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빵나무 열매 한바구니 아라한 호러 서클 154
조지 루이스 베케 / 바톤핑크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모아 제도의 가장 큰 섬인 사바이 섬의 서쪽 끝에 살고 있던 어느 상인이 수도로 가던 중, 썰물로 인해 수도 인근에 위치한 뮐리니에 정박하게 된다. 거기서 토착민들과 담소를 나누던 상인은 자신이 좋지 못한 곳에 산다며 놀림을 당하자 신붓감을 소개해 주면 땅을 사둔 사푸네로 가서 살겠다고 말한다. 그러자 어느 애꾸눈의 노파가 자신의 딸을 소개해준다고 하는데...

1894년에 출간된 단편집 <암초와 야자수 By Reef and Palm>에 수록된 작품으로 얼핏보면 간단한 반전이 공포 요소의 전부라 시시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작가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을 찾아보면 작중의 빵나무 열매 바구니가 얼마나 큰 비극을 상징하는지 알 수 있다.

19세기에 왕국이 형성되어 있던 사모아 제도는 제국주의 열강들의 부추김으로 인해 내전을 겪었다고 한다. 모래톱 가까이에 있으면 총에 맞을지 모른다는 부분이나 말리에토아 군대가 언급된다는 점에 작품이 발표된 시기를 생각하면 1886년부터 1894년까지 벌어진 1차 사모아 내전 시기가 배경이라고 본다. 특히 그 시기 중에서 1889년에 몰아친 태풍으로 잠시 중단됐다가 망명을 떠났던 사모아의 국왕인 말리에토아 라우페파가 다시 돌아온 이후로 보인다.

지리적으로 보면 주인공인 상인은 사모아의 서쪽에 있는 섬인 사바이 섬에 거주하고, 수도가 위치한 곳은 동쪽에 위치한 우폴루 섬이다. 또, 마누누라는 지명이 언급되는데 이곳은 사바이 섬과 우폴루 섬 사이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내전 당시에는 온갖 이권이 우폴루 섬에 모여 있었기에 대체로 수도인 아피아와 주변 외곽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그렇기에 사바이 섬에서는 무슨 상황인지 몰랐거나 아니면 여파를 피해갔을 수도 있겠다. 또, 마누누섬은 내전의 패자인 마타아파 이오세포와 그의 지지자들이 도망친 섬이라 하니 당시 사모아 내에서 어떻게 보였을지 대충은 예상이 될 것 같다.

워낙 짧은 내용이다 보니 이러한 배경 설정이 반영되어 있지 않기에 지금에와서 보면 이해 못할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그 당시에 살았던 다른 작가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이 내전과 관련해서 상세히 남긴 글이 있을 정도로 꽤 참혹했을 것으로 보이긴 하다. 이 소설의 작가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전해 들었는지, 아니면 직접 목격을 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작중의 빵나무 열매 바구니나 손녀딸 같은 일이 그저 창작물에만 나올 법한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