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모자 미스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이기원 옮김 / 검은숲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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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해 보이는 문제에서 답을 찾아내는 과정이란 퍼즐 맞추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나의 과정을 통해 그림 일부를 만들고, 이게 어느 부분과 연결되는지 다시 찾는 과정의 연속이다. 이 과정 속에서 공정성이 언급되지 않을 수 없긴 하다. 그냥 봐서는 알 수 없을 감춰 놓은 조각이나 예상하지 못할 조각이 존재하느냐고 말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시대가 지날 수록 확장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 받기에 지금 와서 보면 경직되어 보일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퍼즐형 추리소설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뉴욕 브로드웨이 극장가에 있는 로마 극장에서 공연 도중 관객석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뉴욕 경찰청의 리처드 퀸 경감과 그의 아들인 엘러리 퀸이 현장에 도착해 조사를 시작하니 피해자는 질 나쁜 변호사로 알려진 몬테 필드다. 사인은 독살로 추정되는 와중에, 엘러리는 몬테 필드의 모자가 어디서에도 발견되지 않은 점에 의문을 가진다. 이 모자는 수사를 진행할 수록 중요 단서로 떠오르기에 엘러리와 퀸 경감은 어떻게든 찾아내려 하는데...

수 많은 인원이 있는 극장에서 발생한 독살 사건. 그 자리에 있던 범인과 연관성을 가진 다수의 인물. 정통적인 추리소설 전개로서 아주 그럴 싸한 무대다. 제목처럼 모자가 사건의 핵심으로 주목 받으며 끊임 없이 언급되기에 특이성 면에서도 주목 받을 만하다. 대체 모자가 뭐길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걸까.

모자로 시작된 미스터리를 완성 시켜 나가는 과정은 상당히 흥미롭다. 온갖 가능성 속에서 모자가 왜 중요한지 체계적으로 정리해 강조하고. 의미 있는 추리와 단서를 통해 모자의 진짜 의미를 알아내고. 이 모자 때문에 사건이 어떤 식으로 흘러갔는지 밝혀질 때는 놀라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조금만 눈썰미가 있으면 초반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금방 알아낼 수 있어서 작가가 추구한 대결 구도에 어느새 빠져들게 된다.

다만 이런 기대에 비해 스토리 자체는 크게 특별한 것이 없긴 하다. 질 나쁜 악당이 살해 당했고, 범인은 그와 가깝거나 연관된 인물 중 하나. 이 구도 안에서 앞서 말한 퍼즐형 추리를 추구하기에 다소 정해진 패턴대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편이다. 인물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인다기 보다는 그 자리에서 가능한 추리를 진행 시키고 단서나 용의자가 지목되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보기보다 단순한 구성이면서 똑같은 얘기를 계속 반복하며 검토 하는 부분이 많아 좀 더디게 보일 만하다. 굳이 이렇게 복잡하게 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이다. 사건의 진상 역시 당시 시대상이나 작가의 초창기 작품이라는 걸 감안해도 조금 불호의 의견이 나올 만하다. 동기에 대한 부분이 이해 못할 건 아니지만, 겨우 이 정도 밖에 안 된다는 인상이라 그렇다.

물론 이런 단점으로 지적된 부분들은 대체로 요즘 시대 관점에서 그렇다는 것이지 엘러리 퀸의 스타일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사건 현장 도면, 주요 인물 정리 같이 사전 정보를 제공한다는 부분은 지금도 많은 작품에서 사용할 정도로 익숙한 부분이고. 독자와의 대결 구도를 추구하는 만큼 추리 과정을 상세하게 나타내기 때문에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하기 쉽다. 그 만큼 기초적인 토대가 잘 들어나 보여서 추리 과정을 상세히 알고 싶은 경우라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공정성을 추구하는 만큼 탐정을 따라 다니며 과정과 결과만 보는 게 아니라, 독자 스스로 답을 찾아낼 수 있는 구조다 보니 더 그렇게 보인다.

고전이 왜 고전인지는 추리 소설 역시 마찬가지다. 그저 너무 오래된 작품이라 시시하고 감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평가 받는 의견이 나와도 굳이 찾아 읽어봐야 할 가치는 여전히 있다. 제대로 된 바탕을 다지기 시작하고, 기발함 하나로만 시도한 수 많은 가능성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의 작품인 만큼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이 존재한다고 본다. 이 날 것이란 이런 거다. 별거 아닌 기발함을 토대로 복잡한 논리를 구축하거나, 엄청 어려워 보이는 걸 간단한 논리로 풀어내는 것. 오로지 가능성에만 무게를 두고 진행시키기에 생각 이상으로 자유분방하다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고전 추리의 이러한 부분에 감탄하고는 한다. 그래서 이 가능성의 문제를 잘 나타내는 작품일 수록 흥미를 느끼고, 엘러리 퀸이 재미 있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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