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으로 날아간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김보은 옮김 / 다른 / 201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창작의 바탕이 되는 건 언제나 찾기 힘들다고 여겨진다. 흔히 말하는 영감, 아이디어, 소재 같은 것이 해당된다.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났다가, 금방 사라진다.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다. 유행에 따라 뜨는 게 있고, 못 쓰는 게 있다.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 생각되겠지만, 같은 문제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보는 경우도 존재한다. 멀리 있던 것이 사실은 엄청 가까운 곳에 존재했듯이 말이다.

미국의 유명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가 자신의 삶을 통해 설명하는 창작에 대한 에세이다. 먼저 말해두겠지만 문장, 문법, 작법 같은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아니다. 멀리 있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닌, 가까운 곳을 돌아보는 방법을 알려준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이걸 끊임없이 질문한다는 점이 특별하다.

생각해 보면 많은 이들이 잊고 지내는 편이긴 하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주변의 눈치가 보여서 숨기거나, 남들만 보며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진짜 자신을 잊어버린 채로 버려두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돌아보면 얼마나 많은 것이 있었는데 말이다. 좋아하는 게 없다. 이건 현재가 그렇다는 것이지, 과거에는 누구나 존재했다. 이미 유행이 끝나 지나가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럼 유행 따지지 않고 그냥 좋아했던 것을 떠올려 보라. 이제 보면 유치할지 모른다고? 대체 어디까지 도망갈 생각인가. 계속 자신이 좋아하는 걸 스스로 없애버리고 있는 셈이잖나.

저자는 자신의 작품을 예시로 어린 시절을 비롯한 과거를 돌아보며 좋아했던 것, 싫어했던 것을 바탕으로 소재를 찾아낸 과정을 알려준다. 그게 자신을 나타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자 훌륭한 소재라고 말이다. 이는 완전히 다듬어진 무언가를 찾지 말고, 원초적인 형태 그대로 유지되어 있는 자신 만의 원석을 찾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본다. 다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자신이 좋아하던 걸 계속 가지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강조한다. 자신이 좋아하고 사랑하던 것은 무엇이든 버리지 말라고. 삶의 공허함을 채워줄 수 있는 건 이미 버린 좋아하던 것 뿐이라고. 나를 바보 취급하는 세상으로부터 좋아하는 걸 지키라고.

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경험에서부터 비롯되기도 한다. 까마득한 어린 시절만 한정되지 않고, 지난 날의 추억, 아니면 바로 어제의 기억도 될 수 있다. 확실하게 기억되는 것 뿐만 아니라 어렴풋하게 남은 인상이나 별거 아닌 일화까지 버릴 것 하나 없다. 재미 없게 본 것과 관심 없던 분야도 마찬가지다. 잘 만든 것과 흥미 있는 분야만 봐서 알 수 없는 걸, 정반대의 경우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말하는 동시에 싫어하는 것에 대한 부분 역시 강조하는 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생각 비우기라는 부분도 꽤 큰 의미를 준다. 창작에서 생각을 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겠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이거다. 망설임 없이 글을 쓰게 하는 흐름. 망설임의 이유로 여러가지 많지만 그 중에서 글쓰기 외적으로 생각을 많이 한다는 지적이 꽤 적절하게 보였다. 자신의 글쓰기에 확신을 가지지 않고 외적 시선과 다른 면을 신경 쓴다는 얘기니까. 이것도 어떻게 보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얘기의 연장선이다. 자기가 좋아 하는 걸로 쓰고 싶고, 좋은 대로 쓰고 싶은데 눈치를 본다는 것이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글쓰기에 대한 내용이면서 자신 만의 낭만을 찾아가는 방법을 말해주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재미 없는 삶이 만들어진 이유와 과거의 자신이 무엇을 버렸으며, 다시 활기차게 살아가게 하는 조언. 레이 브래드버리의 글쓰기에는 이런 부분으로 꽉 차 있다. 한평생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둘러싸여 살았다. 너무나 부럽게 보이면서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 누구나 시도해 보기 쉽다. 필요한 건 이것 밖에 없다. 세상의 눈치를 신경 쓰지 않고 즐길 용기. 한 번이 어려울 뿐이다. 즐기는 자야 말로 누구도 이기지 못한다고 하지 않은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