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동물 기록 - 피터 아마이젠하우펜 아카이브
호안 폰쿠베르타.페레 포르미게라 지음 / 이은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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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같은 가짜. 예전부터 이런 것에 많이 끌리고는 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때는 이런 게 진짜 있을까 싶었고. 가짜라는 걸 알았을 때도 그건 그것대로 대단했다. 상상의 세계를 현실과 구분이 되지 않게 구현했다는 것이니 말이다. 현실에 구현한 환상. 대부분의 곳이 실체가 밝혀지고 미지가 거의 사라진 현실에 큰 자극을 준다고 생각한다.

상당히 오랜 과거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미지의 생명체에 대한 소문. 이 책에서는 그러한 상상의 동물에 가까운 생명체들을 소개한다. 단순히 가벼운 도감 같은 게 아니다. 우연히 발견된 독일의 어느 생물학자(이 역시 가공의 인물이다.)가 실제로 조사한 기이한 생물 기록을 정리해 출간한 연구집이란 설정으로 나온 책이다. 그래서 생물학 연구 자료 같은 느낌의 서술에 진짜 목격하고 촬영한 듯한 사진들이 실려 있다.


대부분 기존에 알던 동물들의 외형이 섞여 있거나 어딘가 변형된 듯한 생명체들이다. 표지에 있는 것부터 원숭이와 조류가 섞인 외형이고. 그 밖에도 다리 달린 뱀, 팔이 달린 조개, 거북이 등껍질이 달린 새, 토끼 발이 달린 오리 등등. 글로 된 설명으로는 별거 아니게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진짜처럼 찍은 사진이 같이 있다 보니 상당히 기상천외한 느낌을 받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흑백사진으로 찍은 게 상당한 효과를 발휘 했다고 본다. 단순히 이 생물을 발견한 시대적 배경에 대한 고증이라 할 수 있지만, 다소 어색할 수 있을 부분을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노린 것 같기도 한다. 해당 생물의 사진 뿐만 아니라 원본 원고와 해부학 스케치 같은 사진들도 같이 있어 사실감을 더해준다.

생물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참 재미있다. 대체로 발견한 상황에 따라 어디까지 조사했는지 기술하는 편이다. 생물이 발견된 상황이나 습성에 따른 변수나 학자로서의 판단, 주변 환경에 따른 제약. 이러한 실제로 겪을 법한 상황 설정이 반영되어 있어 글로서도 꽤 현실감을 부여한다. 또한 해당 자료들이 세상에 처음 발견됐을 때 상당수가 유실됐다는 설정이 있어 설명 없이 사진으로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오직 사진으로만 감상하고 해석해야 되기에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이건 어떤 상황에서 촬영한 걸까. 이건 어떤 습성을 가지고 있을까.

다소 참고해야 할 부분이라면 각 생명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무엇이다, 라는 식의 세세한 설정이나 상황을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깔끔하게 정리된 도감 같은 걸 생각하면 실망할 가능성이 없잖아 있다. 글로 된 설명은 해당 생물을 보고서 쓴 관찰 자료나 수필 같은 느낌이고. 사진만 있는 경우라면 아예 아무런 설명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라 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 이 책은 단순 흥미 위주의 도감이 아니라 예술 사진을 감상하는 아트북에 가깝다고 알아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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