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아트 오브 머더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2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지, 미국 하드보일드하면 주먹질과 총격전이 떠오른다. 그래서 한때는 추리보다는 몸으로 때우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책을 보지 않았으면 하드보일드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을 것이다. 알고보면 하드보일드라는 것은 깊은 느낌이 드는 추리로 보였다. 보통 추리소설이 아메리카노라면, 하드보일드는 시리즈 이름처럼 추리계의 에스프레소일 것이다.

 

심플 아트 오브 머더

 

 추리작가마다 추리소설에 대한 생각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유독 첸들러가 생각하는 추리소설은 다른 느낌이었다. 그는 아서 코난 도일, 에거서 크리스티 같은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푸아로의 안락의자 탐정형식이 바보같다 하고, 파일로 밴스를 형편없다고 할 정도면 다른 작가들도 챈들러의 비판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알고보면, 황금기 시대의 추리소설 대부분이 상류사회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추리소설 만의 재미는 있겠지만, 현실의 리얼리티를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다. 화려하게 사는 상류층의 시선에서는 사건과 용의자, 사연만 있을 뿐이지 하층민의 피페한 삶이나, 검은 뒷거래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챈들러는 비열한 세상의 모습을 리얼리티라고 말하는 것이다.

 하드보일드라는 것이 단순히 거친 것이 아니고, 비열한 현실에 맞서는 추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현실에서는 밀실살인도, 천재 탐정도 없지만, 소설보다 더한 사건들이 있다. 눈 앞에 보이는 현실을 두고, 황당무게한 탐정을 논하는 것은 챈들러에게 보이는 세상의 리얼함과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요즘 각종 비리가 넘치는 우리나라에도 하드보일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스페니시 블러드

 

 한 도시의 시장선거를 앞두고 후보인 도네건 마르가 사무실에서 총살 된채 발견된다. 사건조사에 참여한 델라게라 형사는 마르와 가깝게 지냈다는 이유로 사건에서 배재된다. 하지만 델라게라는 혼자서 수사를 하면서, 검은 그림자가 숨어 있다는 것을 눈치채는데...

 주로 델라게라의 움직임을 따라 담담하게 진행되서, 홈즈처럼 생각을 많이하는 추리에 익숙한 분들은 어색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어떻게 보면 델라게라가 아무런 생각없이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 설명하고 있다. 다만, 그것을 델라게라가 일일이 설명해주지 않는 것이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시사프로에서 해설을 넣지 않고 영상만 보여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보통 추리소설은 사건 해결이 되면 깔끔한 기분이 드는데, 스페니시 블러드 같은 경우에는 약간 찜찜하게 끝나는 느낌이 든다. 현실의 리얼리티한 비열함이 살아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하드보일드를 느끼기에는 딱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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