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그림자의 미사 Mystr 컬렉션 185
아나톨 프랑스 / 위즈덤커넥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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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율리아 성당의 교회지기가 막 장례식을 치른 무덤 파는 일을 하던 자신의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를 해준다. 캐서린 퐁텐이라는 어느 노부인이 있었는데, 그녀는 매일 아침 6시에 성당 미사에 참석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12월, 평소처럼 6시 미사에 참석한 노부인은 놀라고 만다. 전부 처음 보는 사람들만 있었고, 그 안에서 유일하게 알아본 사람은 젊은 시절에 일찍 죽어버린 옛 애인이었는데...

1892년에 출간된 단편집 〈마더 오브 펄 L'Étui de nacre〉에 수록된 작품이다. 옛날에 이 소설과 비슷한 내용의 무서운 이야기를 본 기억이 있다 보니 꽤 놀랐다. 새벽에 열리는 미사. 죽은 사람들 사이에 유일하게 살아 있는 한 사람. 여기까지는 비슷했지만 결말은 완전 다르다. 그 이야기는 단순 괴담에 가까운 결말을 보여줬고, 이 작품은 죽음에 대한 깊은 고찰을 다룬다고 볼 수 있다. 아마 그 무서운 이야기의 원본이 이 소설이지 않았을까 싶다.

공포 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긴 하지만 사실상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죽은 사람이 어째서 떠돌아 다니고, 가까운 이의 앞에 계속 나타나는가. 이걸 섬뜩함이 아닌 담담함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라 진짜 미사를 진행하듯이 엄숙하다. 이해할 수 없는 괴현상이 아니라 사람이기에 저지르게 되는 잘못이자 원한이다. 사랑해서 저지르게 된 이러한 죄를 속죄하는 방법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다. 죽은 사람은 물론이고 살아 있는 사람에게도 말이다.

직업적으로 죽음과 가까운 것이 아니라면 그건 곧 죽음이 가까워 졌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기에 캐서린 퐁텐의 경험은 의미심장하게 볼 여지가 많다. 한순간의 주마등 같은 것일지, 아니면 인생의 말년에 이루어진 환상과도 같은 염원일지. 결말을 보면 무엇이 먼저였을지 의문이 들긴 하지만, 그걸 따져봐야 의미가 있을까 싶다. 어쨌든 캐서린 퐁텐은 살아서 죄를 속죄하고 기억 속에 오래도록 간직한 사랑하던 이와 다시 만나게 됐으니 말이다.

무엇에 대한 죄이고, 무엇을 속죄해야 한다는 것인지 정확히 설명하자면 미련을 말하는 것이라고 본다. 놓아 줘야 할 순간에 확실하게 보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는 물론이고, 다른 이들에게도 피해를 준다. 이를 두고 죄라 말하는 것이고, 캐서린 퐁텐의 마지막 순간은 그걸 확실하게 놓음으로서 속죄를 하게 된 셈이다. 교회지기가 마지막에 말하는 것도 이를 의미하는 걸로 보인다. 그렇기에 이 작품 속에서 말하는 죽음이란 미련 없는 완전한 끝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무엇 하나 남기지 않고 털어버림으로서 산 자와 죽은 자는 각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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