다닌다고 할 수 있다. 식량이나 무기를 탄탄히 준비한채로 생존자를 찾아 나섰다가, 불법 밀수업자들에게 잡혀서 고된 일을 겪는 것부터 해서 시련이 시작된다. 좀비무리 속을 잘해쳐나가다 갑자기 사고를 당하고, 어디 숨어있다가도 갑자기 좀비가 튀어나오지 않나, 좀비가 없는 완벽한 안식처를 찾아도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해서 떠나게 된다. 변호사가 돌발상황을 잘 대처해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벌써 좀비에게 먹혔을 것이다.
 상황도 최악이지만, 갈수록 힘들어 보이는 것은 인물의 정신상태이다. 계속해서 좀비를 죽이는데에서 발생하는 외상후 스트레스로 인해 미칠 뻔하고,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좀비를 경계하느라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지금까지 좀비물에 나오는 인물들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정신력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이 끝나고도 군인들이 후유증을 겪는데, 좀비를 죽이고도 후유증이 안 생기는 것은 말이 안 될 것이다.
 폐허가 된 세상에서 우여곡절 다 겪으며 운 좋게 생존하는 변호사 아저씨와 고양이 루쿨루즈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앞으로 그들이 또 어떤 시련을 겪고 해처나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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