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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종 ㅣ 러브크래프트 서클 25
헨리 커트너 / 바톤핑크 / 2023년 8월
평점 :
무순 부족의 주술사들이 만든 저주 받은 종이자 놀랄만한 음색과 음질에 관한 전설을 가지고 있는 걸로 알려진 산 하비에르 종. 캘리포니아의 피노스 산맥에서 발굴 됐지만 직후에 부숴버리고 파편마저 다시 비밀리에 파묻어 버린 걸로 알려졌다. 이 발굴과 관련된 자이자 캘리포니아 역사 학회의 간사인 로스는 이 종과 관련해 벌어진 무서운 일에 대해 밝히는데...
사악한 존재를 소환하는 매개체와 관련된 내용은 대체로 전조 현상 선에서 끝나기 마련이다. 무언가 나오려다 중간에 끊기다 보니 애매한 인상만 남는다고 여길 수도 있으나 막상 접하면 시시하지 않다. 직접적인 존재를 들어내지 않아도 끼치는 영향력이 가진 섬뜩함과 파멸 직전의 상황이라는 혼란이야 말로 초월적인 공포에 걸맞는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성 하비에르 종은 그걸 아주 잘 나타냈다고 본다.
이 작품에서 말하는 영원한 어둠이란 처음부터 너무나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보통 어둠이라 하면 무엇인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것. 빛이 사라진 순간. 하늘이나 날씨, 공간적인 면에서 보면 상당히 초월적이라고 볼 여지가 많다. 그러나 가장 원초적이고 손쉬운 영원한 어둠은 정말 별거 아니다. 생명체는 무엇으로 세상을 보고 빛을 감지하는가. 그것이 없다면 곧 영원한 어둠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작중에서는 영원한 어둠과 관련해서 끔찍한 묘사가 꽤 나온다.
특정한 상황에서 울리는 종은 분위기를 고조 시키고는 하는데, 성 하비에르 종 만큼 기괴함을 주는 경우가 또 있을까 싶다.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종이 울리는 소리를 들어봤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울림이 얼마나 깊고 오래가는지. 맑거나 웅장하면 듣기 좋은 음색이겠지만, 지하로부터 전해지는 듯한 땅울림이자 엄청난 무게감을 가진 기분 나쁜 진동이라면 대체 어떤 소리일까. 이 종소리가 완전한 형태로 울리지 않았는데도 벌어진 참사를 보면 불러 일으키는 대상이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지 단 번에 느낄 수 있다.
마지막까지 끝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 결말은 종의 존재감을 계속 강조한다. 마치 종의 울림처럼 한 번 시작되면 그 잔향이 오래 남는다고 말이다. 인위적인 영원한 어둠이 아니라 일시적인 영원한 어둠도 존재하기에 그 잔향은 언제 어떻게 다시 영향력을 들어낼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끝나지 않은 공포란 불안을 단순 기분 탓이 아닌 눈에 보이는 현실로 보여줬기에 인상적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