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세일럼 호러 - 크툴루 신화 연대기 | 러브크래프트 서클 5 러브크래프트 서클 5
헨리 커트너 / 바톤핑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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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추세츠 주, 세일럼에 있는 더비 가의 어느 낡은 박공 집. 그 곳은 17세기 세일럼 마녀 재판 당시에 사형 당한 기괴한 노파, 애비게일 프린이 살았던 집이다. 이미 300년이나 흐른 이후인데도 이런저런 악명이 퍼져 있던 이런 집에서 조용히 소설을 쓰기 위해 살던 카슨. 집안을 돌아다니는 쥐 때문에 신경 쓰여 쫓다가 지하실로 향하게 되고 거기서 숨겨져 있던 통로를 발견한다. 그 누구도 존재를 모르고 있던 마녀의 방으로 향하는 통로였다...

세일럼 마녀 재판과 크툴루 신화가 섞인 내용으로 300년의 세월을 넘어온 마녀의 공포를 보여준다. 이전부터 많이 느꼈던 것이지만, 마녀는 서양권에서 쥐와 함께 오랫동안 이어져 온 고전적인 공포 요소 중 하나다. 순화된 이미지로 익살스럽게 묘사된 경우를 많이 접하긴 했지만, 마녀를 소재로 한 유명 공포 작품을 보면 어떤 부분에서 무서운 건지 느껴지긴 한다. 언제 어떻게 말려들었는지 알 수 없는 주술. 무엇을 불러 들일지 알 수 없을 초월적인 세계를 자유 자재로 다룬다는 증거들. 이런 걸 한 번이라도 경험해보면 그 분위기가 얼마나 기괴하고 꺼림직한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보통 지하의 숨겨진 무언가를 발견하는 과정은 고딕소설에서 많이 나오고, 대개 이 부분에서 결말이 나곤 한다. 그런데 이 소설은 오히려 무언가에 해당되는 마녀의 방을 발견하고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처럼 보여서 발표된 당시에는 다소 특이하게 보였을 법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이거다. 이미 숨겨진 것이 전부 밝혀진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 작품의 메인 공포 요소 중 하나가 마녀다. 즉 초반부터 주인공인 카슨은 물론이고 독자마저 마녀의 주술에 걸려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고 웬 불청객이 나타나 자꾸 이상한 말만 늘어 놓으며 카슨을 방해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언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암시와 흔적을 계속 보여주며 불길함을 더욱 커지게 만든다. 오직 상식만 통용되는 현실적인 세상에 점차 환상이 침범하며 과거의 전설로 치부 되던 마녀가 점차 실존하는 공포로서 다가오는 것이다. 심지어 카슨이 가지고 있던 회의론적 관점마저 스스로의 믿음인지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누군가 시키는 대로 내뱉는 건지 알 수 없어질 정도니 말이다.

그렇게 설마 하던 마녀의 실체와 함께 모습을 들어낸 우주적 존재는 너무 짧게 모습을 들어내고 퇴장하긴 했지만, 이 소설에 진짜 숨겨져 있던 실체로서의 강렬함은 충분하다. 오히려 이것이 제대로 밖으로 나와서 현실이 됐을 세일럼 호러가 어떤 광경일지 상상하는 게 더 무서울 정도다. 게다가 결말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카슨이 이 공포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납득할 만하다. 이것이 바로 마녀의 진정한 공포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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