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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괴 3 - 산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 ㅣ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다나카 야스히로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3년 12월
평점 :
생명이 넘쳐 나는 곳. 살아 남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이 있는 곳. 산이 육지의 바다라 불리는 이유다.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자연으로부터 오는 위협.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의 목격.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세계. 지금은 몰라도 옛날이라면 안과 밖의 구분조차 없었기에 더 실감 났을 것이다. 이제 이 산의 괴이를 다룬 책의 마지막에는 무엇이 더 있을까.
1권 부터 3권까지 쭉 보다 보면 비슷한 얘기가 계속 나오는 편이지만, 이상하게도 볼 때마다 새롭다는 인상이 들고는 한다. 똑같은 얘기라도 서로 다르게 말하거나, 또 다른 사례가 추가되는 등, 이야기가 끊임 없이 계속 나와서 그렇다. 이번 책에서 주목할 부분은 일상과 가까운 괴이 현상이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 다가왔다는 징조라던가, 집 안에서 느닷없이 나타나는 초자연적 현상, 귀신 이야기 등. 어떻게 보면 흔한 괴담에 가까운 것들이지만, 어쨌든 산과 가까이에 사는 이들이 겪은 일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혼슈, 시코쿠, 큐슈는 많이 다루다가 홋카이도 지방에 대해 처음으로 다루어서 여러모로 관심이 갔다. 아무래도 전통적인 일본 본토와는 문화가 다른 경향이 있다 보니 그랬다. 이곳에서의 산괴는 역시나 특별히 이상하지 않는 걸 넘어 괴이라는 인식 조차 없는 편이다. 산은 신의 영역이니 그곳에서 만나는 존재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하다 보니 섬뜩한 일이 종종 있나 보다. 여우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는 건 좀 특이한 부분이긴 하다.
여우, 너구리가 늘 나오던 와중에 이번에 유독 자주 나오는 동물은 뱀이다. 그것도 엄청난 크기의 거대 뱀을 목격한 일이다. 소방 호스 정도의 굵기를 가졌다는 증언이 많은 편으로 무언가를 집어삼켰는지 몸통 부분이 크게 부풀어 오른 경우가 있기도 하다. 이런 경우는 일본에서 유명한 미지의 생물인 츠치노코와도 유사하다는 얘기가 나올 만도 하나 이에 대한 얘기는 잠깐만 다루는 정도다. 아무래도 츠치노코 관련해서 방송매체를 많이 타다 보니 미신이나 다름 없다는 인식이 많아진 탓에 그런 모양이다. 비슷한걸 봤다 해도 또 헛소리한다는 비난을 받을 바에 조용히 있는 것이 더 좋을 테니까.
곰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나온다. 일본 산간지방에서 곰 관련 사건사고가 꽤 발생한다는 걸 생각해 보면 왜 곰에 대한 얘기가 지금까지 없었는지 의문이 들 만하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곰은 산에서 겪을 괴이한 사건이라기 보다는 현실적으로 당할 법한 자연 재해 그 자체다. 여우나 너구리 같은 이야기에 비하면 실제 사건 같은 얘기에 해당됐을 것이다. 이렇다 보니 곰 그 자체로 인한 일은 드물고, 곰 주변에서 발생한 일에 가까운 건 많다. 곰은 조연이나 엑스트라일 뿐, 진짜 괴이한 일은 따로 있는 것이다.
일상과 가까운 괴이라고 해서 그 동안 나온 기이한 일들과 특별하게 다르거나 하는 건 아니다. 그저 깊은 산 속에서 목격될 법한 기이한 일이 민가와 더욱 가까운 곳이나 산과 관련이 없는 경우, 또는 집안에서 발생했다는 정도다. 이게 흔히 아는 괴담과 뭐가 다르냐고 하겠지만, 산과 관련이 있기에 뭔가 특별하게 보인다. 유령 같은 무언가 나오더라도 가까운 사람이라면 친근한 인상을 주고, 낯선 무언가라면 현실인지 헛것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 무언가가 있다.
이런 느낌이 드는 대표적인 에피소드가 꽤 있다. 어느 기업 회장이 느닷없이 차를 몰고 나와 산으로 들어갔다가 구조된 일이라던가. 촬영을 나왔던 방송국 관계자가 뭔지 알 수 없는 무서운 일을 겪었다던가. 산속에서 마주친 어떤 사람이 잠시 후에 같은 장소에서 목을 매단 채로 발견된 일이라던가. 섬뜩한 방이 존재한 산속의 어느 폐가 체험담이라던가. 현실적이든 비현실적이든 전부 섬뜩함이 있기에 어느 쪽이 더 낮다고 여기기도 어렵다.
끝으로 마지막 후기에 해당하는 글을 보면 이 작업이 상당히 힘든 과정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원래 이러한 옛날 이야기, 민담, 설화, 체험담 같은 건 너무 이야기가 비슷하거나, 시답지 않게 가벼운 경우가 꽤 된다. 게다가 요즘 같은 현대에 미신이라 치부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특히 앞서 언급된 츠치노코 건을 떠올리면 이상한 취급 받을 일을 염려할 만도 하다. 이런 고생을 하면서도 산의 괴이를 찾아 나서는 건 솔직함 때문이라고 한다. 일부러 무섭게 만들기 위해 끊임 없이 부풀리고 잔혹하게 자극적인 요소를 더하는 그런 것이 전혀 없는. 자연스레 무의식 속에서 구성해 나온 사람 사는 이야기 같은 체험담.
이게 저자가 생각하는 산의 괴이다. 어디까지 진짜였든 가짜였든 상관 없다. 그러한 일을 겪은 사실 만으로 다양한 가정을 해보며 산이란 공간을 다양한 각도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래서 직접적인 기록으로 남지 않는 설화의 가치가 큰 것이다. 실제 체험담 만큼이나 그 시대나 공간을 설명해줄 다른 증거는 없으니까.